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전하는 노중훈 여행작가를 만나다

등록일 2026년09월02일 20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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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중훈(사회·미디어 92) 작가(이하 노 작가)는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여행신문 취재부 기자로 활동하며 여행과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01년부터 프리랜서 여행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세계 곳곳의 △사람△음식△풍경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담아왔다. 노 작가는 ‘할매, 밥 됩니까’와 ‘풍경의 안쪽’ 등 여러 여행 저서를 출간했으며 지난 2014년부터 2025년까지 11년간 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여행에서 마주한 세상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전하는 노 작가를 만나보자.

 

 

Q1. 우리대학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지는 않았습니다. 뜬구름 잡는 식으로 막연하게 미디어 계열에 종사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신문기자나 라디오 PD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라디오가 세상을 보는 창이자 가장 인기 있는 매체였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Q2. 우리대학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소위 말하는 아웃사이더이자 범생이였습니다. 학생 운동이나 동아리도 해본 경험이 없고 당시 신문방송학과에서 유명했던 보도사진부와 같은 학과 내 활동이나 학생회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학과 학생 대부분은 방송사나 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 언론고시를 준비했지만 저는 그러지는 않았고 재학 시절엔 오히려 영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Q2-1. 재학 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친한 친구들 서너 명이서 영화 소모임을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쉽게 보기 힘든 영화를 상영하는 조그마한 시네마테크(Cinémathèque)도 찾아다니고 희귀영화 비디오나 영화 관련 서적을 구해 함께 모여서 보기도 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Q3. 여행작가의 길을 걷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졸업할 때까지도 특정 직종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없었습니다. 첫 직장으로 삼성에 입사했지만 대기업 문화와 더불어 발령받았던 금융계열사 업무도 체질에 맞지 않아 빠르게 그만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여행신문을 알게 됐습니다. 여행신문은 일반인이 아니라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한 산업지입니다. 지난 1999년 4월 여행신문에 입사해 2001년 9월까지 약 2년 반을 몸담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나라와 도시로 출장을 다녔습니다. 퇴사 후 지난 2001년 10월부터는 프리랜서로 전향했습니다. 여행기자 경험이 자연스럽게 여행작가의 길로 이어졌고 초창기에는 잡지 관련 일을 많이 했습니다. 잡지와 사보*에 글과 사진을 기고하거나 인터뷰 및 에세이류의 기사를 취재하고 작성했으며 잡지사의 마감 작업을 돕기도 했습니다. 여행신문 기자 시절까지 합치면 어느덧 여행을 기록해온 지 햇수로 28년째가 돼갑니다.

 

Q4. 여행작가로 활동하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66개국 약 500개 도시를 다니며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했기에 하나만 꼽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작은 마을의 나지막한 풍경과 식당 그리고 그곳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을 가장 좋아하고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물론 페루의 마추픽추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압도적인 자연도 멋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Q5. 여행작가로 활동하시며 어떤 여행과 이야기를 담아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행작가로서의 제 인생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기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해외여행 작가처럼 세계 곳곳을 다니고 사진을 찍는 등 취재를 통해 잡지에 기고하는 일을 했습니다. 후반기에는 음식여행 작가로서 훨씬 많은 활동을 하며 ‘풀뿌리식당’을 찾아다니는 일이 중심이 됐습니다. 풀뿌리식당은 제가 붙인 이름으로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킨 작고 허름한 식당을 말합니다. 매주 전국 방방곡곡의 작은 식당을 찾아 식사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분들의 이야기와 그 음식이 만들어진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다닙니다. 지난 20년 가까이 해온 라디오 역시 전반기에 해외여행지를 소개하고 관광명소를 추천하는 이야기를 주로 방송했다면 후반기에는 풀뿌리식당들을 주로 소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음식 칼럼니스트나 음식 작가로 알기도 하는데 결국 풀뿌리식당을 찾는 여행을 해온 셈입니다.

 

Q6. 여행작가로 활동하시며 겪은 고충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전반기 시절에는 보통 사람들처럼 놀러 가는 여행이 아니라 취재하러 가는 여행을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자체나 관광업체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신문사나 잡지사 등의 기자들을 초대하면 이에 기자들이 조직돼 함께 팸 투어(fam tour)를 가게 됩니다. 팸 투어는 대체로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보는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되다 보니 깊이 있는 취재가 어려웠습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겉모습만 보고 오니 많은 것을 놓칠 수밖에 없었고 기자들의 기사도 대부분 비슷해졌습니다. 그런 점이 가장 안타깝고 고통스러웠습니다.

 

Q7. 여행 저서를 집필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여행에 있어 무언가를 보고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들으러 간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풍경도 들어야 합니다. 어떤 곳을 오래 들여다봄으로써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세히 보이게 되잖아요? 저는 그런 것들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제가 여행작가로 오래 일했다 해도 그곳에 사는 사람보다 그 장소를 잘 알 수는 없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는 여행의 범위를 좁히고 천천히 머물면서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여행을 하는 것이 여행 저서를 집필하는 것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8. 저서 집필뿐 아니라 △강연△라디오△유튜브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이러한 활동을 이어오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궁금합니다.

저는 라디오 키드(Radio Kid)였기 때문에 늘 라디오에 대한 환상과 존경이 있었습니다. 스튜디오에 출연하는 걸 넘어 지난 11년간 제 이름을 단 라디오 프로그램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진행했던 것은 지금도 큰 기쁨이자 자랑거리입니다. 너무 영광스러웠고 행복했죠. 유튜브는 제안을 받아 출연했습니다. 그동안 맛을 평가하고 별점을 매기는 천편일률적인 식당 소개 영상에 답답함을 느꼈고 풀뿌리식당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이를 콘셉트로 했죠. 강연은 단행본 작가가 되면 자연스럽게 요청이 들어오기도 해요. 제 강연은 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거나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내용은 크게 해외여행과 국내 음식 여행으로 나뉩니다. 유명한 장소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테마를 준비하는데 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즉석에서 반응을 살피고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준비한 이야기가 현장에서 생각한 대로 맞아떨어질 때의 희열감도 큽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평소 기록했던 메모와 취재 내용을 다시 곱씹어보게 되니 얻는 것이 많습니다.

 

Q9.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여행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여행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것은 결국 ‘다름’과 ‘같음’이에요.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보며 이전까지 내가 알던 세계와는 다르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사람 사는 건 비슷하구나’라는 익숙함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같은 걸 보면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같아 보이지만 결국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 다름을 발견하려면 앞서 언급했던 ‘천천히 머물고 범위를 좁혀 깊이 보고 듣는 여행’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보는 것이 여행의 기능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10.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저는 라디오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라디오 일은 평생 하고 싶습니다. 여행작가로서는 풀뿌리식당을 다룬 책 ‘할매, 밥 됩니까’의 2권을 빨리 쓰고 싶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제가 직접 짠 일정을 토대로 여행을 안내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진짜 음식문화와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풀뿌리식당을 소개해주고 싶어요. △공간의 역사적 의미△음식과 식당이 만들어진 배경△음식을 만들어온 분들의 인생까지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허름한 식당에도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11. 마지막으로 여행작가를 꿈꾸는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여행 자체에 미쳐있다면 여행작가를 안 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생계의 수단이 되면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되니 힘들어지고 싫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여행을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여행작가로 오래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행을 직업으로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직업윤리에 충실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작가에게 중요한 덕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타 문화에 대한 존중입니다. 함부로 타 문화를 폄하하지 않고 존중하는 직업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글쓰기입니다. 작가로서 남의 글을 베껴선 안 되며 기교보단 맞춤법과 표준 표기법 같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셋째는 평상시의 상식입니다. 여행 안에는 △건축△미술△음식△음악△철학 등 포함되지 않는 것이 없잖아요? 모든 분야에 깊은 전문성까지 갖출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방면의 지식은 여행작가에게 큰 자산이 됩니다. 여행작가가 수행하는 여러 기능을 잘 헤아려 이를 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보(社報): 기업이나 공공단체 등이 직원이나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

 

 

백채린 기자 11chael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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