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우리나라에 불어올 바람

등록일 2020년12월01일 16시0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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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간으로 이번 달 3일,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이하 미 대선)가 치러졌다. 개표 막바지까지 이어진 경합 끝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이하 바이든)와 그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 후보(이하 해리스)가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번 미 대선은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미국과 동맹 관계에 놓인 우리나라에서도 누가 당선될 것이며, 어떤 결과가 우리나라에 유리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았다. 이에 △미 대선의 전개 및 특징△당선인 특징△한미 관계에 찾아올 변화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해 미 대선의 전개와 특징

이번 달 3일, 미 대선이 치러졌다. 개표 막바지까지 경합하며 재선에 도전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하 트럼프)과 바이든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다. 결국 이번 달 7일, 바이든과 해리스가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주에서 승리하며 당선이 유력해졌다.
이번 미 대선의 특징으론 △높은 투표율△우편투표 확대△트럼프의 재선 실패 및 불복 등이 있다. 선거는 66.9%로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당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편투표에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며 예측이 뒤집혔다. 미국 보도채널 ‘CNN’은 높은 투표율의 원인으로 유색인종·저소득층 투표율 상승과 미국정치 양극화를 꼽았다. 특히 선거 과정에 정파성이 강하게 작용해 양 진영이 결집했단 주장이 다수의 동의를 얻고 있다.
또한 이번 미 대선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우편투표가 확대 시행됐다. 본래 미국에선 △오리건주△유타주△워싱턴주 등 5개 주를 제외하곤 특정 사유가 있을 때만 우편투표가 허용됐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대다수의 주가 투표 당일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을 우려해 우편을 이용한 사전투표를 허가했다. 우편송달 마감 시간은 주마다 상이해 현지 시간으로 7일 이상 차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재선에 실패한 역대 미국 대통령은 총 44명 중 11명이다. 1929년 대공황 이후엔 △제너럴 포드△지미 카터△조지 하버트 부시 세 명뿐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28년 만에 ‘불행한 대통령 클럽*’의 새 일원이 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낙선 원인으로 △민주당 지지자 결집△백인 노동자의 변심△코로나19 사태 등을 꼽았다. 후보가 결정되고 대선전이 본격화됨에 따라 ‘반(反)트럼프’란 목적을 공유하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했단 것이 중론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백인 노동자 계층이 등을 돌린 것도 크게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문제 해결을 기대했던 백인 노동자 계층이 트럼프 정부에 실망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와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정부는 대체로 코로나19 상황 관리에 실패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건 위기가 도래했고 경제 문제가 이를 뒤따르며 유권자의 신뢰가 떨어졌다.
트럼프가 우편투표를 포함한 선거 과정 전반을 문제 삼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럼프는 패배가 확정되자마자 구체적인 소송 계획을 내놓으며 각 주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달 5일, 미시간주와 조지아주를 상대로 개표 중단을 청구했지만 늦은 소송 제기 시점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이어 이번 달 8일, 연방대법원에 선거 불복 소송을 걸었으며 펜실베니아주와 미시간주 등의 우편투표에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에 동의하며 행진집회를 추진했다. 하지만 국제 통신사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가 불복해도 선거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 바이든의 정치적 입장과 국제 관계

바이든은 △민주주의△인권△평화 등의 가치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여성△아시아계△흑인이란 당사자성을 가진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또한 △부유세 인상△적극적 난민 수용△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코로나19 국면과 관련해선 건강보험제도 보완과 추가 경정 예산 편성 등을 약속했다.
바이든은 다음 달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거친 뒤 다음 해 1월 20일에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민주당 내에서 중도 세력으로 분류되는 바이든은 정치적 결정에 있어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상원의원 출신으로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선호해 지도자로서의 결단보단 물밑 실무 접촉을 우선시하는 정치 기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달 9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기점으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존슨 영국 총리△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 바이든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은 다소 뒤늦은 이번 달 14일,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초유의 대선 불복 사태 속에서 외교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은 SNS를 통해 바이든 당선 확정을 축하하면서도 트럼프 정부와 맺은 협정 이행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이번 달 12일, 문 대통령은 바이든과 직접 통화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기도 했다.


◆ 우리나라의 기대와 우려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 관계에서 관심이 집중된 주제론 △대북 관계△대중 관계△방위비 분담 등이 있다. 이재묵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는 바이든의 과거 발언에 주목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동맹국 방위비 증액 요구가 동맹에 대한 갈취 행위라며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이전 정부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반해 좀 더 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한미 관계에 대한 우리나라의 외교 부담 역시 비교적 축소될 수 있다.
바이든이 대북 문제에 대해 소극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바이든이 부통령을 지냈던 버락 오바마(이하 오바마) 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 ‘전략적 인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바이든의 상원 외교위원장 경험을 언급하며 “오바마의 정책을 계승하겠지만 북한의 반응을 마냥 기다리진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에게 대북 문제가 최우선 관심사는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대북 문제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를 넘어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대중 관계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뜻밖의 부수 효과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관계를 임의적으로 조정하려들 수 있단 것이다. 이 경우 위안부 협상을 비롯한 한일 간 갈등에 미국의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외교적 목표 성취와 건전한 한미 동맹 유지의 병행을 강조했다. 더불어 “바이든과 트럼프 중 우리나라에 유리한 쪽을 단정하긴 어렵다”며 국익에 있어 객관적인 손익계산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불행한 대통령 클럽: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들을 이르는 말
**바텀업(Bottom-up): 실무진의 의견을 수합해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의사 결정 방식
***전략적 인내: 적극적 행동보단 경제적 압박을 가하며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이준성 기자 100leejs@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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