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철학자 헤르베르트 마르쿠제(Herbert Marcuse)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회와 권력에 의해 사고가 통제되고 있다. 특히 그는 정치공학자와 대중매체가 제한된 선택지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개인이 이를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고 봤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치적 양극화이다. 정치적 양극화란 정치적 견해의 차이가 서로에 대한 적대감으로 변질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마르쿠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관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반복해서 접하면서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는 일차원적 사고 역시 양극화를 강화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이고 반대 의견을 비합리적이거나 적대적인 것으로 규정하면 정치적 선택의 폭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극화는 선거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대표제에선 한 명의 후보만 당선되기 때문에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 중요해지며 후보자 간 경쟁이 과열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중도적인 정책보다 지지층의 감정을 자극하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세우기 쉽다. 결국 유권자에게는 제한된 선택지만 제시되고 그 밖의 정치적 가능성을 논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마르쿠제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질서와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포퓰리즘과 미디어 역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포퓰리즘은 사회를 순수한 민중과 부패한 엘리트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사고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자신과 다른 집단을 배제하게 된다. 여기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정치인들은 ‘우리’와 ‘그들’의 구도를 적극적으로 강화한다. 시민들 역시 자신과 비슷한 의견의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신념을 더욱 강화한다. 마르쿠제가 대중매체를 비판한 이유도 이와 연결된다. 그는 대중매체가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욕구를 가져야 하는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유권자는 스스로 자유롭게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인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정보 환경과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사고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와 시민의 태도를 함께 변화시켜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정당의 득표율이 의석수에 정확히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한다면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의회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시에 시민들도 한쪽의 정보만 받아들이기보다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비교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
마르쿠제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적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도를 개선하고 시민이 다양한 의견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통제된 사유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자유로운 선거는 단순히 투표할 자유가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와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유까지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장은솔 기자 12eun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