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귀신들의 땅> - 과거가 있는 한 귀신은 존재한다 -

등록일 2025년04월02일 15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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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거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나 역사 속에서 △개인△국가△사회는 공통의 기억과 문화를 공유한다. ‘귀신들의 땅’은 대만의 역사적 과도기 속에서 한 가정의 보편적이면서도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작가 천쓰홍(陳思宏)은 대만 역사 속에서 미신과 사람의 이야기가 뒤얽힌 독특한 풍경을 그려낸다.

 

‘귀신들의 땅’은 대만의 평화로운 시골 마을인 ‘용징(永靖)’에 사는 ‘천(陳) 씨’ 대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천 씨 가족은 총 7남매로 △막내아들 ‘천톈훙(陳天紅)’△큰 형△6명의 누나로 가족 관계를 이루고 있다. 6명의 누나는 아들을 낳기 위해 탄생한 자식들이고 아들 ‘톈훙’은 동성애자란 이유로 가정과 마을에 비극적인 인물이다. 첫째 ‘천수메이(陳天紅)’는 중학교를 졸업 후 방직공장에 취직해 남편을 만나지만 남편은 노름꾼으로 집안의 돈을 모두 탕진하고 만다. 둘째 ‘천수리(陳水里)’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대도시 타이베이(Taipei)에서 혼자 살고 있다. 막내아들 ‘톈훙’은 독일에서 만난 애인 T를 죽이고 대만으로 돌아온다. ‘톈훙’이 돌아온 중원절(中元節) 날 남매들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고향에 모이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다섯째의 죽음의 이유가 조명되고 가족들이 과거 서로 품었던 감정들이 드러난다.

 

천 씨 가족은 1980년대 대만의 시골에서 진행된 산업화 시기의 혼란을 그대로 겪었다. 그들이 살던 용징은 △사람을 홀리는 여자 귀신이 있는 대나무 숲△신과 귀신을 모시는 묘당△죽은 강아지를 묻지 못하고 그대로 던져야 하는 개울 등 미신으로 뒤덮인 동네다. 국민당 세력이 미신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던 동네까지 검거하며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귀신들의 땅’은 ‘귀신’이란 소재를 통해 격변하는 역사 속 대만의 대내외적 모습을 보여준다. 귀신이란 단순히 초자연적 현상이자 무속적 존재가 아닌 역사 속에서 존재가 지워진 인물을 의미한다. 아버지 ‘아산(牙山)’은 가장이란 미명하에 존재가 잊힌 귀신이며 5명의 누나 또한 역사 속에서 이름이 잃은 귀신이다. 용징 마을의 이웃들도 역사로 인한 슬픔을 안은 채 죽음과 삶을 넘나들며 존재의 부재를 겪는다. 작가는 용징 마을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인간적이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미국의 소설가인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는 “과거는 죽지 않았다. 과거는 심지어 지나가지도 않았다”고 말을 한 게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에도 되풀이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귀신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삶 속 귀신으로 살아가고 있는 자들을 기리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김은희 기자 10kimeunhu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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