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구아 비바> - 불굴의 언어를 위한 투쟁 -

등록일 2025년03월05일 16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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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 비바(Agua Viva)’를 직역하면 ‘살아있는 물’이란 뜻이다. 책의 저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Clarice Lispector)는 언어를 살아있는 물로 여기며 그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문단과 행간을 자유롭게 헤엄친다. ‘아구아 비바’는 작가가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며 화자가 언어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기록한 작품이다.

 

이 책은 ‘화자가 당신에게 들려줄 말을 쓰고 있다’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책에선 글을 쓰는 ‘나’란 화자와 이걸 전달받는 ‘당신’이 등장한다. 화자는 ‘당신’에게 현재 느끼고 있는 생생한 감각을 추상적인 언어로 전달한다. 화자는 언어가 지닌 △분위기△의미△형태까지 고려하며 ‘당신’에게 현재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경험을 객관적으로 공유하고자 노력한다. 여기서 객관적 공유란 화자가 현재 느끼는 감정과 고통 없이 느낄 수 없는 생생한 사랑을 공유하는 행위다.

 

책의 초반부에선 화자는 자신이 이러한 방식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 둘의 진정한 마주침에 깃든 정적’을 평범한 언어론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의 소위 ‘완벽한 교감’을 위해 맥락과 이해를 초월한 경험을 ‘당신’에게 전달하고자 애쓴다. 책의 중반부에선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고통과 그것을 뒤 따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화자는 진실된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태를 완전한 어둠에 비유하며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을 찾아내는 과정을 ‘할렐루야(Hallelujah)’를 ‘외칠 수 있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책의 후반부에선 죽음 속에서 삶을 위해 투쟁하는 화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삶은 죽음과 대비되기 전까진 ‘이전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죽음에 빗대어 ‘비뚤어진 선’을 포착하고 나서야 삶은 비로소 ‘다른 것’으로 느껴진다. 화자는 난해한 언어들로 삶의 비밀을 탐색하고 지금 이 순간을 ‘당신’과 교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아구아 비바’는 이러한 교감을 위한 필사적 기록이자 불굴의 언어에 닿기 위한 투쟁이다.

 

리스펙토르는 마흔네 살에 집에서 화재를 겪었고 이로 인해 화상의 후유증과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괴로운 경험을 치유하며 ‘아구아 비바’를 집필했다. 책 속에서 작가는 죽음과 가까워지며 현재와 현실의 중요성을 깨닫고 죽음을 통해서만 비로소 알 수 있는 삶의 가치를 찬양한다. 우리는 언어로 어디까지 타인과 교감할 수 있을까? 언어적 교감과 삶의 아름다움을 리스펙토르만의 마술적 언어로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김은희 기자 10kimeunhu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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