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 1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했다. 이에 금감원 내의 금융소비자보호처(이하 금소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또한 이번 달 4일, 신임 금소처장(직급 부원장)에 김은경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김 교수)가 임명됐다. 금감원 부원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한 금융시장을 목표로 하는 김 교수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법학과에 진학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법과 거리가 있는 언어학과에 입학했지만 ‘판사’란 고교 시절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을 마친 뒤 학교를 자퇴하고 재수를 해 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이에 전 독특하게도 1984년에 우리학교 서양어대에 한 번, 1986년에 우리학교 법대에 다시 한 번 입학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법학과 진학은 제가 인생에 잘한 일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Q2. 대학 생활 중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나요?
우리학교 사법고시반인 ‘의향재’의 일원이 돼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난관이 많았습니다. 변명 같긴 하지만 어머니를 일찍 여읜 장녀로서 살림과 함께 고시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지도교수의 조교 생활을 하며 학문의 길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이후 지도교수의 독서와 연구 습관을 배우고자 책을 부단히 읽었습니다. 또한 학문적 확장을 위해 독일에 유학을 가기로 정한 후부턴 주한독일문화원을 다니며 독일어 실력을 쌓았습니다.
Q3. 그동안 맡아온 직책이 많은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등) 가장 인상 깊었던 때와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 분과의 공정경제 영역을 맡았던 때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특히 이때 만났던 훌륭한 경제학자와의 치열한 토론과 현장점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는 제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5년 넘게 강사 생활을 했습니다. 강사를 맡은 새내기 학자일 때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자체로 매우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그것이 발판이 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업무를 하게 됐고 이후 제재심의위원회 위원업무를 맡아 깊이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조정업무를 통해 다양한 금융 사안을 접했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금융위원회 옴부즈맨*으로서 사회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그림자 규제**를 걷어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 소위 위원으로서 금융시장의 귀중한 자료를 눈으로 확인하고 현상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습니다.
Q4. 주요 저서 및 연구논문의 주제가 보험법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법을 전문으로 하며 여러 법적 분쟁을 맞닥뜨렸을 텐데, 이를 조정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대부분 제 연구논문의 주제는 보험법 안에서도 소비자 보호입니다. 학문적인 영역에서 최초로 보험소비자를 법률용어로 쓰기도 했습니다.
사업자는 조직이 있어 자체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만 소비자는 자신을 보호할 만큼의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사업자와 소비자는 동일한 힘을 가진 상대가 아닙니다. 특히 무형상품을 거래하는 금융 분야에선 그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통상적으로 금융거래는 약관을 기반으로 합니다. 약관 자체가 금융상품의 내용인데 그 약관을 만드는 자는 사업자입니다. 따라서 상품의 내용을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으면 정보 비대칭 관계가 형성되고 협상력에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이 관계를 조정해야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며 협상을 할 때 소비자의 지위가 열악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법적 분쟁을 조정하는 경우 사업자가 소비자와의 정보 비대칭 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가장 고려합니다.
Q5. 금감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이들 회사의 업무 및 재산 상황에 대한 검사△검사결과에 따른 제재△금융분쟁의 조정 등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의 기능을 수행하는 특수법인입니다. 그 금감원 산하에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곳이 금융소비자보호처입니다.
2012년에 금소처의 근거법인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이 발의됐습니다. 이후 8년 뒤인 지난달 5일에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규범이 체계화됐습니다. 따라서 금소처장이 된 제겐 해당 법 제도를 안착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Q6. 금감원 금소처장으로서 소비자 보호와 더불어 블랙 컨슈머***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나요?
소비자가 없는 사업자는 없습니다. 이 둘은 절대적인 적대 관계가 아닙니다. 상생하지 않는다면 결국 공멸하는 관계라 생각합니다. 상호 호혜적 관계가 유지될 때 사업자와 소비자는 시장의 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관계에서 소비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존재 중 하나가 블랙 컨슈머입니다. 보험의 경우 블랙 컨슈머가 많으면 이들의 부당한 이익은 사업자의 손해 또는 비용이 됩니다. 이에 손해를 떠안지 않으려는 사업자는 그 피해를 선량한 소비자에게 전가하곤 합니다. 결국 보험료를 인상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에 블랙 컨슈머는 허용돼선 안 됩니다. 따라서 보험사기 등 소비자가 손해 입는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거래 관계를 잘 살피고 악성 민원을 조사한 후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입니다.
Q7. 앞으로의 개인적 목표와 공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개인적 목표는 정의와 공정입니다. 소비자 보호는 공정한 가치 아래에서 경제정의를 이루는 한 축이라 생각합니다. 소비자를 향한 사업자의 애정이 소비자의 구매와 사업자의 이익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체계를 만듭니다. 특이한 외부적 요인이 없다면 이 순환체계는 상호적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공정한 규칙을 지키며 서로를 이해해야 정의로운 관계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로 가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개인적인 목표와 금소처장으로서의 공적 목표는 같은 선상에 놓여있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으로서의 목표와 금소처장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다르지 않습니다. 앞으론 그간 학자로 했던 주장 중 현실적으로 고려됐어야 하는 점과 앞으로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를 계속해 숙고할 것입니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에 전력을 기울여 성숙한 금융시장 도달이란 목표를 견지해 갈 것입니다.
Q8. 법, 금융 분야의 전문가를 꿈꾸는 우리학교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전 우리학교에서 상법을 가르쳤습니다. 상법엔 △보험법△상행위법△해상법△회사법 등의 개별영역이 있습니다. 30년 전 이 중에서 보험법을 제 학문적인 영역으로 선택했습니다. 상법에 속해있는 대다수가 회사법을 주전공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제 선택을 지금의 사회적 용어로 표현하면 ‘역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에게 역발상을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법학과 진학이 인생에서 잘한 두 가지 중 하나라면 나머지 하나는 보험법을 주전공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금융의 특성을 한 단어로 정의하긴 쉽지 않습니다. 금융은 생물과 같은 무형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금융은 그 자체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국제적 요소△수리 공학적인 측면△시대상 역시 포함돼 있습니다. 또한 파생하는 범위가 매우 넓고 다채롭습니다. 이때 금융과 법을 접목하면 상승효과가 발생합니다. 법, 금융 분야의 전문가가 목표인 학생은 관련 서적을 손에서 놓지 말고 경제 현상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옴부즈맨: 국회를 통해 임명된 조사관이 공무원의 권력 남용 등을 조사·감시하는 행정통제제도
**그림자 규제: 명시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실질적 규제를 하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
***블랙 컨슈머: 보상을 노리고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악성 소비자를 뜻하는 표현
이현지 기자 100hyunz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