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아시아·베트남어 12) 크리에이터는 우리대학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하고 호치민 사범대학교(Ho Chi Minh City University of Education)에서 수학하며 전공 전문성을 다졌다. 우리대학 재학 시절 베트남 현지인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언어·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며 활동을 시작한 김혜리 크리에이터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글로벌 크리에이터 ‘체리 혜리(Cheri Hyeri)’로 자리매김했다. 나아가 △각종 방송 출연△공공기관 및 기업 협업△네이버 한국어 강의 제작△베트남어 교재 출판 등 전방위로 영역을 넓히며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열정 넘치는 도전으로 독보적인 콘텐츠 세계를 펼쳐가는 김혜리 크리에이터를 만나보자.
Q1. 우리대학 베트남어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새로운 언어에 흥미가 많아 영어와 중국어를 넘어 특별한 언어를 배우고자 생소했던 베트남어과를 택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취업 경쟁력 같은 현실적 이유 역시 무시할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제 삶과 커리어를 이어주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Q2. 우리대학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내향적인 성격이라 모임에서 중심적인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관심 있는 수업만큼은 깊게 파고들며 학교생활을 즐겼습니다. 특히 베트남 유학 이후 언어 실력과 자신감이 크게 늘어 전공 수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동기들은 저를 ‘베트남어를 잘했던 친구’로 기억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3학년부터는 학과 조교로서 학과 구성원들의 소통을 돕고 다양한 학과 업무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종종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학 시절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Q3. 호치민 사범대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하셨는데 유학 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활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유학 시절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생생하고 즐거웠습니다.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함께한 모든 수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실전 회화를 통해 제가 애정하는 베트남어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동기들과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평범한 시간들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베트남 현지 날씨와 음식까지 저와 잘 맞아 즐거웠습니다. 전체적으로 베트남이라는 국가에 대한 애정도 훨씬 깊어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귀국 후에도 저를 학업에 매진하게 만들었고 현재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Q4. 우리나라와 베트남을 잇는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교 4학년 때 과 선배가 운영하는 베트남어 유튜브 채널의 뜨거운 반응을 접하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막연히 품어온 유튜버라는 꿈을 이제는 실현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습니다. 때마침 학과 조교 시절 언어 교환 프로그램으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요즘 베트남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정말 많다”라며 응원해 줬습니다. 이에 힘입어 전공어인 베트남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영상을 제작했고 교육 영상이 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채널의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이후 저는 교육 콘텐츠를 넘어 저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채널로 나아가고자 ‘체리 혜리(Cheri Hyeri)’로 채널명을 바꿨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뷰티△일상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Q5. 크리에이터로서 추구해 오신 채널의 정체성 또는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지금의 제 채널은 제 ‘성장 다이어리’입니다. 대학생에서 크리에이터로의 성장과 △독립△연애△결혼까지 지난 10년의 모든 순간이 영상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초기에는 ‘베트남어를 잘하는 한국인’ 또는 ‘우리나라 언어·문화를 알려주는 사람’이 제 정체성이었다면 이제 제 채널은 저라는 사람의 삶과 관심사 그리고 변화를 함께 지켜보는 공간입니다. 앞으로도 하나의 주제에 저를 제한하기보다는 순간마다 제가 살아가는 모습과 관심사를 솔직히 기록하며 시청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채널이 되고 싶습니다.
Q6.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현지 문화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큰 비결은 일상적으로 SNS 콘텐츠를 접하는 것입니다. △유튜브△틱톡△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의 콘텐츠를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현지 친구들과의 오랜 교류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현지에서 화제가 되는 유행이나 표현을 현지 친구들이 먼저 알려주기도 하고 제가 현지 트렌드에 대해 직접 묻기도 합니다. 10년 넘게 채널을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감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영상 반응을 꾸준히 살핀 덕에 시청자가 어떤 콘텐츠에 재미를 느끼고 무엇에 공감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오랫동안 현지의 콘텐츠와 사람들 가까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저만의 노하우입니다.
Q7. 공공기관이나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와 활발히 협업하고 계십니다. 이때 양국의 문화와 정서를 고려해 특별히 신경 쓰시는 요소들이 있나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운 표현일지라도 베트남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둡니다. 특히 뷰티 콘텐츠에서는 피부색이나 외모와 관련된 민감한 표현을 신중하게 검토합니다. 양국의 사회적 분위기 역시 자연스럽게 신경 쓰게 됩니다. 우리나라 크리에이터로서 가져야 할 무게감을 알기에 민감한 사건이나 이슈가 발생한 시점에는 콘텐츠 내용을 한 번 더 점검합니다.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활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인들이 현재 어떤 감정과 분위기 속에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언어·문화 크리에이터로서 겪는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두 나라 사이에서 활동하다 보니 양국의 관계나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특히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는 평소처럼 콘텐츠를 올리는 것조차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하게 됩니다. 악성 댓글로 인한 고충은 오히려 적습니다. 과거 한 베트남인이 조회수를 위해 베트남 문화에 편승하는 우리나라 크리에이터들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게시물에 제 사진도 함께 포함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청자분들께서 먼저 나서서 “체리 혜리는 절대 그렇지 않다”라며 저를 변호해 주셨습니다. 시청자들도 크리에이터가 현지 문화를 단지 하나의 소재로 소비하는지 혹은 진심으로 아끼는지 다 알고 계십니다.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며 진정성 있게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Q9.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 가는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혼인 문화를 소개하고자 친오빠와 제가 신랑과 신부 역할을 맡아 결혼 화보를 촬영했던 콘텐츠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편하게 부탁할 사람이 오빠뿐이었고 유쾌하게 촬영에 임했지만 촬영 중에는 ‘둘 다 각자 결혼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어른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널 초창기부터 함께해 준 오빠 덕분에 시청자 반응과 조회수가 모두 좋았던 콘텐츠였습니다. 이제는 둘 다 가정을 이뤄서 당시 영상은 저희 남매의 젊은 한 시절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이 돼 더욱 애착이 갑니다.
Q10. 글로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시청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한 모습을 마주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 영상을 보며 한국어를 공부해 통역사나 교사가 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제 영상을 보며 자란 분이 인플루언서가 돼 행사장에서 인사를 건네 온 경험도 있습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을 꾸고 삶을 일구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뿌듯합니다. 제가 성장하는 동안 시청자들도 각자의 삶에서 함께 성장해 왔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크리에이터로서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습니다.
Q11. 앞으로의 계획 또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크리에이터는 여전히 제가 사랑하는 직업이지만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자유로운 만큼 불확실성이 큰 직업이라는 것도 많이 느꼈습니다. 가정을 이룬 지금은 안정적인 삶도 중요한 가치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크리에이터 활동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 10년이 ‘체리 혜리’로 성장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경험을 발판 삼아 또 다른 모습의 저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Q12. 마지막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저 역시 취업 준비 시기에 불확실성을 안고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한두 해만 부딪쳐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도전이 10년이 넘는 커리어가 됐습니다. 물론 모든 도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20대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방향을 찾기에 충분히 젊은 시기입니다. 특히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있다면 완벽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우선 콘텐츠를 제작해 세상에 보여주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일에 최대한 도전해 보는 우리대학 후배들이 됐으면 합니다.
이정인 기자 13jeong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