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신용카드 대금의 일부만 갚고 나머지를 다음 달로 이월하는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하 리볼빙)과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갚는 후불결제 서비스 의존도가 함께 커지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리볼빙을 이용하는 청년들의 월평균 이용금액은 이들의 월평균 카드 소비액보다도 높다. 두 상품은 신용도가 낮은 사회초년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용이한 접근성으로 인해 사회초년생들은 갚아도 줄어들지 않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년 소비자신용 현황△청년층의 소비자신용 취약점과 원인△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자.
◆청년 소비자신용 현황
소비자신용이란 △금융기관△생산자△판매업자가 최종 소비자에게 자금을 대부하거나 대금 지급을 유예하는 행위다. 할부 판매와 신용카드 거래 모두 소비자신용에 속하며 이 중 리볼빙과 후불결제가 청년층의 소비자신용 이용도를 높이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일에 대금의 일부만 갚고 나머지를 다음 달로 이월하는 서비스다. 리볼빙을 통해서 이번 달 지불해야 할 카드 대금 중 최소금액만을 결제하고 그 다음 달에 카드사와 개인신용평점에 따라 차등 적용된 수수료를 추가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5년 청년 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리볼빙을 이용하는 청년 25만 6,906명의 월평균 이월 금액은 326만 원으로 이 중 20%는 500만 원 이상을 이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대출 연체 상태에 놓인 청년 8만 4,847명 가운데 82%가 90일 이상 장기 연체 상태로 청년 54%는 최근 1년 사이 생활비 부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더욱이 대출을 7개 이상 보유한 경우 청년층이 13.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다중채무 문제 역시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볼빙 이용 규모가 커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월된 빚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시기 확산한 또 다른 소비자신용 서비스로는 후불결제가 있다. 카드사가 이자를 받아 진행하는 리볼빙과 달리 후불결제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금융 플랫폼 자체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다. 후불결제는 2010년대 미국에서 △어펌△애프터페이△클라르나 같은 핀테크 기업들이 대중화시켰고 이후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결제 옵션으로 도입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포춘코리아에 따르면 미국 Z세대 3,000만 명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제도를 지난 2023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소액후불결제업무’라는 정식 금융업으로 제도화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과 별개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단순 결제로만 인식될 뿐 대출이라는 감각 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 플랫폼 토스의 후불결제는 연체 원금에 대해 연 12%의 연체수수료를 일할 계산해 부과하고 있다. 다른 사업자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연체 시 수수료가 누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리볼빙과 마찬가지로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층의 소비자신용 취약점과 원인
높은 물가에 신용도가 부족한 청년들은 리볼빙과 후불결제 이용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해 비정규직의 비율이 32%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현재 청년층이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12.8개월에 달한다. 리볼빙과 후불결제는 엄격한 신용 조건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 기반이 불안정한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가입 조건에서 직장 확인이나 소득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가입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만큼 청년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정부의 규제 사각지대는 청년층이 리볼빙과 후불결제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하 DSR)*규제를 시행하면서 카드론**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결제성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는 이 규제망에서 제외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 6월 6조 7,288억 원으로 3월 이후 넉 달 연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은 3,192억 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카드론 규제로 인해 일명 ‘돌려막기’ 현상이 리볼빙으로 몰리며 더 큰 풍선효과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구조와 다크패턴***역시 부담을 체감하기 어렵게 만든다. 리볼빙과 후불결제 모두 이용 시점에 총상환액이나 총이자를 명확히 고지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리볼빙은 최소결제금액만 내면 연체로 등록되지 않으며 후불결제는 결제 즉시 대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이용 시점에 총상환액이나 총이자가 명확히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S 카드사의 리볼빙 시뮬레이션은 최대 1개월까지만을 제공하며 실제 부담되는 금리보다 낮은 비율로 눈속임을 하고 있다. 후불결제 역시 사사용자가 쉽게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페이 머니나 포인트 잔액이 부족할 때 충전 결제 외 후불결제가 기본 선택 메뉴로 활성화돼 있는 경우가 포착됐다. ‘2024 전국민 금융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평균 금융 이해력 점수는 62.6점으로 전 국민 평균인 65.7점 보다 낮았다. 청년들의 금융이해력이 낮은 만큼 서비스 구조와 다크패턴에 특히 취약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20대 청년 A 씨는 “리볼빙 서비스를 알고 있으나 고금리 대출만큼 고민이 필요한 사항인지 알지 못했다”라며 “여유가 생겼을 때 전부 결제하자는 생각을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신용도가 낮아 일반 금융 상품을 이용하기 힘든 청년들을 위해 새로운 신용 측정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 ‘업스타트’는 △고용△직업△학력 형태와 같은 다양한 변수를 활용해 차주의 상환위험을 평가한 뒤 이를 대출 실행기관과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기관투자가에 연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에도 대안신용평가시스템 대신 금융 전문 기관의 검토 과정을 추가해봄 직하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리볼빙과 후불결제 서비스를 대출 총량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 지금처럼 리볼빙과 현금서비스가 DSR 규제 밖에 머무는 한 카드론을 규제할수록 청년을 포함한 취약차주*****가 오히려 더 비싼 부채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호주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후불결제 사업자도 카드사와 마찬가지로 이용자의 상환 능력을 심사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했다. 심사 문턱을 낮춰 접근성을 유지하는 것과 상환 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양립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도 리볼빙과 현금서비스를 DSR 산정에 단계적으로 포함하거나 최소한 일정 금액 및 기간 이상 이용한 차주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환 능력 재심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리볼빙과 후불결제 서비스의 위험도를 사용자에게 알리기 위해 상품 정보 공시를 강화 해야 한다.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서 “리볼빙 신청 시점 1년 뒤 상환해야 할 총액을 시각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리볼빙 신청 및 이용 시점마다 △총상환액△총이자△완제까지 걸리는 예상 기간을 시각적으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해봄 직하다. 후불결제 역시 결제 순간 이것이 대출과 같은 성격의 신용거래임을 명확히 고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은 신용카드 리볼빙에 대해 지속 부채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이용자가 18개월에서 36개월 동안 계속 최소결제금액만 납부하며 원금이 줄지 않는 상태가 이어질 경우 카드사가 의무적으로 개입해 강제 상환 계획을 제공해야 하며 이에 불응하면 카드를 정지해야 한다.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소비자신용을 떨어트리는 리볼빙과 후불결제로 청년들의 가계대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들이 현명한 금융 생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Debt Service Ratio): 대출을 받는 사람의 연간 총소득에서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신용카드사에서 카드 회원의 신용도와 이용 실적에 따라 별도의 담보나 보증 없이 제공하는 장기 대출 상품
***다크패턴(Dark Pattern): 온라인 환경에서 사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여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 기술을 금융 서비스와 결합하여 기존 금융 업무를 혁신하는 기술 및 서비스
*****취약차주: 한국은행 채무자 분류 기준에 따라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렸으나 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아 부실 위험이 매우 큰 취약 채무자.
이나연 기자 12na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