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늘 고심하던 내게 교환학생은 의심할 여지 없는 확신으로 다가왔다. 난 지난 1월 아일랜드(Ireland)에 도착해 지금까지 코크대학교(University College Cork, 이하 코크대)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생활하고 있다. 코크(Cork)는 수도 더블린(Dublin)에 이어 아일랜드 제2의 도시라 불리지만 인구는 23만 명 남짓이며 그중 3만 명 이상이 대학생인 전형적인 대학 도시다.
학기 초 내게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은 학생회에서 주최한 ‘리프레셔즈 파티(Refresher’s Party)’였다. 모두가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열린 분위기 덕분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차를 빌려 아일랜드의 서쪽 끝 딩글(Dingle)로 떠나기도 했다. 오직 초원에서 아기 염소를 보기 위함이었다. 링 오브 케리(Ring of Kerry)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대서양의 푸른 바다가 맞닿은 해안선을 달리는 기분은 거대한 해방감을 선사했다. 코크 인근의 미들턴(Midleton) 위스키 증류소를 방문해 아일랜드인의 자부심인 아이리시 위스키도 체험하고 타이타닉 호의 마지막 기항지인 코브(Cobh)를 찾아 역사 속 한 장면에 서 보기도 했다. 모허 절벽(Cliffs of Moher)을 마주했을 땐 대서양의 웅장함에 압도돼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일랜드만의 독특한 풍경이 매 순간 마음을 사로잡았다.
학업 외 시간엔 학교의 훌륭한 인프라를 활용했다. 코크대에선 동아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학교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으로 간단히 동아리에 가입할 수 있으며 일정표를 통해 활동 일정을 확인하고 자유롭게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도전하고 싶어 △등산△뜨개질△모터스포츠△스쿼시△클라이밍 등 다양한 동아리에 참가했다. 스포츠클럽은 학교 체육관인 마다이크 아레나(Mardyke Arena)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무료로 참여할 수 있었다.
아일랜드를 논하며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더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U2 등 세계적인 락밴드의 고향답게 거리 곳곳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펍 문화가 발달해 있어 매일 어디서나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특히 코크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로리 갤러거(Rory Gallagher)가 성장한 도시라 시립 도서관엔 그를 기리는 음악 도서관도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선 기타를 빌려 연주하거나 음반을 감상할 수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사서 분께서 한국에서 왔다는 내게 우리나라 포크(Folk) 음악 서적을 직접 찾아 주셨고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소개해 주시기도 했다.
지난 몇 달간의 생활은 내가 스스로 규정해 왔던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스스로 정해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했던 난 그런 일들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남은 시간 동안은 아직 가보지 못한 아일랜드 곳곳을 탐험할 계획이다. 아일랜드로 출국하기 전 내 목표는 뒤돌아보지 않고 아일랜드와 작별할 만큼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지금의 난 훗날 이곳을 자주 그리워하게 될 것을 직감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의 기억은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삶의 파도 앞에서도 날 지탱해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윤고은(일본·일언문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