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해외에서 다닌 경험은 내게 해외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남겼다. 자연스럽게 대학에 입학하면 꼭 교환학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난 지난해 여름방학에 친구를 따라 인도네시아 데폭(Depok)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대학교(Universitas Indonesia)로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오게 됐다. 눈에 띄는 언어 실력 향상을 이루진 못했지만 현지에서 직접 언어를 사용해보며 말레이·인도네시아어 자체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귀국한 뒤 원어민 교수님의 전공 수업을 듣는 것이 전보다 훨씬 재밌게 느껴졌다. 이때부터 전공 국가의 문화나 역사를 배우는 것보다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고 익히는 경험을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말레이시아 교환학생을 지원했고 지난 학기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 위치한 말라야 대학교(Universiti Malaya)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를 보냈다.
말라야 대학교에는 교환학생들을 위한 버디(Buddy) 동아리가 있었다. 현지 학생들은 교환학생들의 버디가 돼 △시내 탐방△언어 교환△체육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했고 나 역시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서 현지 친구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나라 교환학생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다 같이 말레이시아 국내외 여러 곳을 여행하기도 했고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며 타지에서의 일상을 함께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랑카위(Langkawi) 여행이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건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다 보니 이전에 없던 도전 정신이 생겨 공휴일에 말레이시아 북쪽에 위치한 휴양지 랑카위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출발하기 전까지도 걱정과 후회가 가득했지만 막상 도착한 랑카위는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었다. 매일 밤 해변에서 바라봤던 석양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지내는 동안 주변 국가로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단언컨대 호주 시드니다. 평소 자연을 좋아하지 않아서 블루마운틴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푸르고 광활한 숲과 그 위의 붉은 석양을 바라보는 순간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듯한 벅찬 감정을 느꼈다. 본다이 비치(Bondi Beach) 앞 잔디밭에 누워 팝송을 들으며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순간도 잊을 수 없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저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6박 8일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학기 중에는 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말레이시아에서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하며 평소 좋아했던 여행을 다니다 보니 낯선 환경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이나 우울한 감정도 잊을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있을 때는 우리나라로 귀국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돌아와 학기가 시작되니 말레이시아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며 또 다른 경험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배현아(아시아·마인어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