우리대학은 지난 학기 학점포기제를 도입했으나 제한적인 자격 요건으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학기부터는 신청대상을 대대적으로 확대해 문턱을 낮춘 새로운 학점포기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개편된 학점포기제에 관해 긍정적인 반응과 기대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부작용의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학점포기제 현황 및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학점포기제 현황 및 문제점
우리대학은 지난학기 학생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총학생회의 주도 하에 학점포기제를 도입했다. 전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제59대 총학생회 ‘박동’은 지난 2024년 11월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 학점포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해 설캠 총학생회와 글로벌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가 우리대학에 학점포기제 도입을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지난해 교무처와의 면담 끝에 도입 진행 상황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지난 3월 우리대학 교무처는 재학생의 학업 부담 완화 및 학습 성취도 제고를 목표로 학점포기제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강기훈 우리대학 총장은 지난 학기 ‘총장과의 대화’에서 학사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학점포기제를 개편했다”라며 “제도의 활용을 통해 좋은 커리어를 만들어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최초 공개된 계획안에 따르면 학점 포기 신청 자격은 유효한 성적이 있는 6학기에서 7학기까지 재학생에게만 주어졌다. 또한 취득 성적이 C+ 이하인 교과목에 한해 재학 중 총 6학점 이내에서만 신청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아울러 필수교과목 또는 재수강으로 성적을 취득한 과목 등은 포기 대상에서 제외됐다. 학점포기가 승인된 교과목은 성적이 영구히 삭제되나 향후 동일 과목의 재수강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함께 명시됐다. 하지만 해당 계획안이 공개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목소리와 더불어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취업과 졸업을 앞두고 하루 빨리 낮은 성적을 정리해야 하는 8학기 이상의 고학년과 초과학기생을 제외한 것은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8학기 재학생 A 씨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앞두고 낮은 학점을 정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데 정작 8학기생과 초과학기생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 들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우리대학은 이번 학기에 적용될 학점포기제를 전면 개편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신청 대상의 확대이다. 3학기 이상의 유효 성적을 가진 재학생은 모두 신청이 가능해져 기존에 신청이 제한됐던 8학기 재학생과 초과학기생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자격 요건이 완화됐다. 또한 학점포기 신청 성적 제한 기준이 폐지돼 C+ 이상의 성적도 학점포기제 사용이 가능해졌으며 졸업 필수 교과목에 대한 학점포기제 신청도 폐지됐다. 동시에 학점포기를 했던 과목을 초수강처럼 다시 들을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학점 운용의 유연성이 대폭 넓어졌다. 우리대학 재학생 B 씨는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에는 성적 하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난도 교과목 수강을 망설였는데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다양한 교과목을 부담 없이 탐색해 볼 기회를 얻었다”라며 “자기주도적 학습 기회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라고 기대를 밝혔다.
한편 제도 개편으로 우려되는 점 또한 존재한다. 성적 인플레이션 문제로 성실하게 학업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줄 뿐 아니라 우리대학의 대외적 성적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 여기에 무분별한 조기 포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수강신청 과열 및 신규 수강생이 불리해질 수 있다. 정원이 제한된 인기 교양이나 전공 강의의 경우 해당 과목을 처음 수강하는 학생들의 수강 기회가 박탈될 수 있으며 기존에 초수강을 통해 기초 지식이 있던 학생이 수업을 재수강함으로써 학점 경쟁에 불리해진다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우리대학 학사종합지원센터는 “학점포기제의 신청 절차와 유의사항을 전보다 더욱 충실히 안내할 예정이며 향후 이용 현황과 사례들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학점포기제는 학생들의 큰 기대 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본래의 교육적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사후 관리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로 대외적인 성적 신뢰도를 지키기 위한 공정성 확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대학의 경우 학점포기가 승인된 교과목은 성적이 영구적으로 삭제된다. 반면 고려대학교에서는 학점을 포기한 과목의 성적란에 ‘W’를 표기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학생에게 불필요한 학점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학점포기 이력을 남김으로써 학사 행정의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절충형 제도이다. 우리대학 역시 성적 인플레이션 문제를 방지하고 외부 기관에 대한 공신력을 담보하기 위해 이러한 이력 관리 방안을 고려해 볼 법 하다.
둘째로 무분별한 조기 포기 문제에 대해서는 학사등 학교기관에 상담을 도입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학점 포기를 신청할 경우 지도교수 또는 학과 상담을 거쳐 선수강 과목 및 졸업 학점을 사전에 검토하도록 하여 학점 관리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며 조언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세심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초수강 학생에게는 정원 배분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학점 포기 후 다시 수강하는 학생은 여석이 남는 선착순 수강신청 기간이나 정정 기간에만 신청할 수 있도록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학점포기제를 이뤄갈 우리대학의 내일을 기대한다.
송송희 기자 13songhu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