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민주화의 일환인 학생 자치권을 두고 학교 측과 총학생회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홍콩사태 관련 대자보 철거 문제부터 총장선출권 학생 참여 보장 운동까지 학생 참여 범위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대립 중이다. 학생 자치권 허용 범위와 학교 측과 총학생회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알아보자.
◆학교 운영에 학생 참여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학생 자치권에 대한 규정은 우리학교 학칙 제10장 학생활동에 명시돼 있다. 이중 학칙 제10장 1절엔 학생 자치권에 대한 권리행사와 범위가 적혀있다. 또한 해당 학칙 세부 항목인 47조에선 학생 자치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단과 별 학생회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48조에선 학생회의 활동 허용 범위를 적시했다. 이에 따라 학생은 수업, 연구 등 학교의 기본기능수행을 방해하는 개인 또는 집단적 행위와 교육 목적에 위배되는 활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우리학교 학칙 자체가 법이 아닌 학교 운영의 포괄적인 방침이란 점에서 학생 자치권 행사 및 보장 범위가 불명확하다.
우리학교 총학생회칙은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총학생회칙은 1960년에 처음 만들어져 역대 총학을 거치며 수정과 보완을 거듭했다. 지난해 개정된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총학생회칙 중 제1장 8조는 보다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학생 자치권 행사를 담아냈다. 이에 따르면 총학은 학생과 연관된 학교 행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학교 정책의 수립과 진행△학칙에 대한 수정 발의△회원의 권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 논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아가 총학은 학교 운영과 관련된 △본회△위원회△학교기구에 학생 대표자를 파견할 권리를 가진다. 이를 통해 학생의 의견을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다. 하지만 총학생회칙은 학생자치와 학교 운영 참여에 대해 법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다.
◆학교 운영에 학생 참여 범위를 두고 일어난 갈등
학교 측과 총학의 주요 갈등 원인은 학교 행정 운영에 대한 학생 자치권 행사 및 적용 범위다. 현재 양측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학교 총장 선출권 문제다. 기존 방침은 교수협의회 주도로 총장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그중 한 명을 택해 선출하는 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방침이 학내 다른 구성원을 배제한 채 교수의 의견만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체제라며 비판한다. 즉 학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관례란 것이다. 우리학교 양 캠퍼스(이하 양캠) 총학은 이를 해결하고자 지속적인 총장 직선제 개선을 요구했다. 실제로 총학은 지난해 10월엔 우리학교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해 기존의 총장 선출 방식 개선을 촉구했다. 주요 골자는 총장 후보 선출권리 행사 범위를 교수뿐만 아니라 교내 노조와 학생으로 확대하란 것이었다. 이어 이번 달 8일엔 양캠 총학이 전체교수회의 시작 전 총장선출에 대한 학생 참여 보장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설캠 총학은 “비민주적 총장선출제도 철폐를 위해 끊임없이 행동하겠다”고 밝히며 학생 자치권 증진의 의지를 다졌다.
같은 날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총학은 융합인재대학(이하 융인대) 신설에 대한 시위도 진행했다. 글캠 총학은 총장실에 게시한 대자보에서 융인대 신설은 재학생의 의사가 배제된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글캠 총학은 재학생의 의견을 모은 융인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칙에 따르면 학사 운영에 대한 심의기구가 교수협의회에 국한돼 있어 학생의 요구는 실질적으로 수용되기 힘들다. 이에 글캠 총학은 학교 측 행정의 의사 결정 절차가 비민주적이라며 비판했다. 결국 학교 측과 학생 간에 잡음이 발생한 융인대 설립 논란은 이번 달 12일 이사회가 기존의 계획안을 가결하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글캠 총학이 여전히 침해된 학생의 권익이 있다고 밝혀 양측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 외에도 학생 자치권 행사를 두고 학교와 학생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지속해 왔다. 여기엔 이번 해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 참여와 지난해 홍콩 사태 관련 대자보 강제 철거 등이 있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으로 제기되는 것은 학생 자치권을 바라보는 양측의 다른 시각이다. 김범석 설캠 학생지원팀 과장(이하 김 과장)은 지난해 홍콩 사태 관련 대자보 강제 철거와 관련해선 “학교는 교내 안전 관리와 학생의 수업 보장이 우선이므로 총학의 입장과는 다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역시 학교의 독단적 행동이 아닌 재학생을 위함이었음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학교와 학생을 이분법적 사고로 나눠 무조건 갈등 관계로 보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협의를 통한 행정적 성과도 존재했단 것이다. 김 과장은 절대 평가 도입, 원격 강의 기간 조정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어 세부 항목별로 학생 자치권 허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양캠 총학은 그동안 학교 구성원 중 학생의 의견이 배제된 채 학교 운영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앞으로 이를 개선해 학교 운영에 학생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단 입장이다. 설캠 총학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학생 참여의 총장 선출이 이뤄져야 학생 중심의 학교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이는 대학 내 민주화 이행의 첫걸음이자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대학 내 학생 자치권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비단 우리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대)는 주요 사립 대학 중 최초로 2017년에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이뤄냈다. 이대 총학의 지속적인 의견 개진과 학교 측의 열린 의견 수렴이 일궈낸 성과였다. 이대를 기점으로 대학 내 민주화 운동은 단숨에 대학가 전체에 퍼졌다. 2018년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를 발족해 현재 22개의 소속대학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이대에 이어 성신여자대학교가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실시했다. 현재는 우리학교를 포함해 △고려대학교△숭실대학교△연세대학교 등이 학생 참여 총장 선출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달 8일, 설캠 오바마 홀에서 전체교수회의가 열렸다. 총장선출제도와 관련된 안건을 다룬 이번 회의는 성원부족으로 해당 안건이 의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 측 주도하에 총장선출제도 개선위원회 설립 여부를 묻는 온라인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 투표엔 △교수△학생△직원 3주체가 참여한다. 이런 변화는 학생 참여 총장선출제에 대한 학교 측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총장 직선제 개선안뿐만 아니라 △수강 신청 방법△양 캠퍼스 간 행정 처리△학과 통폐합 및 신설 등 아직 합의되지 않은 문제가 존재한다. 이에 학교 측과 학생의 균형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학생 스스로가 학교 구성원임을 자각하고 학교 행정 운영에 대한 관심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이상우 기자 99sangw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