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는 청년 노동에 무급 또는 최저시급 미만의 대가를 주는 등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지 않을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인턴·현장실습의 경우 교육과 경험이란 명분 아래 청년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정당화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열정페이가 만연해진 요즘, 우리학교 재학생은 열정페이와 같은 부당한 대우로부터 자유로운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살펴보자.
◆작아지는 청년 노동의 가치
청년 노동의 큰 문제는 노동력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단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는 근로조건의 기준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근로기준법 제77조엔 고용주가 근로자 △가사△관계없는 업무 종사△혹사 등을 시키지 못하도록 명시돼있다. 열정페이는 △대학원 조교△실습현장△아르바이트△인턴 등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즉, 청년에게 열정페이와 같은 노동력 홀대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국가 과학기술자문회의와 생물학연구정보센터를 포함한 6개 전문연구정보센터는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원생 중 62%가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0시간이 넘고 29%는 공식적인 휴가를 쓰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생 40%는 연구 외 다른 업무량이 많다고 답했다. 또한 조교 활동을 통해 받는 월 급여는 100만 원에서 125만 원 정도다.
교육부가 조사한 청년노동실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4만5,221명의 대학생이 현장실습에 참여했지만 55.5%인 8만580명이 30만 원 미만의 실습비를 받았다. 이처럼 청년 노동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보편적인 세태가 돼버렸다.
◆우리학교의 상황
윤재식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진로취업지원센터(이하 진취센터) 담당(이하 윤 담당)은 “개인적으로 지원하는 기업 인턴과 달리 학점 인정이 되는 학교 프로그램인 현장실습은 최저시급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KOTRA)의 경우에도 현장실습 최저시급이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학교는 6개월 실습 참여 학생에게 인턴 지원금 300만 원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이후 현지에서 매달 300달러씩 총 1,800달러를 준다. 이 같은 학생 임금에 관한 사항은 국제교류팀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윤 담당은 “비록 현장실습 임금이 최저시급을 충족하진 못해도 이는 실습생에게 좋은 경험이 되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달 9일부터 12일까지 총 4일간 외대학보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청년 노동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인 노동력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곳은 주로 어디였냐’는 질문에 60%가 ‘아르바이트’를 답했으며, ‘인턴·현장실습’이 33.3%로 그 뒤를 이었다. 부당한 대우 유형으론 ‘근무량보다 부족한 임금’이 50%로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뒤이어 ‘과도한 업무’와 ‘담당 업무 외 지시’가 각각 18.8%와 12.5%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중 51.3%가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계속 일을 한 경험이 있거나 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론 △경험을 쌓기 위함△대체 가능 업무 기회 희박△자금·생활비 부족△중도 퇴사 후 불이익 걱정 등이 있었다.
현재 취업 준비 중인 김동현(상경·경제 17) 씨는 “인턴 당시 업무량보다 노동 환경과 급여가 매우 좋지 않아 도중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져 부당한 대우에 문제 제기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조해원(아시아·태국어 16) 씨 또한 “이번 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채용 기회와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의 기회가 감소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인턴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 청년 노동 조건 해결책
지난달 14일,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7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무급이나 저임금 속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대학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습지원비 지급을 의무화했다. 경험이란 명목으로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열정페이란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현장실습 여건도 개선했다.
우선 혼재된 현장실습 개념을 명확하게 정한다. 학기 단위로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현장실습학기제를 표준과 자율로 구분했다. 새로 생긴 개념인 표준 현장실습학기제는 표준 운영기준에 따라 실습이 운영된다. 실습지원비 지급 의무와 실습 △양식△요건△운영 절차 등에 표준화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정부는 표준 현장실습학기제 실적을 대학 정보공시 대상으로 해 재정지원사업 등의 평가지표로도 삼을 방침이다. 기업체에 출근해 실제 직무를 수행하는 현장실습은 표준현장실습에 해당한다. 표준현장실습은 교육시간을 고려해 참여 학생에게 시간당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실습지원비로 지급해야 한다.
체험이나 관찰 방식의 현장실습은 자율현장실습에 해당한다. 자율 현장실습학기제는 유급을 원칙으로 한다. 단 대학이 마련한 교육과정을 수업의 일환으로 수강하거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엔 제한적으로 무급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업무 중 학생이 경험한 부당한 대우는 여전히 존재한다. 앞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무 시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을 때 도움을 준 대상으로 직장 내 상사가 60%, 정부 기관이 40%를 차지했다. 도움을 요청했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변한 사람은 28.6%였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더라도 고용주 측에선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직장 상사가 도움을 줘 노무사를 통해 신고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단 의견도 존재했다.
글캠 진취센터 윤 담당은 “학생이 현장실습 시 경험할 부당한 대우를 예방하기 위해 양캠퍼스에 비상 연락망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학생은 필요한 경우 진취센터에서 △대면△메일△전화△카카오톡 계정 등을 통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른 시일 내 교육부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학교 규정을 보완할 예정이다.
김채현 기자 01chae@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