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 5월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됨에 따라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 준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이후,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중대본은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시켰다. 수도권은 지난달 30일부터 2.5단계를 실시 중이다. 또한 일부 종교인과 광복절 집회 참가자가 검사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방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했던 김형섭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임상교수(이하 김 교수)와 보건정보관리학을 연구 중인 이현실 고려대학교 보건과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Q1. 이번 해 6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가 발표한 ‘지속가능개발보고서 2020’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성적 1위를 달성했습니다. ‘K-방역체계’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교수: 현장에 있는 의료인으로서 △국민△의료인△정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잘 수행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해 코로나19의 성공적인 방역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의 반성이기도 해요. 메르스는 중동이 원산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했습니다. 당시 정부 대응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죠.
메르스 사태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적 전염병에 대해 중국 정부와 공조 체계를 마련했어요. 이에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할 때 중국 주재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중국의 방역 문제점을 미리 파악했기에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정부는 초기부터 의료진 감염예방책을 갖춰 의료진을 보호했습니다.
이 교수: 감염병 사태에 대한 기존 준비와 그에 따른 초기대응이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마련했어요. 이를 통해 감염병 발생 즉시 컨트롤타워 수립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대구 신천지 교회 발 집단감염 발생 하루 만에 △중앙사고수습본부△질병관리본부△행정안전부 등 다양한 관계부처의 인력으로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을 구성했습니다.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등 전국적으로 빠른 대응이 이뤄졌죠.
Q1-1. 이런 방역체계를 구축·실행하는 조직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 교수: 현재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함께 대응하고 있어요. 실제로 제가 있었던 생활치료센터 운영은 △경찰△국방부△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행정안전부가 역할을 각자 분담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중심이 돼 방역체계를 구축하면, 이에 대한 실질적 병상과 인력을 각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국방부가 지원하는 형태예요.
이 교수: 중대본이 코로나19 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은 여러 부처에서 협력해 만들어진 부서로 전문성이 높고 분업과 협조 요청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단체장을 중심으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감염병 전담병원과 병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방의 수용범위를 넘어서면 정부 각 부처에서 △물자△병상△인력 등의 자원을 지원합니다.
Q1-2. 우리나라는 어떻게 초기 코로나19 환자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건가요?
김 교수: 초기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정보에 많이 의존했습니다. 중국에선 병실이 부족해 임시 병원을 건축하거나 체육관을 개조해 병상을 마련했죠. 하지만 각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하지 않았어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경증 및 무증상 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켜 확산을 막고 중증 환자만 입원시켜 효율적 진료가 가능했습니다.
Q2. 우리나라의 감염병 감시체계는 크게 ‘표본감시체계(Sentinel Surveillance System)’와 ‘전수감시체계(Mandatory Surveillance System)’로 구성돼 있는데요. 이 두 가지 체계는 무엇인가요?
이 교수: 표본감시체계는 일정 기준에 의해 표본감시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7일 이내 관할보건소에 확진자를 신고하는 체계입니다. 이를 통해 국가 관리가 필요한 감염병 중 환자 발생 전수 보고가 어렵거나 ‘인플루엔자(Influenza)’와 같이 중증도가 비교적 낮고 발생률이 높은 감염병을 다룹니다.
전수감시체계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해당 감염병 환자를 진단했을 때, 보건당국에 발생 사례를 의무적으로 전수 신고하는 체계예요. 치명률과 집단 발생 우려 정도에 따라 1급부터 4급으로 감염병을 분류해요. 1급부터 3급까지에 해당하는 감염병 63종에 대해 전수감시체계를 운용합니다. 발생 사례를 전수 신고해 2차 감염을 예방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현재 코로나19는 발생 즉시 전수 신고 해야 하는 1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확진자가 신고되면 역학조사를 실시해 동선과 감염 경로를 파악합니다.
Q3. 우리나라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정확한 역학조사를 위해 예외적인 경우에 개인정보 활용이 가능해졌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실시하는 역학조사 체제와 방법이 궁금합니다.
이 교수: 우리나라는 현재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발한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란 플랫폼을 이용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모아 실시간으로 분석해 확진자 이동 동선과 시간대별 체류 지점을 확인합니다. 또한 대규모 발병 지역을 분석해 지역 내 감염원을 파악하기도 해요.
Q4. 지난달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집단감염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허위명단 작성이나 도주 등 감염병예방법상 협조 의무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더불어 지난달 중순부터 산발적인 발생으로 감염 경로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일명 ‘깜깜이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현재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있나요?
이 교수: 비협조와 허위명단 작성 등에 대해선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는 대표적으로 역학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죠. 이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그 외에 법적 책임을 묻거나 구상권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4-1. 비협조적인 태도로 임하는 이들과 깜깜이 확진자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 교수: 치료제 개발 이전에 피해를 줄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입니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한 17번 확진자가 고양시 일대와 강남구를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어요. 더불어 최근 프랜차이즈 카페 스타벅스 파주 야당역점에서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했던 직원 4명은 음성으로 판별된 사례가 있죠.
이 교수: 협조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보다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코로나19 진단·역학조사와 환자 및 접촉자 관리·예방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깜깜이 확진자의 경우 △스마트 검역 시스템 강화△역학조사 투입 인력 보충△통신사 및 카드사와 같은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합니다.
Q5. 만약 이번 위기가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이어진다면 ‘봉쇄(Lockdown)’와 같은 새로운 정책 도입 없이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시 및 격리 체제로 충분히 방역할 수 있을까요?
김 교수: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때 대구·경북 지역을 봉쇄하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어요. 그러나 현재는 전국적으로 이미 퍼져 나간 상태고 우리나라 국토가 좁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교수: 현재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은 전 세계로 수출할 만큼 인정받는 상황이에요. 새로운 정책 도입보단 기존 시스템의 내실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에서 요청한 개인별 방역수칙을 국민이 준수할 수 있게끔 하는 유인책 강구가 필요하죠.
Q6. 이번 해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현 방역체계에 어떤 변화가 일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이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있어요. 바이러스 변형이 우려되는 시점이라 앞으로 코로나19 관리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관리 체계를 조직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감염병 초기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컨트롤타워 구성과 역할을 사전에 정해놓아 재난 발생 당시 곧바로 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능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감염병 전담 기관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질병관리본부입니다. 이번 달 12일,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될 예정이에요. 새로운 체제로 출범하는 질병관리청은 관리·통제에 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보다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금 시행되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대응 방법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하는 등 사생활 침해 요소가 존재해요. 따라서 개인정보의 보호 기준을 마련하고 개인정보 비식별화와 보안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해야 합니다.
김미정 기자 100kimmij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