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학습권을 뒤흔드는 소형학과 운영 문제 … 남겨진 학사 과제는

등록일 2026년09월02일 19시1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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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언어와 지역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64개의 학과가 한 학년 정원 50명 이하의 중·소형 학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대학에 다수 개설된 소형학과는 교수진과 학생 사이 유대감이 깊고 전공 수업에서 밀도 높은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한 강의실 내에서 일대일 맞춤형 지도나 토론형 수업을 구현하기에도 훨씬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면모 뒤 학생들은 많은 고충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소형학과 운영 현황과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 소형학과 운영 현황과 문제점

우리대학의 폐강 기준에 맞춰 학과 규모를 구분하면 △극소형(21명 이하)△소형(22~30명)△중형(31~50명)△대형(51명 이상)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신입생 모집 단위 총 74개를 분류하면 극소형 학과 9개와 소형학과 27개로 집계된다. 우리대학 상당수의 학과가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형학과의 활발한 수업 소통과 교류는 그 자체로 학과의 강점이며 나아가 우리대학만의 차별화된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소형학과가 학과 운영에 있어 재정적인 부담을 겪거나 재학생들이 수강신청 및 성적 평가에 제약을 받고 있기도 하다.

 

우선 소형학과는 전공과목이 폐강될 위기에 더 쉽게 처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대학은 입학정원에 따라 폐강 기준을 최소 수강 인원 △21명 이하 시 4명 이하△22~30명 시 5명 이하△31~50명 시 8명 이하△51명 이상 시 10명 이하로 차등 규정하며 소형학과를 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학기 절대적 인원 부족으로 인해 다수의 강의가 폐강 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학생들은 폐강을 막기 위해 수강하지 않는 과목을 임시로 신청해 인원을 채워주는 ‘유령 수강’을 부탁하기도 한다. 전 소형학과 조교 A 씨에 따르면 전공 필수 과목의 폐강을 막기 위해 학생뿐 아니라 학과 교수까지 과 사무실에 유령 수강을 부탁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이는 교수진에게도 전공 수업 폐강이 부담으로 다가옴을 보여준다. A 씨는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유령 수강 과목을 우선해서 담느라 정작 개인 시간표는 뒤로 미뤄야 했다”라며 “불필요한 과목을 신청해 뒀다가 정정 기간에 실제 수강할 과목으로 바꾸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2~3명의 극소수 인원으로 강의가 개설되는 것을 보면 분명 금지돼야 할 편법이지만 부족한 전공 강의 수와 학생들의 졸업 요건을 고려하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동시에 계절학기가 개설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계절학기는 정규 학기에서 발생한 학업 차질을 보완해 주는 제도 중 하나이다. 하지만 소형학과의 경우 구조적 측면과 재정적 측면에서 계절학기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30명 이상이라는 일률적인 수강 기준으로 인해 소형학과의 계절학기가 개설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전체 인원이 30명 미만인 소형학과에게 50명 이상인 중·대형학과와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소형학과의 수요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재정적 측면에서는 소수 인원 강좌를 위해 과도한 행정비용이 지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대학 재학생 B 씨는 과 사무실에 계절학기 개설을 문의했을 때 “예산 부족과 수업 시간 제한으로 개설이 불가하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복합적 원인으로 소형학과에서는 교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의나 졸업 필수 강의조차 계절학기로 열리지 않고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원치 않는 추가 학기 부담을 야기한다. 실제로 우리대학 재학생 김도연(국제전략·한국 24) 씨는 “졸업이나 교원 자격증 취득에 필수적인 과목만큼은 인원과 관계없이 개설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절실하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한계는 성적 평가 영역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현재 우리대학은 교원의 재량권이 부여되는 자율 평가나 Pass/Fail 제도를 수강 인원이 10명 이하인 강의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소형학과는 학년별 정원 자체가 20명에서 30명 안팎에 불과해 전공 심화 강의를 개설하면 수강 인원이 10명 안팎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에서는 학과별 규모와 수강 인원 형성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채 모든 학과에 동일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강 인원이 평가 방식의 기준선에 걸쳐 있는 강좌에서는 한두 명 차이로 자율 평가나 절대평가 대상에서 제외되고 상대평가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절대적 소수 인원으로 인한 점수 분포 차이와 치열해진 학점 경쟁 역시 문제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외대학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5%가 ‘한두 명 차이로 절대평가 기준을 벗어난 소규모 강의에서 실력이나 노력에 비해 낮은 등급을 부여받을까 우려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일부 소형학과 학생들은 중·대형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학생회비 부담을 지고 있다. 일례로 독일어교육학과와 프랑스어교육학과는 학생회비를 20만 원 한국학과의 경우 25만 원으로 학생회비가 책정되어 있다. 10만 원대의 학생회비를 납부하는 △경영학부△영어대학△행정학과 등 중대형학과의 약 두 배 수준이다. 학생 수가 적을수록 전체 지출 규모도 줄어들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학생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전 소형학과 학생회 경험자에 따르면 1인당 학생회비 부담이 커지는 원인은 최소 고정비용과 예산 결손 예방에 있었다. 전 소형학과 학생회 부원 C 씨는 “행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발생하는 최소 고정비용을 소수 인원이 나누어 부담하다 보니 1인당 학생회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전 소형학과 학생회 부원 D 씨 역시 “소형학과는 행사 참가 인원이 적어 추가적인 참가비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신입생 학생회비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야 할 방향

소형학과 학생들이 겪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 본부 차원의 유연한 학사 운영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공과목 개설과 관련해서는 정기적인 재학생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졸업 필수 강의나 교원 자격증 취득과 직결된 강의의 개설 빈도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아울러 계절학기 역시 모든 학과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학과별 정원을 고려해 차등적인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조 및 재정적 문제 등으로 오프라인 강좌 개설이 여의치 않다면 보완책으로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소형학과를 위한 온라인 전공수업이 폭넓게 개설된다면 방학 중 △귀향△어학연수△인턴십 등의 이유로 오프라인 강의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들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설 기준 인원을 충족하기도 쉬워진다. 뿐만 아니라 △냉난방비△대면 강의실 대여비△시설 관리비 등 부대 행정 비용이 들지 않아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학기 진행된 총장과의 대화에서 강기훈 우리대학 총장 역시 소규모 학부 계절학기 개설 및 온라인 계절학기 신설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소형학과의 성적 평가 불이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강생 규모에 맞춘 차등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현행 일괄 적용 방식에서 벗어나 수강 인원에 따라 등급 부여 상한선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실제로 인천대학교의 경우 수강생이 21명 이상으로 이루어진 일반 강좌에는 A등급을 최대 40%까지 부여하지만 20명 이하의 소규모 강좌에는 A등급 상한을 50%까지 확대 적용해 소수 인원 수업의 과도한 성적 경쟁으로 인한 소형학과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있다. 우리대학 역시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는 강의에 대해 등급 배정 비율을 완화한다면 성적 산정의 형평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아울러 극소수 인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상대평가 경쟁을 줄이기 위해 선택적 절대평가 제도를 확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전체 학기 18학점 내로 과목 성적을 A~F의 등급 대신 합격이나 불합격으로 처리하는 ‘S/U(Satisfactory/Unsatisfactory)’ 평가 방식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우리대학 재학생들에게 평가 기준 선택권을 보장한다면 소형학과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다.

 

일부 소형학과 내부 운영 차원에서는 학생회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신입생 1인당 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재학생들의 학과 행사 참여율을 끌어올려 수입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학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해 전 학년이 고르게 행사에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소형학과가 우리대학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소형학과 재학생들이 마주한 불편을 더 이상 소수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원활한 학습권을 보장하고 건강한 자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인 기자 13jeong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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