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몇 초 만에 글이 뽑혀 나오는 세상이다. 나의 글을 쓴다는 건 꽤나 정성을 요하는 일이 됐다. 이런 시대에 살아가는 내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내게 글쓰기는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으며 동시에 절망을 주는 대상이기도 했다. 어릴 적엔 글쓰기 이전 글씨를 적는 걸 좋아했다. 그림을 그리듯 한 자 한 자 적은 내 이름 석 자를 보며 나라는 개체의 유일성을 실감했다. 항상 내 머릿속은 생각으로 꽉 차 있었고 꺼내고 싶은 말도 많았으므로 이를 글로 풀어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얀색 연습장을 까맣게 채워가며 세상에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것에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타인이 내 글을 읽는다는 건 내 속내를 들킨다는 기분이 들게 했고 여러 수행평가와 과제 속에 자잘히 평가된 나의 글을 보며 울적하기도 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바쁜 전공 공부와 여러 활동으로 어느새 글과 멀어지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독서량이 낮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느 순간 내 이야기가 됐고 당장의 과제 수행을 위해 적어 내려간 글들만이 남았다. 바뀐 진로와 함께 점점 글과 멀어지던 중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외대학보에 지원하게 됐다. 학보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쓰는 곳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한 편의 기사를 완성 해낸다. 책임을 요하는 글을 써본 것은 처음이라 때론 중압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하나하나씩 발행된 기사를 만날 때면 내 마음속에도 뿌듯함이 쌓여갔다. △1112호의 축소된 FLEX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FLEX 센터와 학생종합지원처에 전화를 드렸던 일△1114호의 인상된 등록금 취재를 위해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던 일△1115호의 총학생회 인터뷰를 위해 공청회에서 질문을 했던 순간들은 쑥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기자가 됐음을 실감하게 했다.
서서히 외대학보의 기자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진 지금 이번 학기의 마지막 발행인 1117호의 마감을 앞두고 있다. 추위와 함께 잠을 청했던 학보사실의 공기도 어느새 후덥지근하게 바뀌었다. 학보 활동을 하며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보내고 싶다는 나의 말처럼 어느새 학보사실은 지친 통학생인 나에게 머무를 장소가 됐다. △비슷한 고민을 나누며 친해진 112기 동료 기자들△유쾌한 111기 선배 기자들△글의 완성도를 높여주시는 부장단△언제나 든든한 편집장님과 함께한 왁자지껄했던 마감 시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돼가는 중이다. 글쓰기라는 나의 오랜 친구와 다시 만나게 해주어서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준 외대학보에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