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를 바라보며

등록일 2026년06월10일 21시0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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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마지막을 참 싫어했다. 정이 많은 탓일까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사람들△익숙했던 환경들△특유의 공기와 느낌을 다시는 못 느낀다는 사실이 늘 참 아쉽고 머릿속엔 슬픔으로 가득 차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런 순간이 지금이다. 일 년간 12번의 밤을 새고 △마감△조판△회의의 치열한 과정을 거치며 정들었던 외대학보를 떠나는 마지막의 순간 말이다. 학보사실의 오래된 의자에 앉아 정적에 잠긴 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니 밤새 활자와 씨름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번 외대학보 1117호는 종강을 앞둔 학우들의 다양한 고민과 사회적 사안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먼저 3면 준기획에선 잠시 학교를 떠나 있는 휴학생들이 겪는 소외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자의 목표를 위해 휴학을 선택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속감이 저하되거나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들에 대해 학교 차원의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기를 바란다.

 

이어진 4면 기획에선 최근 늘어나는 협업 활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서울캠퍼스 공유 학습 공간의 현황과 문제점을 다뤘다. 공모전이나 팀 프로젝트 등 학생 간의 학술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음에도 교내 학습 공간은 운영 시간과 편의성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로 인해 학생들이 교외 카페를 찾으며 금전적인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만큼 쾌적한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 방향이 조속히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7면 심층에서는 졸업 유예나 추가 학기를 선택하며 이른바 ‘대학 5학년’을 자처하는 대학생들이 급증하는 현상을 다루었다. 단순히 취업 준비뿐만 아니라 대외활동과 이중전공 이수 등 다양한 이유로 학교에 더 머무르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선택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그에 맞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9면 학술에선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를 통해 노후 인프라 관리의 취약점을 분석했다. 노후 시설물의 도면이나 내부 상태를 확인할 정밀 데이터베이스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과 여러 업체가 관여하는 다층적 공공 공사에서의 안전 책임 문제를 짚어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정밀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철거 과정에서의 예상치 못한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12면에선 스포츠 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대학 김기남 선배님의 인터뷰를 담았다. IT 운영 업무뿐만 아니라 회계 업무까지 스스로 영역을 확장하며 구조 전반을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일화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포츠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선 단지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확고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인터뷰 내용 역시 머지않아 사회로 나아갈 내게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학우들에게 학내외의 다채로운 소식과 깊이 있는 생각거리를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교열을 보던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을 것 같다. 때로는 마감 압박과 책임감에 짓눌리기도 했지만 늘 곁에서 묵묵히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함께 고생해 준 △부장단△차장기자들△112기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이라는 순간은 삶의 매 길목마다 늘 찾아오기 마련이다. 후회 없이 아름답게 모두에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마지막이기에 지금의 헤어짐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또 앞으로 걸어나갈 길 위에서도 언제나 이처럼 아름다운 마지막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단단한 용기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남겨질  외대학보 사람들과 우리 외대학보의 앞날이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해봄 기자 11haebo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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