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지난 2024년 개교 70주년을 맞아 ESG 경영을 공식 선언하고 지난 4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초 우리대학은 2050 넷제로(Net Zero)*와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 등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웠으나 △외부 검증 체계△정량 목표△중간 로드맵 등 구체적인 실행 구조는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우리대학 ESG 경영이 단순 선언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체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본 기사를 통해 △우리대학 ESG 경영의 현황△우리대학 ESG 경영의 문제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대학 ESG 경영의 현황
최근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외 대학에서 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대학 또한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ESG 경영을 선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고 있다. 우리대학의 ESG 홈페이지에 게시된 선언문에 따르면 우리대학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의결 과정△지역사회 협력 프로그램 발전 바탕의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핵심 목표로 세웠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2025’를 발간해 지난 1년간의 ESG 경영의 △과정△목표△성과에 대해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공식화하고 대내외에 알렸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세 영역에서 모두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우선 환경(E) 부문에선 캠퍼스 운영 정상화에 따라 지난 2024년에 12,561tCO₂e이던 Scope 1**과 Scope 2*** 배출량이 지난해 13,275tCO₂e으로 늘었다. 동시에 넷제로의 첫 관문인 Scope 3**** 배출량 집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도 과제로 남았다. Scope 3은 측정 범위가 넓고 산정 과정이 복잡해 국내 기업 또한 공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로 알려져 이제 막 ESG를 선언한 대학의 입장에서 당장 완전한 수준의 집계를 수행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Scope 3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부재하단 점은 ESG 경영의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대학 보고서에서는 Scope 3에 대해 ‘TF 구성 및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확대 시급’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를 볼 때 대략적인 준비 계획은 제시됐으나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론은 여전히 미지수임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S) 영역의 경우 △2025 ESG 경영 학술제△양 캠퍼스 인권센터 운영△장애학생 수업료 30~50% 장학금 8학기 지원△RISE 사업을 통한 지역사회 연계 등 구체적인 활동들에 대한 성과 자체는 적지 않다. 다만 해당 활동들이 어떠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량적 목표와 성과 지표가 보고서에 제시되지 않았다. 예컨대 우리대학의 장애 학생 지원의 경우 지원 제도의 존재는 명시돼 있으나 △수혜 인원△예산 규모△전년 대비 개선 수치 등 객관적으로 제도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제시되지 않았다.
지배구조(G) 영역에서도 문제가 드러난다. 보고서는 ‘중대성 평가***** 과정에 구성원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중대성 평가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받았는지와 그 결과가 어떤 정책 결정으로 이어졌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처럼 선언 당시의 약속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성과나 진척 기준이 보고서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ESG 경영의 이행 과정과 책임 구조가 충분히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대학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는 국제 표준이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GRI******△SASB*******△TCFD******** 등 국제 표준 프레임워크를 공식 공시 기준으로 채택했다는 설명을 확인할 수 없다. 김민석(중국·중국어 07) 책 ‘일하는 사람을 위한 ESG적 생각’ 저자(이하 김 저자)는 “국제 공시 기준은 대학 ESG 활동을 단순한 사회 공헌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맞춘 책임 경영 체계로 전환하는 공통 언어의 역할을 한다”라며 “특히 최근 글로벌 대학 평가에서도 ESG 관련 지표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공시 기준은 대학의 글로벌 평판과 국제 협력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으로 기능한다”라고 전했다.
◆우리대학 ESG 경영의 문제 원인
우리대학 ESG 경영이 이와 같은 문제를 직면한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먼저 정량 목표와 중간 로드맵의 부재를 살펴봐야 한다. 선언문에서는 ‘2050 넷제로’를 명시하고 있으나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중간 이정표가 없다. △구성원 성평등△장애 학생 지원 예산△재생에너지 전환율 등 여타 지표 역시 동일한 문제가 있으며 단계적 목표가 없을 경우 달성 여부를 평가할 기준도 없어져 장기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경영진 중심의 구조가 빚어내는 견제 기능의 취약성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우리대학의 ESG 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각각 우리대학 총장과 부총장이 맡고 있으며 △교육연구△사회△지배구조△환경으로 이뤄진 4개 분과의 위원장 모두 우리대학 교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규정상 위원회가 내부 구성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우리대학 선언문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라고 직접 언급된 만큼 수렴 과정이 공시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외대학보의 취재 결과 이해관계자로 볼 수 있는 △시민사회 위원△외부 전문가△학생 대표가 ESG 정책 의사결정 구조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대학 ESG 위원회의 조직도 및 보고서에는 자문위원회가 존재하나 해당 자문위원회의 △구성△역할△참여 방식에 대해선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이는 자문위원회와 그 외 이해관계자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이와 관련해 평가감사팀은 “학생 참여 채널은 전담 조직이 갖춰진 환경에서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라며 “향후 관련 체계가 확충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진다면 학생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이 ESG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에 의견을 개진해 나갈 생각이다”라고 현재 조직 구조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에 대한 제3자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신뢰성 문제로 이어진다. 평가감사팀은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대학의 ESG 관련 활동은 ESG 홈페이지 운영을 중심으로 외부 평가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제3자와 같은 전문 인력을 포함한 독립적인 ESG 전담 부서는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보고서엔 ‘평가감사팀의 감사 기능을 독립적으로 보장하며 외부 전문 기관의 회계 감사를 정기적으로 수감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이는 재무 및 회계 감사에 한정돼 ESG 공시 내용 자체에 대한 독립적 외부 검증과는 구분된다. 이에 대해 김 저자는 “일반 재무 감사가 재무제표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ESG 보고서에 대한 제3자 검증은 비재무 데이터의 신뢰성과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과정이다”라며 “ESG 검증은 단순한 회계 감사보다 범위가 넓고 성격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데이터의 산정 방식과 관리 체계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제3자 검증은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제3자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대학이 선언한 비전이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선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정량 목표와 연도별 로드맵의 공식화가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례로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는 지난 2022년 ‘2045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목표 연도를 법정 기한보다 5년 앞당기고 △물 사용량 6% 감축△쓰레기 배출량 6% 감축△지속가능 교통수단 이용률 88% 달성 등 데이터 기반의 구체적 실행 지표를 수립해 환경 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2021년부터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근거해 배출량을 측정하고 환경부 관장 국가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에 탄소 배출량을 제공하는 등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의 지속가능발전 보고서의 경우 저소득층 학생의 등록금 대비 장학금 수혜를 높이겠단 목표로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장학금 수혜율을 수치로 명시하고 분석해 증가 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이처럼 우리대학도 기존의 ‘2050 넷제로’ 선언에 오는 2030년과 2035년 단계별 감축 목표와 수단을 병기한 공식 로드맵을 수립하고 연도별 이행 점검 결과를 보고서에 명시해 봄 직하다.
이와 더불어 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투명한 거버넌스의 한 형태란 점에서 우리대학도 에너지 및 탄소 데이터의 단위별 공개와 학생 또는 외부 전문가의 위원회 참여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우리대학 ESG 동아리 훕세이버스(HUFSavers)는 “학생들이 ESG 위원회나 관련 부서와 연결될 수 있는 자문 채널을 통해 △사회 공헌 사업△친환경 캠퍼스 운영△캠퍼스 실태조사△ESG 활동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학교가 이를 검토할 수 있는 정기적인 창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국제 표준 프레임워크와의 공식 연계를 통해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GRI를 최소 기준으로 명시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각 목표와 대학 활동을 연결한 대조표를 국영문 통합 형태로 공개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가 지난 2022년 ESG위원회 출범 이후 약 6개월의 활동 끝에 국내 대학 최초로 발간한 ESG 보고서는 GRI 스텐다드 2021에 부합하는 보고 원칙을 준수하는 동시에 대학 부문에 적합한 프레임워크로 구성돼 △이해관계자 참여 방식△중대성 평가 절차△지표 선정 기준이 자동으로 구조화됐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과제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ESG 보고서에 정량 목표가 있어야 외부 검증이 의미를 가진다. 또한 국제 표준을 적용해야 이해관계자 참여가 구조화되며 거버넌스가 개방돼야 로드맵이 단순한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본교가 70주년에 내건 ESG 경영의 약속이 구호로만 머물지 않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선언이 아니라 기존 선언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배출량은 흡수량(-)으로 상쇄하여 실질적인 순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상태.
**Scope 1: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Scope 2: 외부에서 구매한 △스팀△열△전기 등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Scope 3: Scope 1, 2를 제외한 기업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공급망△출장△폐기물 등 간접 배출을 포괄.
*****중대성 평가: 기업 또는 기관이 ESG 보고 시 이해관계자와 사업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주제를 선별하는 과정.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기업이 △경제△사회△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보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ESG 정보 공개 국제 표준.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기업이 투자자에게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성과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산업별 공시 기준을 제공하는 글로벌 표준 기구.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기후변화가 기업의 재무 상태에 미치는 위험과 기회를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돕는 공시 프레임워크.
장은솔 기자 12eun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