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단두대에 대한 성찰,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 단두대가 사라진 자리, 여전히 남은 질문 -

등록일 2026년09월02일 19시2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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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에 대한 성찰,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의 저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프랑스 출신 작가로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자 청각 장애인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라 알제대학교(Université d’Alger) 철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신문 기자로 일했으며 한때 공산당에 가입하고 사회 비판적 논설을 쓰다가 정치적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에 참가했으며 △니힐리즘(Nihilism)*△마르크시즘△집단 폭력에 반대하는 내용의 작품들도 발표했다. 이처럼 카뮈는 폭력과 억압을 정당화하는 이념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 작품은 1957년 프랑스의 사형 제도에 대한 카뮈의 비판으로 이뤄졌다. 카뮈는 단두대를 사용한 사형 제도가 본보기적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봤다. 카뮈에 따르면 실제로 사형 제도로 인해 살인을 포기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형 제도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혐오스러운 본보기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카뮈는 사형을 집행함으로써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사형 제도의 효용성은 인정했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거나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뿐이며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외의 모든 국가에서 사형 제도를 폐지했다. 이는 인간의 생명권을 해쳐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시작됐으며 동시에 오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큰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형법상 사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정해두고 있으며 교정시설 내 교수형으로 집행하도록 하고 있으나 지난 1997년 이후로 28년간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군사정권 시대를 지나 민주화가 이뤄지는 동안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형 집행 반대 여론이 주류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에서는 지난 2007년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집행도 하지 않을 사형 제도를 남겨놓고 있을까. 이는 생명권의 보호와 범죄 예방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사형 제도의 존폐를 둘러싸고 완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 프랑스의 사형 제도를 비판한 글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황은 카뮈가 제기했던 문제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사형이 실제로 범죄를 예방하는가’와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그의 질문은 지금도 답을 요구하고 있다.

 

*니힐리즘(Nihilism): △도덕△신△진리처럼 인간을 지배해 온 절대적 가치나 삶의 근본적인 의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허무주의 사상.

 

 

장은솔 기자 12eunsol@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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