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Aufbruch’는 사전적으로 출발이나 떠남을 뜻하지만 무언가를 깨뜨리고 열어젖힌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새로운 곳으로 향하기 위해선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야 하고 때로는 당연하게 여겨온 것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외대학보 1119호 역시 익숙하게 존재해 온 제도와 사회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며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여러 Aufbruch를 담았다.
먼저 4면에서는 대학 교육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은 원격수업의 명과 암을 다뤘다. 외대학보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3%가 원격수업을 수강할 의향이 있다고 밝힐 만큼 학생들의 선호도는 높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대학의 원격수업 개설 수는 서울 주요 대학들과 비교해 적은 편이며 수동적인 수업 방식과 낮은 몰입도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단순히 강좌 수를 늘리는 데 그치기보다 실시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결합한 블렌디드 강좌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학습 방식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
7면에서는 청년층의 소비자신용 문제를 살펴봤다. 생활비 부담과 불안정한 소득 속에서 리볼빙과 후불결제에 의존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높은 수수료와 복잡한 서비스 구조는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일부 서비스가 대출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소비자가 이를 충분히 인지하기 어렵고 규제의 사각지대까지 존재한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청년 개개인에게 현명한 금융 생활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상품의 위험성을 명확히 알리고 상환 능력을 고려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 청년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9면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국민연금 추납 제도의 구조적 허점을 다뤘다. 국민연금 추납은 실직이나 경력 단절 등의 이유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사람에게 가입 기간을 복원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짧은 가입 기간과 장기간의 추납을 결합해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가 또 다른 불공정을 낳는다면 그 취지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적이나 일부 사례에 대한 비판에 머무르기보다 실제 기여와 보호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제도를 정교하게 보완해 국민연금이 지켜야 할 공정성과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Aufbruch가 의미하는 출발은 단순히 처음의 한걸음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익숙한 방식에 의문을 품고 바꿔야 할 것을 바꾸며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움직이는 과정 역시 출발이다. 이번 1119호에 담긴 기사처럼 제도는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끊임없이 보완돼야 하며 때로는 우리에게도 익숙함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 학기 각자의 자리에서 익숙함을 조금씩 깨뜨리고 자신만의 Aufbruch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장은솔 기자 12eunsol@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