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정부는 극심한 전세난 타개를 위해 전세 대책을 발표했다. 서민 및 중산층 주거 안정을 목표로 향후 2년간 공공임대 전세 주택 약 11만 가구를 전국에 공급하겠단 것이 주 내용이다. 전세 수요 관리가 아닌 전세 주택 매물 확대에 집중했다. 이에 대한 찬 반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정부의 전세난 대책과 평가에 대해 알아보자.
◆해결되지 않는 전세대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한 전세가격으로 전세시장 우려의 목소리가 커 졌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종합주택 평균 전세 가격은 약 1억 8천만 원이다. 그에 반해 이번 해 10월 평균 가격은 약 2 억 원으로, 1년 사이 전세가격은 약 2천만 원 상승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0월 첫째 주 기준 192다. 이는 서울의 심각한 주택 공급부족 현상을 보여준다. 전 세수급지수는 전세에 대한 수요와 공급 사이 균형을 나타낸다. 이는 0~200 사이로 측정되는데 200에 가까워질수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 족함을 의미한다. 현재 서울은 인기 많은 전세 매물의 경우 제비뽑기를 통해 세입자를 정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이후부터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전세수요를 증 가시켰다고 설명한다. 이번 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바이러스감염 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며 전세난이 가속화됐다. 가구의 분화도 전세난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지난달 17일, 이낙연 더불 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년간 서울특별시 인구가 4만여 명 감소했음에 도 가구 수는 9만 6천여 가구 증가했다”며 1인 혹은 2인 가구 증가가 전 세매물 부족 현상을 심화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세난의 원인을 정부 정책 탓으로 보는 여론도 존재한다. 이들 은 이번 해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이 전세대란을 가속화했다고 본다.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부담을 느낀 임대인이 전세로 내놨던 주택에 실거주하며 전세매물이 감소했단 설명 이다. 이에 따르면 세입자 보호를 위해 개정된 법안이 오히려 임차인을 주택에서 내쫓은 형세다.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도 전세난에 힘을 실었 다고 말한다. 주택 자금 운용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는 전세 매물에 눈 을 돌려 전체 전세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공공임대 전세 공급에 집중한 정부
그동안 정부는 전세난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단기거래에 대한 부동 산 세제 강화△등록임대사업자 폐지△새 임대차법 시행 등 여러 대안을 발표했다. 투기 차단과 임차인 주거권 보장에 집중해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은 불붙은 전세대란을 잠재우는 데 역 부족이었다.
이에 지난달 19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서울특별시는 ‘서 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이하 11·19 전세대책)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공공임대 전세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향후 2년간 △서울 3만 5천△수도권 7만 1천△지방 7천여 가구의 임대주택 을 공급해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고 부족한 전세매물을 확충할 예정이다. 기존 공공임대 주택의 공실을 활용하거나 신축 다세대 등의 물량을 조 기 확보해 공공임대 전세매물을 공급하고자 한다. 해당 매물은 평균 전 세시세의 90% 가격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나아가 정부는 최장 30년까지 거주 가능한‘ 질 좋은 평생 주택’ 개념 을 도입했다. 또한 임대주택 거주 기회를 기존 저소득층에서 중산층까 지 확대하고 30평형에 달하는 중형주택 공급을 예고했다. 다음 해 하반 기부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실 상태인 △사무실△상가△숙박시설 을 개조해 1인 혹은 2인 주거공간으로 공급한다.
◆정부의 전세대책에 엇갈린 여론
지난달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1%는 11·19 전세대책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긍정적 응답은 39.4%로 집계됐다.
대책에 찬성하는 이들은 적절한 임시방편이라 평한다. 단기간 공공임 대 확대가 전세난의 원론적 해결 방안이 될 순 없지만, 전세가격을 잡기 위한 선제적 방안이란 것이다. 이번 대책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수도 권 주택 공급부족 사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 수요는 아파트에 집 중돼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11만 4천여 가구 공급 방안은 다세대 빌라 위주 물량이 대부분이다. 송승현 부동산 컨설팅 회사‘ 도시와경 제’ 대표는“ 수요가 있는 주택유형으로 전세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가격 안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이 시장수요와 맞지 않음을 비판한 것이다.
1인 혹은 2인 가구를 겨냥한 호텔 포함 숙박시설 공공임대화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2009년 5월 정부는 소규모 가구 대상 도 시형 생활주택 공급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공실 발생△부실 시설△ 주거환경 열악 문제를 야기했다. 이때 공공임대 주택 공급이 같은 문 제를 낳을 수 있단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부풀려진 전세시장에서 시세 90% 가격의 공공임대 주택이 공급되더라도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국민의 전세부담은 해소되지 않음을 지적했다.
◆전세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논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의 공공임대화가 이뤄져도 전세가격 부 담은 여전하단 비판에 공공주택을 적정가격으로 조정할 계획임을 밝혔 다. 이어 전세대책이 국민의 아파트 중심 수요와 맞지 않단 지적에 대해 선 이번 정책이 단기간 전세난을 해결할 최선이라 설명했다. 아파트 공 급 과정은 건설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빌라 중심의 매물 확충에 집중했 단 것이다. 또한 아파트 수요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파트와 비슷한 수 준의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라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이하 박 위원)은 정부 전세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선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물량△속도△지역 조 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은“ 매매시장엔 강한 규제가 안정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전세시장은 정부가 뾰족한 수를 내기 어렵다”며 앞 서 언급한 3가지 요소 충족을 목표로 한 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달 7일과 8일, 정부는 11·19 전세대책의 핵심 내용인 공공전세 설명회를 열어 공공전세 매입약정 공고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달 내로 공공임대를 활용한 공실 전세형 주택의 입주자를 모집한다. 정 부가 단기 전세수급 불안 해소를 위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전세난이 진정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대차 3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안이 포함된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을 핵심으로 한 법 안
김민주 기자 01minju@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