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신상공개, 개인정보와 알 권리의 충돌

등록일 2020년04월16일 20시4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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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란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청원동의자가 20만 명이 넘어가며 같은 달 24일엔 해당 사건의 핵심 용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그러나 동시에 n번방 사건에 가담한 26만 명 전원에 대한 신상공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신상공개와 관련된 법적논점을 알아보기 위해 김현수 우리학교 법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만나봤다.


Q1. 일명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조주빈 씨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에 의거한 처분인데요. 성폭력처벌법이 정확히 무엇이며 신상 정보 공개 결정 여부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성폭력처벌법은 2010년 4월 15일에 제정된 법률입니다. 기존 법률에선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와 피해자 보호 등의 관련 사항이 함께 규정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각 사항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단 지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처벌에 관한 사항이 분리돼 새롭게 제정됐습니다.
성폭력범죄는 해마다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재범방지 등의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합니다. 우선 성폭력처벌법에선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심신장애 상태에서의 성폭력범죄에 대해서도 형법의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밖에도 성인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등록·공개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n번방 사건 가담자가 사법부에 의해 유죄로 확정된다면 성범죄자알림e에 등록이 가능합니다. 이후에도 성폭력처벌법은 △강력한 처벌△법률의 미비△보호대상의 확대 등을 이유로 17차례에 걸쳐 개정됐습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새로운 법안이 이번 해 6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해당 조항은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이하 이 조에서 “영상물 등”이라 한다)을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이하 이 조에서 “편집등”이라 한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개정안에서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Q1-1. 지금까지 범죄 피해자의 신상공개를 할 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정강력범죄법)이 적용됐습니다.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처벌법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두 법의 입법목적이 달라 차이점을 설명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정강력범죄법의 목적은 기본적 윤리와 사회질서를 침해하는 특정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에 있습니다. 동시에 특례 규정을 통해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킵니다. 반면 성폭력처벌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해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생명·신체 안전 보장과 건강한 사회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합니다.


Q2. 이번 사건 이전엔 어떤 기준으로 특정강력범죄법의 적용을 받아 신상공개가 됐었나요?

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에 의거해 요건을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의 △나이△성명△얼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해당 요건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할 것△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일 것△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단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신상공개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피의자가 청소년이어선 안 됩니다.
이 법이 제정되지 않았을 땐 신상공개는 원칙적으로 불가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기준 없이 기자의 취재에 의해 공개된 경우도 있습니다.


Q3. 이번 달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회의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n번방 사건 가담자 신상공개와 전수조사가 가능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는 강제수사를 통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이때 발생할 법적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강제수사 여부는 수사기관이 어느 정도 객관적 혐의를 확보했고 이를 충분히 입증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n번방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구매한 용의자의 신원을 전부 확보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수립된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정책에 따르면 사업자는 거래내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음란물을 구입할 때 비트코인으로 지불했다면 구입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음란물 저장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면 강제수사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소지한 자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에 의거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수입△수출△제작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합니다. 또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대여△배포△제공△판매 등 영리를 목적으로 이용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이를 배포·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Q3-1. n번방 사건 가담자 신상공개 시 개인정보보호법에 위촉될 우려는 없을까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의 정보△국민의 자유△국민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특정한 목적이 있고 신상공개를 위한 상위법 또는 특별법상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엔 저촉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권리인 사생활보호와 공적의무인 신상공개가 충돌될 경우 공적의무 우선 권리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 및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 개인의 권리가 우선돼야 합니다.


Q3-2. n번방 사건엔 많은 미성년자도 가담했다고 밝혀졌습니다. 미성년자의 경우도 신상공개가 가능한가요?

청소년보호법 제2조1호에선 만 19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했으며 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제1항 4호에 따라 청소년의 신상공개는 불가합니다.


Q4. 해외에선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1994년 미국 뉴저지주의 여아가 강간·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 신상공개가 주(州)법에 제정됐습니다. 그러나 이전에도 아동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뒤 일정기간 동안 주거지 및 고용변동에 대해 신고하도록 하는 미국 연방법은 존재했습니다. 플로리다 주에선 아동성범죄자의 주거지에 ‘성범죄 전과자’란 표지판을 붙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1997년에 제정된 성범죄자법을 따릅니다. 이에 따라 성범죄자의 개인정보를 경찰에 등록하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진 않습니다. 이밖에 일본엔 이런 신상공개제도가 없습니다. 언론 보도 시 반드시 실명을 공개토록 하고 있어 신상공개제도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실명공개가 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단 단점이 있습니다.


Q5. 이번 사건은 성폭력처벌법에 의해 신상공개가 된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관련 부처는 적법성을 검토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듯합니다. 다만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제2차적 형벌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개여부△공개대상△공개범위를 보다 면밀히 따져야 합니다. 또한 가해자 신상공개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 운영이 요구됩니다.


최민선 기자 99mins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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