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여, 다르게 선택하고 도전하라

등록일 2019년03월27일 15시3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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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자랑스러운 외대인상’에 민경중(중국어 83)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선정됐다. 민경중 사무총장은 오랜 기자생활을 바탕으로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이 됐다. 그는 “지금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며 “감사한 우리학교와 후배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달릴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항상 다르게 선택하고 도전한 민경중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Q1. ‘자랑스러운 외대인’에 선정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난 2월 15일 자랑스러운 외대인상 시상식에서 발표한 8행시로 소감을 대신하려 합니다.

한 : 한번 사람이 태어나면 누구나 꿈을 꿉니다.
국 : 국제적인 활동을 하는 외교관의 꿈을 키웠습니다.
외 : 외교관이 되려면 외대를 가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
도록 들었습니다.
국 : 국민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꿈은 외교관이었고, 대
학도 외대로 왔습니다.
어 : 어느 날 입학원서를 내려고 이문동 교정에 왔을 때 먼
산 중턱까지 서있는 건물들을 보며 학교가 참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대 : 대학 캠퍼스가 고등학교보다 작다는 걸 알았지만, 훌
륭한 교수님과 선배, 동기들과 공부하며 옆 동네 화려
한 건물이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
았습니다.
학 : 학교에 다니며 외교관이 제 실력으로 되긴 어렵다는
걸 깨닫고 언론계에 기자로 들어가 올라갈 수 있는 곳
까지 올라갔습니다.
교 : 교육을 즉, 가르침을 통해 보잘것없는 절 키워주신 한
국외국어대학교와 여러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선배, 동
기, 후배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자격도 없는
제게 주신 이 자랑스러운 외대인상 이름에 걸맞게 앞으
로 남은 인생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습니다.

Q2.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그 사무총장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민간독립기구인 동시에 내용규제기관입니다.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기금을 지원받는다는 뜻입니다. 정부기관이 아닌 이유는 공적으로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 콘텐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심위 사무총장의 역할은 방심위가 제시한 심의와 제재를 방송사들이 충분히 수용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중립성이 지켜지도록 위원회와 직원 사이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기자로서 활동하실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1991년 9월, 제46차 유엔총회 취재를 위해 임시 특파원 자격으로 뉴욕에 갔을 때였습니다. 당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앞두고 남측 수석대표인 이상옥 외무장관과 북측 수속 대표인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졌습니다. 한창 취재를 준비하던 도중 선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선배는 전화기에 대고 호통을 치며 ‘강석주 부부장, 미국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헤드라인의 대형뉴스가 국내 일간지에 실렸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기사의 출처를 알아본 결과 임시로 취재를 온 우리나라 기자가 오보를 낸 것이었습니다. 선배는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저는 제 나름대로 오기가 생겨 강석주 부부장을 직접 만나 오보임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자가 북측 수석대표를 인터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유엔본부로 달려갔습니다. 본부에서 기다리던 도중 강석주 부부장이 나타나자 저는 그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것이 사실인지 물었습니다. 오보 사실을 접한 강석주 부부장은 사실보도를 위해 인터뷰를 승낙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할 기회가 주어지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대화를 가볍게 시작해보려는 마음에 “부부장님께선 평양 외국어대를 나오셨다고 들었습니다”라며 “저 역시 한국외국어대를 나왔으니 저희는 동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서로 웃으며 긴장이 풀렸고 인터뷰 또한 수월해졌습니다. 이후 해당 오보에 대한 강석주 부부장의 입장,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갖는 의미 등 구체적인 인터뷰를 진행했고 특종 기사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발 빠른 순발력과 상식적 잣대로는 볼 수 없던 것들을 비틀어보거나 다른 각도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줬습니다. 이를테면 남들이 놓친 영역에 다가가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처음엔 선배의 호통에 상처를 입었지만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도전해 예상외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상식적인 판단이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준 선배에게 항상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Q4. 언론인의 신념이 현실적 벽에 부딪힐 때엔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젊은 시절 기자로 활동하며 신념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 현실을 탓하고 슬퍼하기보단 지금의 그 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잘못된 관행을 바꿔내겠다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성장시키길 바랍니다. 후에 누군가를 이끌고 통제해야 하는 자리에 올라섰을 때 보다 건설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스스로 브랜딩 한다면 분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Q5. 우리나라의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현재 우리나라는 소위 ‘흥미 저널리즘’에 빠져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속보가 만연한 요즘 단순히 흥미를 끄는 기사가 많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며 제목 또한 △사실적△객관적△자극적으로 실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상처와 아픔이 기사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자살△성폭행△강도△살인 같은 사건의 경우 기사에 의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역시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기사와 댓글이 많았습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친구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최근엔 후배들에게 기사를 어떻게 쓰라고 조언하기보단 어떤 사건이 가족에게 일어났다면 어떤 식으로 쓸 것인지 스스로 묻기를 권합니다. 그렇게 해서 답을 찾는다면 사건 중심의 기자가 아닌 사람 중심의 기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사가 남아 있는 사람을 더욱 아프게 하는 도구가 돼선 안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의 아픔에 공감하며 ‘기억하겠다’는 기사를 쓴다면 진정한 저널리즘이 시작될 것입니다.

Q6.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제 이름을 건 강의실을 후배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강의실 내 완벽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겸비하고자 합니다. 그 꿈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동문회에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배들로부터 “지금까지 총동문회의 역할을 알지 못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와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라는 소감을 들었습니다. 이번 해엔 프로그램을 더 내실화해 후배들이 멘토들을 통해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Q7.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반드시 본인의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나중에 뒤돌아보면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길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그 길을 걸어가길 바랍니다. 다르게 선택하고 시도하며 도전의식을 고취했으면 합니다. 자신의 선택에 자긍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성공한 인생입니다.
우리학교는 동문의 울타리에 의존하기보단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해 각 분야의 최고가 돼 만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후배들이 처음부터 좋은 회사, 큰 회사를 지향하기보단 작은 분야이더라도 본인의 영역을 새롭게 창출해 전문성을 인정 받았으면 합니다. 그것이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기회입니다.


윤아영 기자 97yyuna0@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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