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권 상실제도 구하라법, 부모의 역할과 책임을 재조명하기 위해선

등록일 2024년09월11일 18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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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6년이란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구하라법이 잘 시행되기 위해선 △주요 내용과 입법 과정△법적 배경과 사회적 반응△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구하라법이 부모의 책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한 어떤 사회적 기대와 우려가 있는지 박희호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와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자.

 

Q1. 구하라법이 통과된 배경과 주요 목적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이미 △대양호△세월호△천안함 사건 이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보상금△보험금△연금 등을 수령할 의도로 상속권을 주장하는 사례가 발생해 그 제한에 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후 구하라 사건을 계기로 그녀의 이름을 딴 민법 개정안이 발의돼 이번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주요 목적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크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상속인에 대하여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Q1-1. 구하라법이 기존의 상속 법 제도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기존에도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경우 상속결격 사유로 구분돼 상속인이 되지 못하도록 했으나 어린 자녀를 부양하지 않거나 학대하는 등의 경우엔 별도의 제한을 가하는 규정이 없어 상속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구하라법에 관련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게 됐습니다.

 

Q2. 법안의 주요 내용 중 자녀의 상속권에 대한 규정은 어떤 방식으로 변경됐나요?  

기존의 상속순위 및 범위 등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규정에 의거해 상속권을 갖게 되더라도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 해당 권리를 박탈해 상속이 발생하지 않거나 상속된 재산을 반환할 수 있다는 점이 추가됐습니다.

 

Q3. 부모의 상속 책임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예상되는 법적 또는 실질적인 변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부모가 상속을 받기 위해선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학대 등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합니다. 부양의무를 불이행하거나 자녀를 학대한 부모는 해당 법률에 따라 상속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혼한 부모로 하여금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을 촉진하거나 학대를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Q4. 구하라법은 유류분 제도**를 개선해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고 부모의 상속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선이 실제로 상속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현 유류분제도에 따르면 예를 들어 구하라 씨(이하 구 씨)가 유언을 통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오빠에게 증여한다고 했어도 생모는 구 씨 오빠보다 상속순위가 앞선 직계존속이므로 상속권을 갖고 있어 그 상속재산의 3분의 1을 반환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유류분 규정이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등의 경우에 적용된다면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한단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번 민법 개정으로 구하라법에서 양육 의무 등을 위반한 상속인은 해당 지위가 박탈돼 유류분권도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사안에 적용해본다면 구 씨의 생모는 상속권을 상실하게 되고 다음 순위인 구 씨의 오빠가 상속인 및 유류분권자가 되게 됩니다. 

 

Q5. 구하라법의 시행은 오는 2026년부터이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일인 지난 4월 25일 이후 발생한 상속 사건에 대해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구하라법은 오는 2026년에 시행되지만 헌법불합치 결정은 일종의 위헌결정으로 그 결정이 있었던 지난 4월 25일부터 유류분에 관한 조항은 적용이 중지됩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같거나 유사한 사안에 대해선 입법을 기다려 그에 따라 소급해 재판해야 합니다. 그러나 구하라법은 그 개정 내용이 헌법불합치 결정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지기에 곧 개정될 유류분에 관한 조항과 동일한 시기에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4월 25일 이후에 상속이 발생한 사건 즉 피상속인이 사망한 상속 관련 사안에 대해선 2026년 이전이더라도 구하라법이 적용되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 4월 25일 이후에 자녀가 사망했고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부모가 상속권을 주장해 재산과 관련한 등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다른 공동상속인 등이 상속권의 상실을 가정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 재산은 다시 상속재산으로 반환됩니다.

 

Q6. 구하라법이 상속 절차와 권리 명확화를 통해 △상속 절차를 개선하는 방법△이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상속인의 권리 보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구하라법은 상속결격 사유에 의해서가 아닌 피상속인의 유언이나 공동상속인 등의 청구에 의한 가정법원의 판결로 상속권을 박탈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하기 위해선 그 상속인에 대한 상속 상실의 청구를 하고 가사소송법의 절차에 따라 상속재산을 보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상속권의 박탈은 피상속인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중대한 범죄 행위가 인정돼야 합니다. 그에 대한 판단은 결국 가정법원이 내리게 됩니다. 

 

Q7. 구하라법이 통과되면서 기존의 법적 원칙이나 판례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부당하게 상속을 주장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어 상속과 관련한 국민의 법 감정에 합치하는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과를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종래의 법적 원칙이나 판례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Q8. ‘구하라법’과 비슷한 사례가 외국에서 통과된 적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입법의 방식은 다르지만 △독일△미국△오스트리아(Austria)△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와 유사한 법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Q9. 앞으로 구하라법이 상속 관련 법률 외에도 장기적으로 가정법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부적절한 경우에 상속인의 상속권이나 유류분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해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유언의 의도)가 보장되고 보다 건전한 상속제도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Q9-1. 구하라법의 규정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또한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나 절차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상속권을 상실시키기 위해선 상술한 것과 같이 소송을 해야 합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죠. 이는 당연히 분쟁의 가능성을 높인 것입니다. 상속인들 사이에 분쟁이 더 많아질 것이며 관련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구하라법의 도입은 타당해 보입니다. 결국 상속권의 상실 여부는 법원이 공정하게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큰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피상속인: 상속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자

**유류분제도: 상속인의 지위를 취득한 자로 하여금 피상속인의 임의적인 재산처분에도 불구하고 그 상속재산에 대해 최소한의 상속분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유류분권: 상속인들이 여럿 있을 때 각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정한 비율만큼은 물려받을 수 있는 권리

 

 

정소희 기자 09sohe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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