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을 바라지 말고 일관성을 유지합시다” 박세정 아나운서를 만나다

등록일 2019년05월12일 20시3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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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CNBC 프리랜서 앵커△현 청와대·정부부처 포럼MC△국제회의 International Conference 영어MC△영어뉴스 앵커로 국제 사회 언론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세정(영어·영문 02) 아나운서는 언론 분야에서 13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전문 언론인이다. 박세정 아나운서의 △졸업생△언론인△자기 자신으로서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학교 졸업생으로서

Q1.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학창 시절은 오로지 공부와 록 밴드 활동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학점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처음엔 해외파 친구들이 많은 우리학교 영어과에서 선두를 유지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캐나다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에서 일을 하고 돌아온 후 실력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앎의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하게 공부했습니다.

Q2.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신문 기자·칼럼니스트로 활동하셨습니다. 저도 글쓰기와 말하기에 자신이 있었고, 이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따라 기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죠.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9·11 테러를 보도하는 CNN 뉴스를 보며 방향을 바꿨습니다. 엄청난 혼란 속에서도 담담하게 현장 상황을 전달하는 CNN의 앵커의 모습을 보고 뉴스 앵커는 큰 일이 있을 때 국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만큼 영향력이 있기도 하고요. 그 이후로 쭉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Q3. 우리학교 졸업생으로서 언론인으로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됐던 것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우리학교 졸업생에 대한 기대였어요. 기본적으로 우리학교 졸업생은 언어를 잘할 것이라는 사회적인 기대가 있죠. 물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저는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당시 우리학교는 ‘한국외국어고등학교’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내실 있게 공부 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도움이 많이 됐죠. 두 번째는 편견입니다. 우리학교 졸업생은 “외국어만 잘 한다”는 편견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저의 우리말 실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KBS 한국어능력시험 1급을 받았습니다. 영어를 전공했고 영어로 일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늘 최상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일본어와 포르투갈어 회화에도 관심이 있어서 실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Q4. 16년도에는 세계 민속 문화 축전을, 17년도에는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서 행사 진행을 맡았는데 그 당시 후배를 보는 느낌은 어땠나요?

무척 감격스러웠죠. 19살 때부터 꿈꾸던 ‘아나운서’라는 직책을 달고 다시 학교를 찾았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후배들이 정말 귀여웠어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뿐만 아니라 10년, 20년이 지나도 후배들을 도와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5. 우리학교 학생들 중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요행을 바라지 말고, ‘죽도록’ 노력해 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저를 포함해 사회에서 만난 우리학교 졸업생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요행을 바라지 않고, 정말 열심히 산다는 점이죠. 이게 바로 ‘외대인들만의 피’라고 생각해요. 언론인으로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그러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요즘은 공채도 거치지 않고 자신을 아나운서라고 사칭하는 사람들, 전문 진행자로서의 능력은 갖추지 않은 채 외국어 실력만 갖추고 MC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없어요. 우리 후배들은 정도를 걷길 바랍니다. 그리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오래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를 소망합니다.

◆아나운서로서

Q6. 공채 아나운서로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전국 케이블TV 아나운서 공채에서 800: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던 그 때, 제 자기소개가 생각납니다. 저는 당시 “서태지를 좋아한 지 15년, 한 남자친구를 사귄 지 5년, 아나운서를 꿈꾼 지 10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어요. “나는 무언가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사람이다. 60대까지 언론계에 남을 테니 두고 보시라.”고 말했어요. 더불어 저는 오랫동안 꾸준히 신문스크랩을 해 △시사△상식△역사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면접 때 큰 도움이 됐었죠, 또한 저는 외모도 특별히 화려하지 않고, 발성도 타고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혹독한 훈련을 했고요,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Q7. 많은 뉴스나 행사 진행을 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우선 뉴스 앵커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전달할 때였습니다. 특히 저는 △CNN△BBC△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외신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 분석해서 전달을 했는데, 언론인으로서 뿌듯함과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제 활동 기간 내에 남북통일까진 아니더라도 그 직전까지는 내 입술로 보도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청와대 포럼MC로서는 29살 때의 첫 포럼이 기억에 남아요. △이명박 전 대통령△장관들△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자리였는데, 당시 저는 처음으로 청와대에 출입했던 때라 정말 떨렸습니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고 하나님께 다 맡긴다는 기도를 했는데요. 참 신기하게도 언론 고시를 준비할 때 공부했던 시사 상식이 멘트로 술술 나왔어요. 그래서 평소에 준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덕분에 지금까지 각종 정부 부처 포럼과 국제 행사 MC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Q8. 뉴스 진행을 할 때에 있어 자신만의 팁과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뉴스의 기본은 사실 전달입니다. 오류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해야 하죠. 물론 텔레 프롬프터*가 있지만 갑자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저는 새벽 6시 뉴스가 있다면 새벽 4시에 기자들 회의에 참석합니다. 아이템 회의부터 기사에 따른 앵커멘트 작성에 참여하죠. 또한 과장된 멘트로 뉴스를 전하는 앵커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는 뉴스앵커가 시청자를 선동하면 안 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담백하게 멘트를 작성합니다. 동시에 시청자들이 그 이슈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욕심을 내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느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기본적으로 제가 완벽주의자이기도 하고, 작은 실수도 시청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언제든 실수할 수 있고요. 그래서 준비를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텔레 프롬프터 : 원고 내용이 필요할 때 화면 밖에서 화자에게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 장치

Q9.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고 언론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오피니언 리더’가 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늘 갈등을 겪습니다. 한편으로는 “유명해져야 하나” 고민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아나운서가 지나치게 유명하면 뉴스를 진행할 때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뉴스 내용보다 아나운서에게 관심이 더 쏠려서는 안 되니까요. 저는 시청자들이 제 이름은 몰라도, “저 아나운서가 전하는 뉴스는 믿을 만 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언론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으로서

Q10.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일관성’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의 상승과 하락이 있어요. 저는 잘 될 때 흥분하지 말고, 안 될 때 좌절하지 말고 담담하게 살자고 늘 다짐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늘 꾸준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요. 일을 할 때에도 △대본 수정△대본 암기△관객과의 소통△준비를 1년 차 때처럼 지금도 일관성 있게 하려고 합니다. 사실 10년 넘게 방송을 했으면 대본 없이 애드리브만으로 몇 시간을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나 겸손하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질이 달라지겠죠.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열심히 해야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Q11. 앞으로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오피니언 리더’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결혼기념일마다 봉사와 기부를 하는 것도 그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고요. 대학원에서 국제학을 공부하며 제3세계 여성 인권 문제,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은퇴를 한 후, 에티오피아에 학교를 짓고 싶은데 꿈을 이룰 수 있겠죠? 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세요.



김지수 기자 97didu@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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