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안전망’인가 ‘합법적 재테크’인가… 추납 제도의 구조적 허점과 보완 과제는

등록일 2026년09월16일 15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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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이 1개월에 불과한 외국인이 119개월 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후납부(이하 추납)해 평생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사례가 알려지며 국민연금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과거 고소득층 사이에서 소위 합법적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연금 추납 제도의 허점이 이번 외국인 수급 사례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을 해치는 근본적인 수급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31일부터 외국인 추납 신청 시 국내 실거주 여부를 엄격히 검증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아울러 내국인을 포함한 추납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개편할 계획이다. 이번 논란으로 드러난 국민연금 추납 세태의 구조적 모순과 제도적 보완점에 대해 장인봉 신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와 함께 살펴보자.

 

 

Q1. 국민연금 추납 제도란 무엇인지와 도입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민연금 추납 제도는 과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던 기간의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해 그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는 제도입니다. 불가피한 사유로 보험료를 수년간 납부하지 못한 경우 다시 국민연금 가입자가 된 이후 해당 기간 동안의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업과 폐업 또는 출산과 육아와 같은 사정 등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공백이 발생한 사람들에게 노후 소득 보장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Q2. 최근 논란이 된 외국인 추납 사례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례는 ​추납 제도의 구조와 외국인의 국내 거주 기간을 확인하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최소 120개월의 가입 기간을 채워야 노령연금 수급권이 발생하는데 현행 제도상 과거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최대 119개월까지 추납이 가능하기에 보험료를 1개월 납부한 뒤 최대 119개월을 추납한다면 120개월의 수급 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의 경우 과거 추납 대상 기간 판단 시 외국인 등록과 체류 자격이 유지됐는지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결국 실제 국내 체류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도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추납 기간으로 인정되며 논란의 사례가 발생한 것입니다.

 

Q3. 해외에서는 외국인의 공적연금 수령 시 발생할 수 있는 편법이나 형평성 논란에 대해 어떻게 규제하고 있나요?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법 제233조에 근거해 사회보장협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최소 6분기의 가입 실적​이 있는 경우 협정 상대국의 가입 기간을 합산해 연금 수급 자격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약 상대국 가입 기간을 합해 수급권을 취득하더라도 미국이 지급하는 연금은 미국에서 실제로 가입한 기간에 기초해 산정됩니다. 즉 미국 제도의 핵심은 수급 자격을 위해 가입 기간은 합산하되 급여는 자국에서 실제 기여한 부분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일본 역시 국민연금법 제9조에 근거해 단기간 가입한 외국인이 출국한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추면 탈퇴일시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해외 거주 연금 수급자에 대해서는 주소 변경 신고와 매년 수급자격 확인 절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4. 내국인 사이에서 추납이 재테크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었던 원리가 궁금합니다.

이는 얼마나 많은 보험료를 냈는지보다 얼마나 많은 가입 기간과 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저소득 가입자의 납부액 대비 연금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도록 설계된 소득재분배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는 납부액 대비 수익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추납 기간이 실제 가입 기간과 동일하게 인정된다는 점이 추가됩니다. 결국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로 과거의 긴 공백 기간을 복원하면서 가입 기간과 연금액을 동시에 늘릴 수 있었던 구조 때문에 연금 재테크로 활용될 여지가 있던 것입니다.

 

Q5. 추납 제도를 이용한 편법 외에도 발생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구조적 허점이 있나요?

추납 제도의 문제를 넘어 가입부터 수급 이후 관리까지 국민연금의 전체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120개월 수급 요건의 ‘절벽효과*’입니다. 단 한 달 차이로 노령연금 수급권이 결정되므로 추납이나 임의 계속 가입이 결합한 마지막 몇 개월의 납부는 비정상적으로 큰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됩니다. 둘째로 노동시장의 격차가 연금 격차로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보험료를 분담하는 사업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전액 부담해야 하므로 소득과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가입 공백이 생겨 일자리의 격차가 노후 소득의 격차로 이어집니다. 셋째로 선택적 가입에 따른 형평성 문제입니다. 유리한 시점에 가입하거나 과거 기간을 한꺼번에 복원하는 선택권이 지나치게 넓게 주어지면 장기간 성실하게 납부한 가입자와의 형평성을 해칩니다. 넷째로 해외 수급자에 대한 사후관리 문제입니다. 해외 장기 거주자의 사망이나 신분 변동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정기적인 생존 및 수급 자격 확인 체계를 더욱 세밀히 운영해야 합니다.

 

Q6. 외국인 대상 규제 강화만으로는 사회보험의 본질적 형평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 이유와 규제의 한계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논란의 핵심은 국적 자체가 아니라 짧은 실제 납부 기간에 장기간의 추납을 결합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구조에 있기 때문에 외국인만 규제해서는 근본적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규제의 기준은 국적보다는 △실거주 기간△실제 가입 및 기여 기간△전체 가입 기간에서 추납이 차지하는 비중 등 객관적인 요소로 설정해야 합니다.

 

Q7. 정부가 상호주의 원칙을 추납 제도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상호주의는 ​상대국이 우리 국민에게 보장하는 사회보장 권리를 고려해 우리도 그 나라 국민에게 상응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원칙입니다. 이는 우리 국민에게 추납과 유사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의 국민이 국내에서는 폭넓게 추납할 수 있는 데 따른 형평성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저는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상호주의는 반드시 필요한 기본 원칙이지만 궁극적인 기준은 국적이 아니라 실제 가입과 기여에 상응하는 연금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Q8. 추납 기간에 한해 재분배 요소를 배제하고 본인 기여분에 비례해서만 연금을 산정하도록 개편하자는 제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러한 제안에는 공감하지만 추납 기간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개인소득과 함께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반영해 저소득 가입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도록 설계된 사회보험이며 노후 빈곤을 완화하고 소득재분배에 기여합니다. 불가피한 생활상의 사유로 발생한 가입 공백을 복원하는 것은 사회보험이 보호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에 모든 추납에 대해 재분배 요소를 없애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면적인 재분배 요소 배제보다는 추납 기간과 사유를 고려한 차등 적용을 검토해야 합니다.

 

Q9.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추납 제도 개편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국민연금 추납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최소 실제 납부 기간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일정 기간 이상 실제 보험료를 정기 납부하도록 규정해 사회보험의 기여 원칙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추납의 사유와 규모에 따른 차등화가 필요합니다. 불가피한 사유로 발생한 가입 공백을 충분히 보호하되 장기간 또는 대규모 추납에 대해서는 보험료 산정 방식이나 소득재분배 혜택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과 혜택 제도를 확대해야 합니다. 추납은 과거 보험료를 낼 경제력이 있는 사람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취약계층은 추납할 여력조차 없어 사각지대에 남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업 혜택 등 지원을 강화해 가입 공백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Q10. 국민연금이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는 국민연금의 공정성 확보에 달려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외국인 추납 논란도 특정 국적이나 일부 극단적인 사례에 대한 분노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실제 기여와 보호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결국 국민연금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성△사회적 연대△지속가능성입니다.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충분히 보호하며 그 부담을 미래 세대에 과도하게 떠넘기지 않는 것이 국민연금이 사회보장제도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벽효과: 특정 임계치를 넘는 순간 수치나 상태가 급격히 변하는 현상.

 

 

송송희 기자 13songhui@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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