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99호에서는 유사 학과 통폐합으로 인한 수업권 보장 문제와 폐과된 학과 소속 학생들이 겪은 피해에 대해 다뤘다. 당시 외대학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폐합 이후 불편을 겪은 학생들이 95.7%에 달하며 대다수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통폐합 이후 약 3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통폐합 학과의 현주소△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통폐합 학과의 현주소
우리대학은 지난 2023년을 끝으로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의 통번역대학과 국제지역대학의 8개 학과를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의 유사 학과와 통폐합했다. 당시 학생들은 △교강사 부족△수업권 미보장△원활한 학과 생활 불가 등의 문제로 불편을 겪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번역 및 국제지역대학 학생회에서는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학교에 개선을 요구했으나 통폐합이 진행된 지 약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학생들의 불편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이다. 통폐합 이후 전공 수업 수가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대학 설캠 학생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통폐합된 학과 중 설캠 유사 학과에서 전공 수업을 들었을 때 전공 학점으로 인정되는 학과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지난해부터 학교 측이 글캠 교수진의 소속을 설캠으로 옮기면서 글캠에서 들을 수 있는 전공 수업마저 줄어들었다. 일례로 글캠 독일어통번역학과의 경우 김백기 교수의 소속이 설캠으로 변경되며 1학년 전공필수 과목인 ‘문법과텍스트이해2’ 수업이 지난 2024년 분반 3개에서 이번 해 1개로 줄었다. 이에 대해 독일어통번역학과 재학생 A 씨는 “군대에 다녀오니 분반이 없어져서 전필 과목 하나를 고정해두고 시간표를 구성하다 보니 불편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지난 5일 글캠 통번역대학 학생회 ‘피날레’(이하 피날레)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통번역대학 재학생 B 씨는 “필수 과목의 분반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졸업이 1년 미뤄졌다”라며 “설캠에서의 분반 증설이나 유사 교과목 인정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통폐합 이후 졸업 요건이 이전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개설되는 전공 수업의 수는 통폐합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학점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학생들이 졸업 요건을 채우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실제로 앞선 피날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음 해 1학기 수강 신청 이전 전공 잔여이수학점이 41학점 이상이라고 답한 학생이 약 53%에 달했다. 아직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해 들어야 할 전공 수업이 많은 학생이 다수임에도 개설 과목 수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통번역대학 재학생 C 씨는 “통번역대학의 졸업 학점이 150학점으로 타 학과보다 높은데 수업이 충분히 열리지 않아 졸업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가장
시급하게 요구되는 개선책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체 수강 인정 제도의 확대다. 앞선 피날레의 설문에서도 ‘수요가 뚜렷한 과목만 개설하고 나머지는 유사 학과 교과목을 전공 학점으로 인정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4.6%를 차지해 학생들이 모든 과목의 무리한 유지보다 현실적인 대체 이수 방안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단국대학교의 경우 천안캠퍼스와 죽전캠퍼스에 각각 설립돼 있던 법학과를 통폐합하면서 천안캠퍼스 법학과 학생들의 소속을 죽전캠퍼스로 옮겨 이들이 죽전캠퍼스에서 전공과 교양 수업을 모두 이수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우리대학 역시 통폐합된 학과의 유사 전공 교과목을 전공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졸업 요건의 경우 근본적으로는 학생 수요에 맞춰 전공 수업의 개설 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교강사 확보 및 예산 문제로 실현되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졸업 이수 학점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도 유사 학과로의 전과 시 졸업 학점 완화에 찬성하는 응답이 80.2%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개설 과목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졸업 요건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캠퍼스별 수업 개설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졸업 요건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통폐합 후 3년이 지났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통폐합 당시 학교 측은 폐과된 학과에 재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수업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재학생들은 수업권 보장이란 단순히 졸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과목만 개설하는 것이 아니라 통폐합 이전과 마찬가지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선택권까지 포함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과 통폐합이 단순히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소외된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과 공동체가 실질적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서영 기자 12seoyo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