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겨울왕국2의 개봉으로 영화계에선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해 겨울왕국2 개봉 하루 뒤인 지난달 22일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국회△문화체육관광부△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영화 독과 점이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 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정영권 우리학교 세계문화예술경영전공 강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Q1. 스크린 독과점이란 어떤 것인가요?
스크린 독과점이란 단어 그대로 한 편 혹은 몇 편의 영화가 스크린의 대 다수를 독과점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영화가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의 특정 영화의 상영관 차지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현상을 말합니다.
Q2. 스크린 독과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 산업의 경우 부가시장이 협소하며 극장수익이 전체 영화 시장 규모의 약80%에 달합니다.이에 영화사는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스크린 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합니다. 이를 와이드릴리즈(wide- release) 전략이라 합니다. 흔히‘개봉 첫 주말에 30만 관객을 넘지 못하면 최종 100만 관객을 달성하기 어렵다’ 는 말은 영화업계에서 거의 공식처럼 여겨집니다. 이렇게 첫 주말 흥행이 전체 흥행수익의 상당부분 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힘이 센 배급사는 더 높은 수익 창출과 스크린 수 의 확보를 위해 계열극장과 연합해 수직계열화를 이룹니다. 그 예시로 △CJ ENM△CGV△롯데엔터테이먼트△롯데시네마를 들 수 있습니 다.결국힘이약한소형배급의영화는대형배급영화에밀려들어설 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Q3-1. 스크린 독과점은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스크린 독과점은 상영회수의 독점을 의미합니다. 독점이란 상품을 팔 수 있는 좌판을 독차지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자유경쟁을 저해하는 일 입니다. 한 편의 흥행영화가 스크린을 오래 점유하는 동안 다른 영화들 은 상영의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의 대기업 중심의 멀티플렉스 탄생은 여러 개의 스크린으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대감을 높였으나 오히려 상영관을 한 영화에만 몰아주는 나쁜 현상을 낳았습니다.
Q3-2. 스크린 독과점으로 영화사에서 크게 피해를 본 사례가 있을까요?
스크린 독과점 피해 사례는 많습니다. 그 중 한 사례를 소개하자면 2012년에 개봉한 민병훈 감독(이하 민 감독)의 <터치>를 들 수 있습니 다. 이는 개봉직후 전회 상영이 아닌 교차상영으로 변경됐습니다. 이에 민 감독은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스스로 스크린을 내리고 상 영을 포기했습니다.
Q4. 국내 영화끼리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편인가요?
영화 시장에선 내수시장 수입과 극장 수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에 우리나라 영화들끼리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국내 영화는 매주 개봉하기에 동시에 2편 이상 개봉되면 출혈경쟁이 아주 빈번하게 발 생합니다. *실제로 이번 해 3월 넷째 주엔 △<돈>△<악질경찰>△<우상 > 이 세 편의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경쟁을 벌였습니다. 세 편 모두 제작비 80억 이상 소비된 중예산 이상의 영화입니다. 그러나 <돈>은 500만 이상의 관객이 예상됐음에도 340만 관객에 그쳤고 <악질경찰> 은 26만 관객, <우상>은 더 참담한 18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습니다. 한마디로‘ 자살폭탄테러’의 현장이었습니다.
Q5. 현재 영화법 상으로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요?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와 정부가 여 러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있어 현재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배급사와 극장에선 높은 상영 점유율은 수요에 따른 공급이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객의 수요는 많은 스크린 수와 대규모 홍보에 의해 좌우 됩니다. 이에 많은 공급(스크린 독과점)은 그만큼 수요를 창출하 기에 배급사와 극장의 주장이 아 예 틀린 논리의 주장이라고 할 수 는 없습니다.
6. 앞으로 스크린 독과 점 해결을 위한 방안에 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스크린 독과점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현재 시기에선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업계에서도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선 현명한 관객들이 필요합니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영혼 보내기 운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관에 가지 않고 조조시간처럼 사람이 적은 시간대나 A열 등 선호도가 낮은 좌석을 예매해 영화를 보 지 않으며 관객 수를 높이는 것에 일조하는 것입니다. 영화 <김복동>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영화 <김복동>은 여성인권운동가와 평화운동가로 활동하신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 해 투쟁하신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입니다. 수 익금 전액이 위안부 문제 해결의 위해 사용된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단체관람 열풍이 불고 티켓 무료 나눔이 이뤄졌습니다. 영화 <미쓰백>의 경우에도 개봉초기 부진한 성적을 보였으나 개봉2주뒤 트위터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영혼 보내기 움직임이 나타나며 박스오피스를 역주행 했습니다. 그 결과 총 관객 수 72만2560명으로 손익분기점인 70만 명 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박화영>, <허스토리> 등 영화들도 영혼 보내기 관람 대상이 됐습니다.
△영화제작자△배급업자△상영업자들은 모든 영화에 동일한 기회를 주지 않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하는 철저한 시장논리로 운영합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작은 영화를 위한 팬덤을 형성해 영화 보기 운동과 영혼 보내기 운동을 하는 것은 작은 영화에도 늘 일정한 수 요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 상적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유럽에선 그런 관객이 늘 상존 하기에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들이 각광받습니다. 우리나라 도 그런 관객들이 많이 생겨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정 부도 더 많은 지원을 하려 할 것입니다. 또한 영화업자도 영
화시장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 돼야 스크린 독과점 방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하영, [영화 배급과 흥행: 천만 영화의 흥행 공식], 아모르 문디, 2019, 77~78쪽 인용
이서미 기자 seomi99@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