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공직 후보자들의 현수막 규정 위반, 이대로 괜찮은가

등록일 2026년06월10일 20시5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치러졌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현재 현수막 난립으로 인한 도시미관 훼손 및 안전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선거철을 맞아 평소보다 불법 설치 현수막이 증가하면서 사고 우려와 함께 현수막의 난립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현수막 난립 현황△현수막 난립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현수막 난립 현황        

선거 기간 동안 불법 정당 현수막이 여전히 거리를 뒤덮으면서 도시미관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옥외광고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불법 광고물 행정처분 건수는 지난 2022년 28만 7,255건에서 2023년 80만 2,304건으로 1년 만에 약 2.8배 증가했다. 이러한 정당 현수막이 폭증하게 된 배경으로는 옥외광고물법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수막은 지자체에 신청서를 작성하면 추첨 후 지정된 게시대에 걸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 현수막에 한해 기존 현수막과 달리 신고·허가 및 제한·금지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명시했다. 또한 정당 현수막은 △게시 기간△게시자 연락처△정당명 표시 조건만 갖춘다면 지자체 신고 및 지정 게시대 없이도 내걸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당 현수막에만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당의 특권인 현수막 무제한 사용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라며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개정 이후 게시 기간만 변경해 같은 곳에서 무분별하게 정당 현수막을 설치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특히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 정당 구호를 쓴 현수막을 유동 인구가 많아 접근성이 좋은 자리에 설치해 두었다가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후보자 현수막으로 갈아 끼우는 이른바 ‘명당 알박기’가 대표적 사례다. 외대학보가 지난달 9일부터 29일까지 취재한 결과 천안시 동남구 영성동 남부오거리에 선거 전후로 현수막 자리를 알박기하거나 높이 제한을 어긴 채 설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옥외광고물법을 다시 개정해 정당 현수막 설치 수량을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특별시가 단속한 불법 현수막 5,810개 가운데 정당 현수막은 992개로 상업용 현수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 현수막을 일반 상업용 현수막처럼 지정 게시대에만 걸도록 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및 정당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일부 정당이 소수정당의 정치적 표현 기회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어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수막 난립 문제점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안전사고 문제였다. 현행 규정상 현수막은 2.5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낮은 위치에 현수막을 설치해 사고가 발생한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경기도 포천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초등학생이 현수막으로 인해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초등학생은 약 1m 높이에 설치된 현수막 고정 줄에 목이 걸리며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두개골 골절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주소정보혁신과 관계자 A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널목 인근 낮은 위치에 걸린 현수막 때문에 운전자들이 뛰어오는 보행자를 보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설치가 금지된 어린이보호구역에 현수막을 내거는 일도 빈번하다.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들이 현수막에 가려 신호등을 못 보거나 현수막 끈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수막 설치가 제한된다. 그러나 행안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소방시설 주변 등 게시가 금지된 장소에 설치된 현수막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38.1% 증가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현수막의 혐오 및 비방성 표현이 제기된다. 충청타임즈에 따르면 청주 시내 곳곳에 타 정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맹목적 비방이 가득한 문구의 현수막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설치된 것이 확인됐다. 정책이나 민생에 대한 메시지가 아닌 비방과 비난으로 채워진 현수막 공해가 지역 사회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표현들이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 섞인 반응들도 나왔다. 서울특별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B 씨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후보가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방 현수막만 보니 ‘그냥 안 뽑는 게 답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C 씨 역시 같은 인터뷰에서 “서로 공격하는 내용만 보이니까 정치 자체에 질리게 된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수막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현수막의 원료인 플라스틱 합성수지는 자연분해가 어려워 대부분 소각 과정을 통해 폐기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포함한 유해 물질들이 배출된다. 재활용 처리 방법도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1톤당 30여만 원이 드는 소각처리에 비해 재활용 비용은 최대 90여만 원에 달해 실제로 재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앙선거위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지방선거 현수막 재활용률은 24.8%였으며 2021년 재보궐선거 역시 23.5%로 비교적 낮은 수치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이재묵 우리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환경 낭비나 소음 공해가 없는 다양한 방식의 선거 운동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현수막 난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단속과 예방이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불법 현수막을 얼마나 많이 철거했느냐’가 아니라 ‘사고 발생이 높은 현수막을 사전에 얼마나 빨리 찾아 수거하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수막 수거 보상금제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용인특례시에서는 불법 현수막 시민수거단을 매년 모집해 보상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수거단이 불법 현수막을 수거하면 시에서는 가로형과 족자형 각각 장당 3,000원과 1,500원을 보상해 1인당 월 최대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위험도에 따라 금액 차이를 두어 △교차로 시야 방해구역△어린이보호구역△횡단보도에서 수거된 현수막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면 안전사고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용인특례시 관계자 D 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불법현수막 시민수거단을 운영한 결과 불법현수막 정비에 좋은 성과를 거뒀다”라며 “이번 해도 이 제도를 운영해 시민 참여 기반의 도시환경 정비 체계를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지정 게시대 확대와 저단형 게시대를 설치하는 방법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인천광역시 서구에서는 지난 2024년 지정 게시대 확충 사업을 통해 지정 게시대 78기 162면을 설치했다. 지난 4월에는 6기 12면을 추가로 설치함과 더불어 단속 및 관리체계를 강화했다. 이뿐만 아니라 거제시는 저단형 현수막 게시대를 최초로 도입해 정당용과 행정용으로 분리 운영하고 있다. 저단형 게시대의 경우 높이가 성인 다리 정도로 낮아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 방해를 줄이고 자연재해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당 현수막의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역시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방지법을 통해 국외 출신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일정 횟수 이상 누적될 때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영국△프랑스와 같은 일부 유럽 국가들 역시 인종차별과 같은 혐오 표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전자게시대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수막 규격과 설치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두고 디지털 홍보 등 다른 수단을 확대하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전자게시대 도입은 천 현수막 폐기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으며 밝기 및 가시성 등 환경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어 빛공해로 인한 환경문제 역시 천 현수막보다 적다. 서울특별시 노원구에서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전자게시대 12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계룡시△구리시△인제군△장성군△전주시△춘천시△충주시에서도 전자게시대를 도입하거나 계획 중이다.    

 

법을 준수하는 것은 공직자는 물론 시민들이 함께 지켜나가야 하는 의무이다. 선거철을 맞아 현수막 난립으로 인한 잡음이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건전한 현수막 게시를 위한 대책들이 종이호랑이에 그치지 않도록 실효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하은 기자 11haeun@hufs.ac.kr

이하은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