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밖에서 뵙겠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멘트다. 호탕하고 시원하며 귀에 쏙쏙 박히는 멘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정우영(서양어·독일어 95) 스포츠 아나운서는 △야구△축구△아이스 하키△펜싱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경기를 중계하며 활약하고 있다. 정우영 스포츠 아나운서에게 경기 중계석 안팎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엄청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느라 대학교 1·2학년 때는 불성실하게 살았지만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대 제대 후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어요. 또 저는 학교를 좋아하는 학생이에요. 학창시절 당시에도 좋아했지만 지금도 우리학교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졸업하고도 학교를 가야된다는 생각이 항상 있어요. 3년 전 와이프랑 함께 학교를 구경했는데 조금 작아서 민망했던 경험이 생각나네요(웃음).
Q2. 야구 해설을 중점적으로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여러 스포츠에 많이 노출됐어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프로야구가 개막했어요. 또한 다양한 스포츠들이 그때 개막이 돼서 그런지 어린 시절 스포츠와 관련된 추억이 굉장히 많아요. 아버지를 따라 자주 복싱경기를 보러 다녔어요. 어머니께서도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부터 고교 야구의 팬이셔서 집에서도 야구를 많이 봤어요. 이러한 부모님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제게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네요. 이 덕으로 추후 MBC 스포츠에 입사했을 때도 스포츠 분야는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어요.
Q3. 스포츠 아나운서와 공채 아나운서를 뽑는 과정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준비과정을 거쳐서 스포츠 아나운서가 됐나요?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특수직이라면 특수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또 시험 기회 자체도 많지 않아요. 28살이 되고 가을에 많은 공채시험을 봤지만 첫해엔 다 떨어졌어요. 29살까지가 제가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해 제가 볼 수 있는 모든 시험을 다 봤어요. 운 좋게 많은 방송사 중 두 개의 방송사에서 최종 면접까지 갔고 MBC 스포츠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Q4.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솔직히 제가 어떤 특출한 재능이 있어 스포츠 캐스터가 됐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제가 스포츠 캐스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기소개를 잘해서인 것 같아요. 입사 후에도 저는 자기소개 때문에 아나운서에 합격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이제 면접관이 돼 아나운서 면접 심사를 하면서 느끼지만, 요즘 친구들을 보면 정말 자기소개가 너무 약해요. 그게 좀 안타까워요. 이게 무슨 얘기냐면, SBS 스포츠에 시험을 보러오면 어떤 채널인지 알고 본인이 스포츠 캐스터가 되고 싶은 이유를 준비해 와야 하잖아요. 근데 대부분이 면접에 와서 “저는 사실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지만 합격을 하면 누구보다 좋아할 자신이 있다”고 얘기해요. 제가 그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면접은 보여줘야 하는 자리에요. 자기소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이 회사와 자기가 얼마나 적합한지 보여줘야 해요. 그렇기에 많은 사람 중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를 제대로 준비해 온 한두 명이 합격해요. 저는 스포츠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어떤 직업을 지원하든 면접에서 입사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4-1. 처음 방송사에 입사할 때 자기소개 덕분에 입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 면접 당시 자기소개는 어떻게 했나요?
제가 귀를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방송사의 아나운서 면접에서 카메라 테스트를 보는데 당시 제가 한 가지 기억에 남을 만한 행동을 했죠. 제게 날개가 있다면서 귀를 움직여 카메라를 향해 다가갔어요. 날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말을 하면서요. 이걸 하는 데 일 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당시 MBC 스포츠의 경영진이 이를 보고 저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Q5. 수많은 경기를 중계 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엄청 많은데 그중에서 꼽자면 세 경기 정도가 있어요. 첫 번째는 얼마 전 넥센과 SK 플레이오프 5차전 한동민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쳤던 경기에요. 두 번째는 2015년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했던 경기가 인상이 깊어요. 마지막으로 최홍만 선수가 K1에 진출해서 밥 샙과 치렀던 경기가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대체로 여러분들이 인상 깊게 기억하시는 경기들이 제 기억에도 많이 남아요.
Q6. 중계방송 도중에 일어난 해프닝 중 기억에 남는 해프닝은 무엇인가요?
저는 워낙에 해프닝이 많아요. 제가 검색어에 오르게 된 해프닝은 ‘말다툼’과 ‘스페인 족발’ 사건 두 가지가 있어요. 말다툼 사건도 큰 이슈가 됐고 스페인 족발은 추석 연휴기간에 검색어 1위였어요. 두 사건이 묘한 연결고리가 있는데 두 사건의 피디가 같은 사람이에요. 말싸움 사건 같은 경우는 피디가 약간의 부드러운 압박을 넣으며 옆에서 “재밌다”고 부추기며 일어났던 일이에요. 스페인 족발도 그 피디랑 계속 얘기를 하다가 피디가 화면 앵글에 착시를 일으키게 만들었어요. 한 이닝이 끝나고 휴식시간에 피디가 제게 “우영아, 스페인 족발 아니? 대전에서 스페인 족발을 판다”고 말하며 “내가 화면에 잡아줄게 봐봐”이러고 바로 광고 후에 스페인 족발을 화면에 담았어요. 저는 그 직전까지 스페인 족발에 대한 얘기하고 있어서 “아, 스페인 족발··· 굉장히 궁금해지는데요”라고 말했어요. 근데 옆에서 족발의 원산지가 스페인이라고 말해줘서 그때서야 ‘아, 피디한테 낚였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스페인 족발 사건이 지나고 다행인 것은 이미지가 좀 좋아진 것 같아요. 말싸움 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무서워하다가 스페인 족발 사건 이후 저에 대한 느낌이 부드러워졌어요. 지금 생각하면 다행인 우연이죠(큰 웃음).
Q7. 컨디션이 좋지 않은 채로 경기 해설에 들어갈 때가 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자신만의 대처방법이 있나요?
저는 오히려 특이하게 컨디션이 안 좋은 게 더 좋아요. 개인적인 징크스일 수도 있겠는데 컨디션 좋을 때 경기 중계를 하러 들어가면 오히려 더 실수를 하더라고요.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중계가 더 잘돼요. 플레이오프 5차전 같은 경우도 제가 6시간 동안 중계할 거라는 건 생각도 못했고 화장실도 안 갔는데 정말 죽을 것 같더라고요. 근데 오히려 그런 상태에서 중계방송이 더 잘돼요.
Q8. 해설할 때 참신하고 재밌는 멘트를 많이 쓰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멘트들은 어떻게 준비하나요?
그런 멘트가 즉흥적으로 머릿속에서 나온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항상 준비합니다. 회사에 감사드리고 싶은 점은 정말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해 준다는 점이에요. 주말에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대우도 철저해서 사람들이 제가 힘들 거라고 생각해도 저는 정말 충분히 쉽니다. 올해 휴가를 포함해 쉰 날을 계산 해봤는데 거의 90일이더라고요. 주로 쉬는 날 운동을 하는데 집 근처 남산에 가서 산책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봅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용어나 어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또 저는 우리학교 졸업생이고 인문학도로서 자존심이 있어 중계방송을 하면서 남과 달라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나 해요. 그래서 비단 야구 중계뿐만 아니라 △축구 중계△격투기 중계△농구 중계를 하면서도 이전에 있었던 표현과는 다르면서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어요.
Q9. <야구장에 출근하는 남자>란 책에서 야구장 주변 맛집 소개를 했는데, 평소에 음식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네. 먹는 걸 되게 좋아해서 괴로워요. 살이 잘 찌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쉬는 날 오전에는 유산소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PT(Personal Training)를 받아요. 오늘은 인터뷰 오려고 운동을 못 했네요. 평상시에도 야구시즌 중계를 하면서 행복한 점 중 하나가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음식을 먹는 거예요. SNS상으로 보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평양냉면이겠지만 사실 닭가슴살을 포함한 고기류를 다 좋아해요. 야구장에서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제한돼 구단 식당에서 주로 먹는데 그 밥도 맛있어서 좋아요. 주로 중계가 끝난 후 구장 근처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먹기도 해요.
Q10.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가족. 평생의 반려자를 잘 만나야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현명함이 부족한데 그 점을 채울 수 있는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며 인생이 달라졌어요. 결혼할 때에도 돈 한 푼 없었지만 현명한 와이프를 만나 그때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결혼을 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인생을 함께할 현명한 상대를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Q11.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 제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사실 캐스터들의 수명이 굉장히 짧아요. 현재는 정년퇴직이라는 제도 때문에 딱 60살이면 자신이 하는 일을 그만두게 되잖아요. 근데 저는 프로야구 중계에 있어 절정의 기량이 나오는 나이가 딱 그때라고 생각해요. 저는 40살에 ‘SBS 스포츠 프로야구’의 메인이 됐는데 사실 조금 이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후배들이 많이 나올 텐데 저도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제 목소리가 나오는 한 계속 중계방송을 하고 싶어요.
Q12. 우리학교 학생 중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현재 언론계에 우리학교 선배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요. 그리고 후배들은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데 저는 그건 근거 없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예전 회사부터 선배들에게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저도 다가오는 후배들이 있다면 아낌없이 도움을 주려고 해요. 언론계에 우리학교 학생이 많이 자리 잡고 있고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니 언제든지 조언을 구하세요. 운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면서 여러분을 위해 준비된 운을 잡으시길 바라요.
김지수 기자 97didu@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