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의 명과 암, 앞으로의 논의는?

등록일 2021년04월03일 16시5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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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중남부 지역에 몰아닥친 이례적인 한파로 인해 미국 텍사스주의 대규모 정전 및 전기요금 폭탄 사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텍사스주의 전기시장 민영화를 지적했다. 한파로 인해 급감한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에 대한 민간기업의 대비가 부족했단 것이다. 이창율 우리학교 행정학과 강사를 만나 민영화의 개념 및 민영화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Q1.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에서 대규모 정전 및 전기요금 폭탄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텍사스주의 전기시장 민영화를 지적했는데요. 민영화란 무엇인가요?

민영화의 개념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어 포괄적으로 사용됩니다. 민영화 논의의 핵심은 소유권 및 시장구조예요.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특성으로 개념 지을 수 있습니다. 소유권에 초점을 맞출 경우, 민영화는 정부의 소유 및 경영통제 권한이 민간부문으로 이전되는 것을 의미해요. 그 예시로 공기업의 주식과 재산이 민간에게 매각되는 경우를 들 수 있죠.
시장구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민영화의 개념은 확장됩니다. 시장경쟁 원리 도입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공급기능을 민간영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뜻해요. △민간기업의 신규진입을 허용하는 자유화△정부 소유의 주식 또는 자산을 민간에게 매각하는 비국유화△정부가 공급하던 재화와 서비스를 민간기업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위탁 등이 포함됩니다.


Q2. 이번 텍사스주 전기요금 폭탄은 중앙 정부가 요금의 상한을 정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란 지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영화 시행 시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민영화 시행 시 국가는 자율적 시장 질서 확립과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죠. △가스△수도△전기△철도 등과 같은 공공서비스는 국민 생활에 필수적이기에 공익성을 지닙니다. 공공서비스 제공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 시장 진입이 어려워요. 이때 소수 기업의 독점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정부는 공기업을 설립해 서비스를 공급해 왔습니다.
이 같은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기 위해선 먼저 자율적 시장이 보장돼야 합니다. 기존 정부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적절한 시장이 민간부문에 존재하거나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통해 서비스 제공 경쟁이 가능해야 하죠. 또한 기존 정부의 공급 방식보다 더 큰 효율을 가져야 합니다. 비용 절감 및 질 높은 서비스 제공 등이 수반돼야 민영화의 이점을 얻을 수 있어요.
이때 정부는 시장 상황을 평가한 뒤 규제를 사용해 경쟁을 유도하거나 과열 경쟁을 제한하는 정책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 예로 가격 상한제와 같은 요금 제도를 들 수 있어요. 또한 국가 차원에서 모든 사회 계층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기업을 규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Q3. 공공부문이 민영화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효용이 궁금합니다.

공공부문 민영화를 통한 사회적 효용을 논의하기 위해선 먼저 기존 공공서비스 공급이 비효율적이란 전제가 필요해요. 이런 가정하에 공공부문이 민영화된다면 기업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공기업은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공급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및 품질향상에 대한 동기 부여가 부족하죠. 이때 민영화를 통한 시장경제 질서가 확보되면 해당 기업은 △서비스 질 향상△업무처리 신속성 확보△전문성 신장에도 노력하게 돼요.
민영화 시 정부는 공기업 매각을 통해 재정상의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자원이 민간으로 이전된다면 사회 전체적 자본 효율성이 증대되죠. 또한 소비자가 일방적 수용자가 아닌 선택권을 가진 주체가 됨에 따라 소비자의 효용 증대를 기대할 수 있어요.


Q3-1. 민영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엔 무엇이 있나요?

시장에 경쟁 질서가 확립돼 있지 않은 경우, 공기업의 민영화는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공공서비스를 독점할 수 있어 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기업은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 서비스 요금과 가격을 인상할 수 있어요.
사회적 비용의 증가도 예상됩니다. 소유권 이전을 통해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기업은 경영 효율성 확보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을 시도하죠. 이는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해 사회 전반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공공서비스의 민간위탁 경우에도 사회적 비용은 발생해요. 정부가 민간기업을 감독하는 과정에서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비스 공급의 차별이 발생할 수 있어요. 공기업은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이에 대한 적자는 정부가 공적으로 부담하죠. 그러나 민영화 시 기업은 이익을 위해 고수익 저비용 사업에만 집중하는 ‘크림 스키밍’ 행태를 보일 수 있어요. 따라서 기존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 제공에 소홀해질 수 있죠.


Q4. 우리나라에서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사례가 있나요? 있다면 해당 사례는 성공적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높은 시장성과 효율성을 달성한 민영화의 사례로 KT&G를 들 수 있습니다. 2002년 말 공기업이었던 한국담배인삼공사는 KT&G로 민영화된 후 적극적인 기업 인수를 도모했습니다. 기존의 담배와 인삼 사업을 넘어 △부동산△제약△화장품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해외시장 개척 또한 성공적이었죠. 담배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와 품질경영 강화를 달성했어요. 이와 함께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일부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방지했습니다. 또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지배구조를 통해 독립적 이사회 중심의 책임전문경영체제를 구축했죠.


Q4-1. 타국의 공공부문 민영화 성공사례가 궁금합니다.

독일의 우정기업인 도이체포스트의 사례를 들고자 합니다. 해당 사례를 통해 민영화 추진 시 시장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필요성을 알 수 있죠. 독일 정부는 통신과 우편 시장을 독점하던 연방 우정 회사가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자 1995년 해당 회사를 도이체포스트와 도이체텔레콤 등으로 분할합니다. 이후 2000년 기업공개*를 통해 도이체포스트를 민영화하죠. 해당 기업은 △디지털 우편서비스△온라인 광고서비스△전자상거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습니다. 이후 △미국 국제특송회사 ‘DHL’△미국 해운운송회사 ‘단자스(Danzas)’△영국 물류업체 ‘엑셀(Excel)’을 인수했어요. 그 결과 도이체포스트는 세계적인 전문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시장의 민영화 과정에 적극 개입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거죠.


Q4-2. 민영화로 인해 혼란을 겪은 사례도 있나요?

민영화 실패사례로 이번에 발생한 미국의 텍사스 정전 및 전기요금 폭탄 사태를 들 수 있습니다. 해당 사태는 중앙 정부의 규제가 없는 민간 경쟁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주죠. 텍사스는 중앙 정부의 규제를 피하고자 미국의 다른 주들과 전력망을 연결하지 않고 자체 발전으로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해결했습니다. 텍사스의 전기시장 민영화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경쟁을 통한 저렴한 전력사용료를 기대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죠. 민간기업들은 이익을 우선시했고 발전소 설비 투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텍사스의 민간전력을 이용한 가정들은 지난 15년간 다른 주의 평균 전력사용료보다 13% 이상 높은 사용료를 냈어요. 미국의 신문사 ‘월스트리트저널’은 텍사스의 전력 민영화가 실시됐던 지난 2004년 이후, 소비자들이 약 31조 원의 추가 부담을 졌단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민영화와 경쟁체제구축이 반드시 소비자 효용과 이어지진 않는단 것을 보여주는 사례죠.


Q5. 민영화 논의 시 가장 중점에 둬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서비스의 공공성 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요. 공공서비스 제공에 있어 중시되는 가치는 공공성과 수익성입니다. 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요금재**의 특성을 가져요. 국민 생활에서 필수적인 재화이기에 공공성을 지니며, 대가 미지불 시 이용에서 배제될 수 있단 점에서 기업적 경영의 수익성을 지니죠. 이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특징을 이해하면 민영화 논의에서 중요한 가치를 판단할 수 있어요.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공공성을 훼손하는 민영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업공개: IPO(Initial Public Offering)라고 하며, 넓은 의미론 기업의 전반적 경영내용의 공개를 포함하고 좁은 의미론 주식공개를 뜻함
**요금재: 공공재 가운데 비경합적 소비가 이뤄지나 배제 자체가 가능하므로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징수할 수도 있는 준공공재


김민주 기자 01minju@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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