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희망직업 설문조사 상위권에 ‘크리에이터*’가 자리매김할 정도로 우린 ‘뉴미디어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뉴미디어 업계에 ‘뒷광고’ 논란이 불거지며 다시금 규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뉴미디어 업계의 불편한 진실△뉴미디어 수익 구조의 한계△뉴미디어 규제 현안△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뉴미디어 업계의 불편한 진실
지난달 21일, 한 크리에이터가 협찬이나 대가를 받고도 PPL임을 알리지 않거나 우회적으로 표기하는 다른 크리에이터의 뒷광고 실태를 폭로했다. 광고임을 알리기 위해선 영상에 ‘동영상에 간접 또는 보증 광고와 같은 유료 프로모션이 포함돼 있음’을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크리에이터는 영상에 광고 여부를 표기하지 않거나 부가설명란에 작게 표시하는 등의 편법을 사용했다. 이와 같은 뒷광고는 일반 광고와 달리 광고 모델이 광고료를 무한대로 받을 수 있다. 또한 홍보 효과가 좋아 기업에서 선호한다. 이런 사실이 발각되며 일부 인기 크리에이터들과 초대형 MCN업체**인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사과문을 게시했다. IT와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뒷광고는 하나의 악습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상위 유명인 계정 60개의 광고성 게시글 582개를 분석한 결과, 408개는 광고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뉴미디어계의 일부 뒷광고는 의료법 위반 의혹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올린 일부 영상엔 광고 표시도 없이 △성형외과△안과△피부과 등을 방문해 상담받고 치료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 후기를 설명하며 치료 효과 및 장점을 열거한다. 이런 영상은 의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의료광고 위반 시 처벌의 근거가 되는 의료법 제56조 제1항은 ‘△의료기관 개설자△의료기관의 장△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 의료인이 아닌 크리에이터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뉴미디어 수익 구조의 한계
뉴미디어 업계에선 기성 방송사와 달리 개인이 직접 메일로 광고 문의를 받는다. 광고업체는 크리에이터와 구독자 간 관계를 무시한 채, 제대로 된 수익 구조도 갖추지 않고 그들의 인기를 상업적으로만 이용하고 있다. MCN업체 관계자는 “뉴미디어 플랫폼에선 본인의 채널이 곧 미디어이기에 크리에이터가 ‘갑’이다”라고 밝히며 MCN업체의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뉴미디어 플랫폼은 뒷광고 논란에 대한 책임소재에서 벗어나 있다. 유튜브는 고객센터를 통해 뒷광고 논란에 대해 “모든 유료 프로모션은 유튜브 광고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이후 마땅히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크리에이터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도 어렵다. 크리에이터의 수익 창출 구조가 소비자에게 직접 받는 형태가 아닌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광고 수익을 얻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의 허점은 크리에이터의 탈세로 이어진다. 인터넷 방송의 소득 지급처는 해당 플랫폼이기에 자발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소득 파악이 힘들다. 그들은 뒷광고로 수천만 원 가량의 광고비나 상품 판매 수익을 얻지만, 단발적이고 거래 건수가 적단 이유로 사업자등록 및 소득세 신고를 회피하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대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명 크리에이터의 뒷광고 문제는 매해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징수를 위한 기초자료조차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미디어 규제 현안
이에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관련된 제재 수단은 마련돼 있지 않다. ‘표시광고법’상 뒷광고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표시ㆍ광고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 제재 대상은 광고주에 한정돼 있어 크리에이터를 직접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아직 크리에이터를 사업자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표시·광고법은 광고주 규제가 중심이라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선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 독일의 경우 유튜브·페이스북 등에서 유해 콘텐츠가 발견될 시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
한편 이번 해 1월, 원유철 미래한국당 전(前) 의원은 유명인이 대가성 광고를 알리지 않을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
이번 달 1일부터 적용되는 ‘추천ㆍ보증 등에 관한 표시ㆍ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에 의하면 크리에이터가 영상 제작에 금전적 대가를 받았을 경우 제목에 ‘광고’란 문구를 삽입하거나 5분마다 ‘유료 광고’임을 알려야 한다. 또한 해당 문구를 작성할 때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거나 배경과 비슷해 잘 보이지 않는 색상 등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개정안에 의하면 유튜브뿐만 아니라 △블로그△인스타그램△1인 방송 등의 매체에서 진행할 때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시하도록 했다.
편법을 활용해 뒷광고를 받는 크리에이터가 법망 밖에 있단 지적을 반영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와 추가 협의 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지침 개정을 통해 광고주와 크리에이터 사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확히 공개해 기만 광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 예방과 합리적 선택을 지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도 뉴미디어 매체의 의료광고 심의대상을 확대해 사전 불법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에 실리는 의료광고성 게시물 중 사전 심의가 필요한 대상을 명확히 규정해 심의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복지부는 이미 게시된 의료광고물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경고△시정△행정처분하는 사후 집중단속도 상시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하 전 의원)은 뒷광고를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엔 ‘업체로부터 홍보성 요구를 받아 상품을 추천할 때 경제적 대가를 받은 사실을 함께 고지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조항이 담겨있다. 전 의원은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의 위장·허위 광고는 이들을 믿고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자 시장의 공정거래 환경을 저해하는 행위다”며 “마땅한 제재와 벌칙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개정안 시행으로 뉴미디어 업계에 바람직한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
*크리에이터: 인터넷 플랫폼에 동영상을 생산하고 업로드하는 창작자
**MCN업체: 다중 채널 네트워크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소속사.
김연수 기자 100yeonsu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