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들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의 감성’에 집중하는 흔치 않은 회사가 있다. 바로 광고대행 업체 ‘이노레드’다. 기술과 감성을 결합해 ICF와 소셜무비 등 새로운 광고를 만들어낸 이노레드는 △칸느 페스티벌△뉴욕 페스티벌△클리오 어워드 등의 해외 유명 광고제에서 수상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데엔 ‘인간’에 대한 연구를 중시하는 박현우 대표의 영향이 컸다.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찾고 이를 광고에 적용하는 박현우 (사회·신문방송 99) 이노레드 대표를 만나봤다.
Q1. 대학시절부터 이노레드 창립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우리학교에 재학할 당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신문방송학과로 불리었습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행정학과, 정치외교학과와 함께 사회과학계열로 묶여 있었죠. 전공 수업은 광고를 포함한 방송, 프로덕션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됐습니다. 사실 저는 스무 살 때부터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에 당시 제 별명은 ‘박사장’이었죠. 처음 창업을 결심하게 된 데는 경제적인 상황의 영향도 컸습니다. 저는 매학기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기에 수많은 과외를 했습니다. 또 장학금을 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죠. 실제로 복학해서는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습니다, 이러한 생활을 하던 중 ‘어떻게 하면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그 돌파구로 사업을 떠올렸습니다. 이에 본격적으로 사업가를 꿈꾸게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광고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광고일을 하려 한 것은 아닙니다. 광고일을 하겠다고 완전히 결심했던 계기는 친구들과 광고 공모전에 나가 금상을 받았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광고를 선택한 이유에 시대적 상황도 한몫 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엔 웹을 중심으로한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각광받는 것을 보면서 광고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에 새로움이 필요한 광고업에 젊음을 가진 내가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광고에 점점 다가가게 됐습니다.
Q2. 이노레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노레드는 놀라운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창립된 해부터 지금까지 팀장 이상의 직급을 가진 사원이 단 한명도 퇴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록을 가질 수 있던 이유는 창립초기부터 ‘문화’에 대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문화는 복지와는 사뭇 다릅니다. 복지가 혜택 위주의 설계라면 문화는 생활양식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복지에 △출산휴가△육아휴직△의료비 지원 등이 포함된다면 문화는 말하거나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까지 모두 아우를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입니다. 즉, 문화는 복지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것이죠. 이노레드 창립을 한 첫날부터 저는 이 문화를 가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에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이라는 뜻의 ‘워라벨’을 지킬 수 있는 구조를 타 기업들보다 일찍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회사 구성원들은 이미 7-8년 전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자사규칙으로 채택해 저마다의 삶을 지켜왔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다시 창의력에 반영됐죠. 이러한 구조가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Q2-1. 그렇다면 문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역사와 사실에 관심이 많습니다. 평소에도 꾸며낸 이야기보다는 실제로 벌어진 사실을 좋아합니다. 브랜드를 광고할 때도 그 브랜드가 가진 기술의 사실성을 확인할 정도이니까요. 역사 속에서는 식민 지배국이 식민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식민지의 문화를 말살시키려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했을 때,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우리 문화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었죠. △한글△지식인△장인들의 기술들을 제거하면서 우리나라 문화의 뿌리를 뽑으려 했습니다. 이는 어떤 나라를 지배하는 데에 문화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역사를 통해 문화가 강하면 어떤 침략이 있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이노레드를 창립할 때도 좋은 문화를 세우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3.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광고의 묘미는 무엇인가요?
광고의 묘미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광고를 만들어내는 광고인들은 동시에 기업의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이에 광고인들도 기업의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그 과정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들을 다시 광고에 적용하죠. 저는 이러한 과정들이 재밌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직업적인 축복인 것 같습니다. ‘광고인들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품을 팔기위해선 계속해서 젊은 층들을 분석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은퇴하시고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시는 광고인들이 제 주변에 많습니다. 이처럼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배움과 신선함을 줍니다. 광고를 만들면서 작품 하나하나에도 즐거움이 있었지만, 직업자체의 매력과 그 과정에서의 배움의 기쁨이 있어 좋았습니다.
Q4. 광고인이 갖춰야할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광고인이 갖춰야 할 자질로 크게 3가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업에 대한 분명한 비전입니다. 광고회사엔 이 일에 미쳐 광고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이들을 소위 광고쟁이라고 불리죠.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뿌리 깊은 나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뿌리가 깊으면 처음엔 작은 나무라도 결국 거목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경험과 노력입니다. 최근 20대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를 기본적으로 모두 사용합니다. 이에 단순히 SNS를 운영한다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노력을 충분히 보여주기에 부족할 수 있습니다. 즉, 성장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협동력입니다. 협동력은 1+1의 결과를 2가 아니라 3 혹은 4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통해 동료의 힘을 이끌어 내야하는 것이죠. 광고업에선 기술적으로 완성돼 있는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과 힘을 합치려 노력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Q5.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는 무엇인가요?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으로 건전한 재무 상태를 가져 왔기에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계속해서 좋은 영향력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특히 이노레드의 구성원들과 타 기업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자 합니다. 최근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강자가 약자에게 부당행위를 하는 ‘갑질’이 사람들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노레드는 갑질하는 클라이언트에게 강하게 맞서 싸워 왔고 정의를 지키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왔습니다. 이러한 기업문화를 계속해서 확산시켜 나간다면, 다른 기업들의 문화뿐만 아니라 광고 산업 자체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6.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인생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을 고려하는 순간, 선택하기가 불편해지고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불편함은 ‘나 살기도 바쁜데’라는 생각으로부터 야기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타인들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이상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이상한 것입니다. 나의 잣대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것을 깨닫고 타인을 포용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동시에 나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타인을 보는 시각을 넓혀보세요.
김나현 기자 98nahyuuuny@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