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을 보고] 일상 속에 공존하고 있는 괴물에 대하여

등록일 2026년06월10일 20시5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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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괴상한 형체를 한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세 가지 시선에서 비추며 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은 사건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괴물의 정체를 의심하지만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그 판단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첫 번째 시선은 아들 미나토(麦野湊)를 걱정하는 엄마 사오리(早織)의 시선이다. 어느 날부터 달라진 아들 미나토의 행동을 보며 사오리는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확신한다. 상처를 입고 돌아온 아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모습 과 담임교사 호리(保利)에 대한 미나토의 이야기는 엄마의 입장에서 학교가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며 호리가 아들을 괴롭히는 가해자라고 받아들여진다. 학교 측이 반복하는 형식적인 사과 역시 사오리의 의심을 더욱 키운다.  

 

두 번째 시선은 교사 호리의 이야기이다. 사오리의 시선 속에서 무책임한 교사처럼 보였던 호리가 사실은 오해와 편견 속에 놓인 인물임이 드러난다. 그는 담당 학생 요리(依里)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 막으려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체벌 교사라는 낙인을 뒤집어쓰게 된다. 학교는 호리네 반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보다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하고 호리는 학부모와 여론의 비난 속에서 점점 고립돼 생각이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마지막은 영화의 진실에 가장 가까운 미나토의 시선이다. 영화를 감상하며 마음속으로 굳게 “아이들의 입장을 들어야 진실을 안다”라고 생각했고 우린 이 시점에서 비로소 미나토와 요리의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 어른들이 학교폭력과 문제 행동으로 해석했던 사건들 뒤엔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던 두 아이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나토의 시선은 앞선 두 시선이 놓치고 있던 진실을 드러내고 어른들의 편견과 오해가 아이들을 얼마나 외롭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지막에 드러난 미나토와 요리의 이야기이다. 영화 내내 감춰져 있던 두 아이의 관계는 순수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규정하기 때문에 결국 가장 순수한 존재인 아이들이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그렇기에 두 아이가 함께하는 장면들은 따뜻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나 먹먹한 상황이다.  

 

영화에서 말하는 괴물은 특정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재단하는 시선과 태도가 영화가 말하는 괴물에 가깝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은 누군가를 미워하고 이해하는 것을 반복하다 마침내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진실을 깨닫게 된다.  태풍이 지나간 뒤 함께 들판을 달리는 미나토와 요리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괴물이 두려웠고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괴물이라 불릴 수밖에 없었던 미나토와 요리는 온갖 오해와 상처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았다. 부디 그 아이들만큼은 행복하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작품이다.  

 

 

강수현 기자 12soohye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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