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최된 제3차 한중 해양협력대화에선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 수역에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구조물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중국은 지난 2018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선란 1호 및 2호를 서해에 설치했으며 지난 2022년엔 석유 시추 설비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했지만 어업양식 시설이라 주장하는 상황이다. 현재 서해 지역은 한중 간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이번 갈등 역시 이러한 경계 미확정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구조물 설치가 한중 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에 대해 강준영 우리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장 및 국제지역대학원 국제지역전략학과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Q1. 중국이 서해에 설치한 구조물은 정확히 어떤 것이며 각각 언제 설치되었나요?
중국 정부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불법 구조물을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은 심해 어업 양식 시설이라며 2018년과 2024년 선란호를 설치했습니다. 또 지난 2022년엔 관리 시설이라며 석유 시추 설비 형태의 구조물도 무단으로 설치한 상태입니다. 한중 어업협정에 의하면 잠정조치수역에선 어업과 항행을 제외한 어떤 행위나 시설물 구축은 불법입니다.
Q1-1. 선란 관리 시설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특히 중국이 선란 관리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구조물은 헬기 착륙장까지 있는 고정식입니다. 이 시설은 1982년 건조돼 중동에서 사용하다가 폐기된 석유시추선을 개조한 것으로 높이 74m에 폭 86m 무게는 9,000톤이 넘습니다. 현재 중국은 이 고정 시설에 10여 명을 상주시키면서 선란호기를 관리하고 있으며 다른 선박을 감시하는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습니다.
Q2.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서해 잠정조치수역에선 어떤 규칙과 절차가 적용되나요?
현재 우리나라의 서해 지역은 한중 간 해양 경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해 대부분 수역은 ‘바다의 국경선’인 경계선이 정해져 있지만 양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중첩된 부분에 대해선 2001년 한중 어업협정을 통해 경계 획정을 유보하고 잠정조치수역으로 설정해 양국이 공동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지역은 어업이나 항행*** 이외의 다른 어떤 행위도 금지되며 조업 조건과 구역에 대한 사전에 협의와 통보가 요구됩니다.
Q3. 중국은 서해 지역에 지속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해 왔는데 이전의 주요 설치 사례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중국은 지난 2008년에도 서해에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우리나라 정부 항의를 받고 철수한 바 있습니다. 또한 2022년 석유 시추 설비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했을 때도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중국은 활동을 잠시 중단했지만 이후 시설물들을 확대개조하며 규모를 키워나갔습니다.
Q4. 중국이 서해에 구조물을 지속적으로 설치하는 근본적 목적은 무엇인가요? 또한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이득과 달성하려는 전략적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국은 1982년부터 해양 강국 건설의 계획을 세웠으며 시진핑 체제가 시작된 2012년부턴 해군력 증강과 더불어 해양 권력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를 자국의 영토로 선포해 아세안국가들과 충돌을 빚고 있으며 미국은 남중국해 지역이 항행의 자유가 있는 공해(public sea)란 입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단 입장이기 때문에 양국 간 갈등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서해 역시 중국의 입장에선 해상 지배력 확대의 요충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서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려는 서해 내해화(內海化) 작업을 통해 한반도 주변에서의 해상 영향력 확대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군사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억지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서해 지역에서 해상 지배력을 확대해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군사적으로 한미 연합작전 능력을 억지하겠단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도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Q5.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에 대한 우리나라 양국의 입장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이미 30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계선 획정 시 국제적 관례인 양국 해안선의 중간선을 경계로 하는 ‘등거리 원칙’을 적용해야 한단 입장입니다. 반면 중국은 영토 면적과 해안선의 길이 등 각종 사항을 고려해 경계를 정해야 한단 ‘형평의 원칙’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형평의 원칙은 국제사회에서 거의 통용되지 않고 있고 중국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국제관례에 따른 경계 획정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Q6. 중국의 서해 지역 구조물 설치가 향후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는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향후 구조물을 늘리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구조물 철거 요구나 중국 영해로의 이전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구조물 주위에 안전지대를 설치해 중간 수역에 중국 구조물과 인공섬이 조성되고 그곳에 중국 군사시설이 들어선다면 이는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또 다른 안보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군의 활동이나 한미 연합 훈련 역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Q7. 우리나라 정부가 현재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달 24일 열린 제3차 한중 해양 협력 대화에서도 우리나라는 중국이 서해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통해 영향력을 넓힌 것처럼 서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해양 영토 확장을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향후 중국이 이를 근거로 실효적 지배****를 주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서해 해양주권 보호법’ 관련 국민 동의 청원에 우리나라 국민 약 8천 명이 동의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중국은 어업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선란을 앞으로 2~3년 내 최대 12기까지 늘려나갈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관리 시설’도 추가 설치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한중간에는 잠정조치수역에서의 어업 행위를 놓고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의 조업 어선이 양국이 합의한 수치를 크게 넘어서는 위반 행위를 계속하고 있기에 여기에 기존 동경분으로 설정된 중간선을 임의로 124로 변경해 설정하고 정례적인 해상 훈련을 물론 중러 연합 훈련까지 진행하는 등 군사 활동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Q8. 현재 서해 갈등 상황에서 중국이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국은 서해가 우리나라의 수도권이 인접해 있고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최대 안보 요충지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정말로 어업활동에 필요한 것이라면 어업협정에 따라 협의를 진행해야 하며 불법 구조물이라면 철거를 하거나 적어도 중국 영해 내에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의 증폭은 양국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단 해양경계획정 체결에 양국의 적극적인 협의 추진과 함께 중국 정부의 이성적 판단을 기대합니다.
Q9.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어떤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한중 어업협정이 명시한 잠정조치수역은 서해를 우리나라와 중국이 평화롭게 이용하고 관리하는 수역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독자적 행동은 단순한 어업활동을 넘어 양국의 경계 미획정 수역에서 실질적인 해상 지배력을 확대하는 ‘회색 지대’ 전술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차적으로 △우리나라의 맞대응 차원에서 비슷한 시설을 건설하고△외교적으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재발 방지 약속도 받아내는 등 적극적으로 다양한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타적경제수역: 유엔 해양법 조약에 근거해서 설정되는 경제적인 주권이 미치는 바다 영역
**잠정조치수역: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해역
***항행: 배나 비행기 따위를 타고 항로 또는 궤도를 다님.
****실효적 지배: 국가가 토지를 유효하게 점유하고 구체적으로 통치하여 지배권을 확립하는 일
*****북방한계선(NLL-Northern Limit Line):1953년 8월30일 UN군 사령관이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동서해 해역에 설정하고 현재까지 유지되어 온 남북간의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
한영빈 기자 09young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