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설계융합전공, 유의미한 전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등록일 2026년09월16일 15시0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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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지난 2017년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을 도입했다. 도입 첫해 3명이던 승인자 수는 지난해 15명까지 꾸준히 늘어왔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은 학생이 스스로 전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선례의 부족△전공 설계와 승인 과정의 모호함△수강 신청의 어려움 등의 문제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의 현황△학습자설계융합전공의 문제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의 현황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은 우리대학 모든 학과와 국내외 학점 인정대학에서 개설한 교과목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해 이수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전공 이수 제도다. 이 과정에서 전공과목은 물론 교양과목까지 조합해 새로운 전공을 만들 수 있기에 독창적인 진로 설계가 가능하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은 지난 2017년 3명에서 지난해 15명까지 승인자가 늘어나며 그 규모를 키워왔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매해 9월 신청 공고가 올라온 이후 △전공 교과목 및 구성에 대한 학과별 면담△학습자설계 신청서 작성 및 학사종합지원센터(이하 학종지) 제출△융합전공운영위원회 심의△심의 승인 및 결과 발표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우리대학 1학년 2학기 이상 재적생이면서 기존 학습자설계융합전공 승인 이력이 없는 학생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이때 기존 학과나 융합전공과 유사한 설계는 승인되지 않으며 부전공으로는 이수할 수 없다. 또한 전공명에 특정 학과 명칭을 반영하거나 학위명에 설계한 전공을 반영하려면 반영하고자 하는 전공을 21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은 기존 공급자 중심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학문 탐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리대학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학종지는 외대학보와의 인터뷰에서 “2개 이상 학과의 교과목을 조합해 기존 단일 전공 교육과정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구축할 수 있다”라며 “급변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자기만의 진로 설정에 있어 차별성과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의 장점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학습자설계융합전공으로 전공을 설계해 정치경제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우리대학 재학생 A 씨는 “정치경제철학 전공은 타 대학에는 있지만 우리대학에는 없는 전공으로 세 학과의 커리큘럼이 연계되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가 클 것이라 판단해 설계했다”라며 “원하는 로드맵대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며 원하는 진로 분야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갖고 공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습자설계융합전공으로 Francophonie*경제학 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우리대학 재학생 B 씨는 “기존 전공 커리큘럼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배우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라며 “기존 커리큘럼에서 나아가 지역학과 더불어 경제학도 탐구하고 상경학사까지 취득할 수 있어 좋다”라고 전했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의 문제점

그러나 글캠 학종지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을 중도 포기한 학생은 7명이다. 이는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이 △선례의 부족△전공 설계와 승인 과정의 모호함△수강 신청의 어려움이라는 허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선례의 부족이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은 참고할 선례와 정보가 부족해 설계 단계부터 혼란을 겪는다. 또한 이 전공이 학계나 실무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 가늠할 객관적인 기준이나 정보가 부족하다. 선배들의 설계 승인 사례 등 기초적인 행정 가이드는 있지만 이수 후 실제 사회 진출이나 커리어 연계로 이어진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성과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B 씨는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만든다는 점이 학업적 강점이지만 처음에는 정보의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A 씨 역시 “설계 방향이 맞는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해 고민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전공 설계와 승인 과정의 모호함도 허점으로 꼽힌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 가이드북에 따르면 전공 설계 시 설계한 전공의 총 학점은 60에서 75학점으로 구성돼야 하며 △고급△기초△중급 과목을 적절하게 포함시켜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적절함의 기준이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아 전공을 설계하는 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학점 교류 제도를 통해 국외 대학에서 이수한 과목의 영문 명칭이 우리대학의 국문 교과목명과 어떻게 매칭되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국외대학 커리큘럼을 활용한 선례가 거의 없어 승인 여부를 가늠하기도 힘들다. 또한 학위명에 대한 정확한 지침도 마련돼 있지 않아 학종지에 자문을 구해도 관련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야 알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나아가 기이수 과목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글캠 학종지에 따르면 “기이수 과목 인정에 대해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연관성이 있다면 전공 학점을 인정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학습자설계융합전공 가이드북에 따르면 설계 심사 전에 이수했던 과목을 설계에 포함해도 되지만 ‘가급적 최소화’하라고 안내돼 있다. B 씨는 “이미 경제학 과목으로 21학점을 이수한 상태라 반려가 되지 않을까 불안했다”라고 말했다. 글캠 학종지는 위와 같은 모호한 기준에 대해 ‘교과목 간 융합성의 부족’과 ‘과목 이수의 불확실성’이 심사 반려가 되는 이유라고 답했으나 이 역시 설계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수강 신청의 어려움도 크다. 과목이 기존 설계대로 개설되지 않거나 수강 신청 경쟁에서 밀려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으로 이수하는 과목은 모두 자유선택과목(이하 자선)으로 분류되고 매 학기 말 자선으로 수강한 과목에 대해 이중전공으로 이수 구분 변경 신청해야 이중전공 학점으로 인정되는 체계로 운영된다. 그러나 자선으로 수강 신청을 하게 되면 이중전공생으로서의 수강 신청 자격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중 및 부전공생보다 후순위로 수강신청에 참여해야 한다는 불리함이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과는 본전공생과 이중전공생 대상 과목을 분리해 타과생의 수강 신청을 막고 있어 해당 과목을 신청하기 위해선 학과 사무실에 직접 연락해야 한다. 학종지도 이러한 학과 차원의 수강 제한으로 발생하는 이수 과목 변경 요청이 빈번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은 중도 포기 시 일반 학과와 달리 이중전공에서 부전공으로 변경할 수 없어 이중전공으로 학점을 인정받지 못하면 기존 취득 학점이 모두 자선 학점이 되고 전공심화로 전환된다는 문제도 나타난다. 촉박한 이수 기간도 부담을 더한다. B 씨는 “3학년 2학기 종료 시점에 전공 승인을 받아 남은 1년 안에 모든 필수 학점을 채워야 했고 주요 커리큘럼의 과목이 특정 학기에만 고정 개설돼 휴학조차 자유롭지 않다”라고 답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이 유의미한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선례와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일례로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의 경우 학생설계전공 개발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학생에게 전담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개발비를 지원하며 전공을 완성한 학생들의 경험은 성공 수기 공모전으로 공개해 후속 설계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대학 전공설계지원센터도 매해 5월과 9월 학습자설계융합전공 설명회를 열어 제도와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전공자의 실제 전공 설계 사례 발표와 가이드북을 통해 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직접적인 설계 과정에 대한 컨설팅과 교수 승인 과정을 위한 지원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아 학생들의 직접적인 설계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우리대학은 학생 교류 워크숍 ‘HUFS 융합전공 커뮤니티’를 처음으로 운영해 학습자설계융합전공자들 간 이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한 바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이 실제 전공 설계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1:1 전공 설계 상담을 고도화해 승인된 전공명과 이수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한다면 선례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공 설계와 승인 과정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의 융합전공위원회는 학습자설계융합전공 심의 시 핵심 평가 기준으로 △교육과정 구성의 실현 가능성△진로 및 학업 계획과의 연계성△학문적 타당성 및 융합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기준이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안내돼 있지 않으며 구체적인 커리큘럼 역시 모호한 상황이다. 이에 관해 글캠 학종지는 “설계 단계에서 컨설팅 교수의 평가와 의견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형화된 평가 기준표를 마련해 피드백을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례로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의 학생설계전공은 △전공설계2△종합설계△학생자율연구 등을 전공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두고 신청 자격으로 학점 평균 3.3점 이상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놓았다. 이외에도 기이수한 과목을 전공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에 대한 기준 역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절성’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구체적인 필수 과목 등 커리큘럼을 명확히 하면 실현 불가능한 설계를 미리 방지하고 완성도 높은 전공 설계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수강 신청 단계에서 학습자설계융합전공 학생의 수강권을 보호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는 학습자설계융합전공으로 승인된 과목에 한해 해당 학과와 조율해 수강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와 성균관대학교 등 타 대학에서도 학생설계전공 이수 학생에게 승인 교과목에 한해 전산상으로 전공생과 동등한 수강 신청 자격을 부여하거나 학과 간 협조를 통해 정원 외 우선 수강을 승인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이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과 학생들의 관심이 함께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학습자설계융합전공이 활성화돼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주체적으로 탐구할 수 있길 기대한다.

 

*Francophonie: 프랑스어를 의사소통 언어로 사용하는 나라와 지역을 통틀어 부르는 말.

 

 

이정윤 기자 13jungyo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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