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들어서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외래종으로 인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이른바 ‘생태계 교란종’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생물 다양성 감소 및 경제적 손실 등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반려 외래종의 무분별한 방생에서 비롯된 결과다. 특히 이번 여름 생태계 교란종에 의한 피해가 다수 속출해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생태계 교란종 현황 및 원인△생태계 교란종 문제△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생태계 교란종 현황 및 원인
생태계 교란종은 외국에서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번식해 기존 생태계의 균형을 해치는 외래종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종은 총 19종으로 이는 국내 자연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돼 국가에서 지정한 생물이다. 우리나라 국립생태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과 2021년 사이 통관 단계에서 기록된 외래 생물 유입종은 3,460종에서 6,840종으로 늘어났다. 이 중 대다수는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외래 생물로 이들의 국내 유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생태계 교란종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해외에서 유입된 동물을 가정에서 기르다 관리 부담으로 인해 무책임하게 방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붉은귀거북과 늑대거북은 미국 혹은 캐나다의 습지에서 불법적으로 우리나라로 유입돼 가정에서 반려동물로 키워지곤 한다. 성체가 됐을 때 더 이상 가정에서 키울 수 없다 판단되면 사람들이 이들을 주변 연못이나 호수에 유기 및 방생해 해당 종이 생태계 전반으로 퍼진다. 실제로 지난 7월 인천 부평구의 한 공원에서 생태계 교란종인 늑대거북이 발견돼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즉 생태계 교란종의 증가는 국가 간 동물 거래의 증가와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희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며 발생한 결과다.
◆생태계 교란종 문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생태계가 파괴되고 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태계 교란종은 천적이 거의 없어 토종 동식물을 쉽게 밀어낼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토착종과 △서식지△식량△햇빛과 같은 자원을 두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기존의 토착종을 멸종의 위기로 몰아가게 된다. 일례로 붉은귀거북은 △물고기△수생곤충△양서류 등 거의 모든 생물을 먹는 잡식성으로 토종어류와 수생 생물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키우다 방생되는 붉은귀거북의 경우 우리나라 토종 거북인 남생이와의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남생이의 개체 수가 급감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KBS 뉴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부산 시민공원 연못에서 수십 마리의 붉은귀거북이 발견된 바 있다. 이처럼 생태계 교란 문제는 단순히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일상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다음으로 생태계 교란종은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로 농업 및 어업 손실액이 연간 수천억 원을 넘기며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하거나 어획량이 저하되는 등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태계 교란종 중 하나인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주변의 모든 잎을 갉아 먹어 농작물 수확량을 감소시켜 농가의 소득을 악화시킨다. 중도일보의 인터뷰에 따르면 서산시 수석동에 거주하는 김 씨는 “집 앞 벚나무 및 농가가 며칠 사이 다 갉아 먹혀 초토화됐다”며 교란종으로 인한 생계 불만을 토로했다. 더불어 “아이들이 밖에 나가는 것도 꺼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일상 속 불편함을 전했다. 또한 어업 피해 측면에선 생태계 교란종인 큰입배스(Largemouth bass)가 토종어류의 치어와 성어를 가리지 않고 포식해 토착 어종 개체 수를 급격히 감소시킨다. 실제로 큰입배스는 먹이 경쟁과 서식지 점유를 통해 어종 다양성을 떨어뜨리며 이로 인해 일부 내수면에선 토종 △붕어△잉어△참붕어 등의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어민들의 어획량 감소로 직결돼 어업 소득이 줄고 장기적으론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인한 관광업 손실도 막대하다. 지난 6월 인천 계양산과 서울 은평구 일대를 중심으로 붉은등우단털파리(이하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며 지역 관광지와 상업시설이 큰 타격을 받았다. 등산 명소인 계양산 산책로와 정상 전망대에 벌레떼가 몰려들어 △계단△난간△휴게시설을 덮고 있어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의 야외 활동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불쾌함을 느낀 방문객들의 인증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며 관광지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충청남도 천안의 병천천에선 생태계 교란종인 미국가재가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미국가재는 토종 가재를 비롯해 수생 곤충과 어린 물고기 등을 포식해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며 녹조 발생 가능성까지 높인다. 이러한 생태 변화는 배나 낚시 및 수자원 환경 체험 관광과 같은 지역 관광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야 할 방향
생태계 교란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문제인 만큼 국내에서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한 활동 역시 비교적 활발히 진행돼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차원에서 생태계 교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 6월 강원도 양양군은 지역 생태계 보호를 위해 생태계 교란 생물 제거 사업을 추진했다. 양양군 이외에도 지난여름 우리나라의 여러 지자체는 하천 변과 마을 도로변 등 주요 서식지를 중심으로 교란 생물 집중 제거 작업을 진행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며 국가 간 교역이 급증함에 따라 생태계 교란 문제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적인 반려동물 무역과 상품 유통이 활성화되며 외래종의 유입이 쉬워진 만큼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과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례로 지난 6월 동아오츠카(주)는 안양시와 협업해 안양천 일대에서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 활동을 진행했다. 홍성호 동아오츠카(주) 상무는 서울타임즈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활동은 지역사회 문제해결이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안양시와 임직원이 함께한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생물 다양성 보존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로 세종시설관리공단은 지난 4월 세종호수공원 일대에서 시민들과 함께 ‘생태계 교란 어종 포획’ 행사를 진행했다. 블루길(Blue gill) 및 큰입배스 등의 외래 어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 신청을 통해 6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으며 지정 구역에서 포획 활동을 수행했다. 캠페인(Campaign)을 통해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생태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면 생태계 회복과 해결 방안 마련에 있어 의미 있는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소연 세종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생태계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 활동으로 시민의 환경 의식 제고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공원 생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반려 생물 방생 문제 역시 절대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다. 생태계 교란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가정집에서의 방생인 만큼 이에 대한 교육 역시 필요하다. 우선 일반인들은 어떤 생물이 생태계 교란종인지 잘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 외대학보에서 우리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90%가 어떤 생물이 생태계 교란종 인지 잘 모르거나 개략적으로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태계 교란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일례로 관광지나 카페에서 관상용으로 흔히 보는 ‘핑크뮬리(Pink muhly)’는 환경부가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한 외래 식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성 등급이나 위해 요소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자연 경관의 일부로 받아들이거나 무심코 심어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전국적으로 약 10만여 제곱미터의 핑크뮬리가 공원이나 도로변 등에 퍼져 있음에도 지자체에선 방문객 유치를 위해 군락지를 조성하거나 식재를 지속하는 곳이 있다. 이러한 심각성에 대해 송옥주 국립생태원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태 교란종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하며 시민들의 관심과 인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방 차원에서의 제도적 정비 역시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외래종이나 생태계 교란종을 방생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가벼운 처벌이 아니지만 사실상 방생자를 발견하고 처벌하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기에 여전히 가정에서의 방생은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식물에 대한 규율 및 보호가 선진화된 호주의 경우 자연 및 종 보호 위반에 대해 우리나라와 달리 고액의 과태료뿐 아니라 강도 높은 징역을 규정한다. 특히 심각한 위반의 경우 최대 8억 원의 벌금 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규정할 정도로 엄격한 처벌을 집행한다. 현재 생태계 외래종 즉 생태계 교란종이 야기하는 문제는 일견 단편적으로 보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선 △경제△사회△환경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속적인 관심과 민관 협동을 통한 예방적 조치로 추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확실한 실천이 필요한 때다.
임재언 기자 11jae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