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의 연차휴가 사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며 근로자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천 시간이 넘는다. 최근 정부는 주 68시간이던 법정 근로시간을 근로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주 52시간으로 단축했다. 하지만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연구개발이나 이익 추구에 걸림돌이 된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선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임금이 줄어든다는 단점을 지적했다. 이에 제도가 차등적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정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주 52시간 근무제에 관한 얘기를 나눠봤다.
Q1-1. 주 52시간 근무제란 무엇인가요?
지난해 2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란 일주일간 평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제도입니다. 이에 따르면 평일 5일 동안 하루 8시간씩 근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갑자기 주문량이 많아진다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 다음 날 작업하는 등 연장근로가 불가피할 때가 있죠.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일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무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주 5일 근무 기업의 경우 하루에 2시간 이상 연장근무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지난해까진 주 5일 근무제였지만 노사가 합의한 경우엔 주말도 근무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난해 6월까진 기업에서 직원들한테 68시간 근무를 시키더라도 특별히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체계적으로 장시간 근무를 지양하고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됐습니다. 직장인에게 직장과 가정생활의 조화는 중요합니다. 이에 근로시간을 줄이고자 일차적으로 주말에 허용되던 16시간의 근무를 금지한 것입니다.
Q1-2.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 기업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상시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기업과 공기업의 경우엔 근로시간 단축이 곧바로 적용됐습니다. 다만 상시근로자가 50명에서 300명 미만인 기업의 경우 다음 해 1월부터 적용되고 5명에서 50명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엔 2021년 7월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Q2. 이 법안이 만들어지기 전엔 주 68시간 근무제였는데 어떤 목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나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노동개혁엔 △최저임금 인상△정규직 전환△청년 고용 창출△근로시간 단축 등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시간을 줄여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는 선거공약이었어요. 동시에 이는 이번 정권의 주요 지지세력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요구사항이기도 했죠. 임금은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여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는 방향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일만 하면서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사건이나 사고가 있던 건 아니었더라도 과도한 근로로 인해 과로사나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 등의 문제는 많았어요. 이처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결정적인 동기는 현 정권의 선거공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3.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공기업과 대기업 근무자의 경우 원래 정시에 출·퇴근을 했고 연장근무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 경우 근로자 입장에선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좋습니다. 늘어난 여가 시간에 본인의 취미 활동을 할 수 있고 지인들과 시간 보낼 수도 있으니까요. 공기업과 대기업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정규직이며 월급제이기에 임금이 거의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세한 기업에 있는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이 감소하면 임금이 줄어들어요. 이에 같이 근로자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연장근무를 할 경우 임금의 1.5배를 받기에 오히려 더 일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로 연장근무에 제재가 가해졌기에 일부 근로자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이 반드시 모두에게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사업주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부정적이죠. 최저임금은 올리고 근로시간도 단축하게 돼 골치가 아픈 상황입니다.
Q4-1.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 상황은 어떤가요?
단계적으로 시행 중입니다. 300인 이상 기업과 공기업은 이미 시행 중이죠. 다만 엄격하게 하지 않고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는 중이에요. 이에 아직은 제도를 위반하더라도 형사 처벌까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 처벌이 강화되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기업의 범위가 넓어질 예정입니다. 이에 현재는 기업과 근로자도 모두 만족보단 불만족이 더 많은 실정이에요.
Q4-2. 지난 7월엔 일본 수출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해 일부 분야에만 특별연장근무를 허용했는데, 왜 그 분야에만 허용한 건가요?
국가의 정책 시행엔 예외인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재해나 재난인 상황에선 예외가 발생하죠. 만약 자연재해 때문에 전기가 끊기면 한국전력공사는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출근해야 합니다. 생명과 의식주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이번 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발생한 무역 전쟁으로 정부는 특별연장근무를 결정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나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재해나 재난에 버금간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65년 한일행정협정 이후 일본과 최악의 상황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도체 사업의 핵심 부품 소재인 불화수소 등이 일본에서 수출을 제한받고 있어요. 수출규제 품목을 국산화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수십 년 걸쳐 개발한 것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반도체 산업에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특별연장근무를 허용했다고 볼 수 있죠.
다른 예외론 운송업이 있습니다. 연말이나 연휴 전엔 갑자기 물량이 집중될 때가 있습니다. 만일 이때에도 예외 없이 근로시간에 규제를 가하면 운송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응급실과 같은 특수한 업종도 근로시간 규제에 해당하지 않아요.
Q5. 주 52시간 근무제가 앞으로 보완돼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흔히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는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 기업에선 직원을 그만큼 고용하지 않아요. 먼저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면 생산성이 향상돼야 합니다. 10시간 일하던 걸 8시간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탄력근무제△선택근무제△한시적 인가연장근로△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먼저 ‘탄력근무제’란 업무의 성수기와 비수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비수기와 성수기가 교차할 때 근무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방법이에요. 비수기엔 일찍 퇴근해 근로시간을 줄입니다. 반면 성수기엔 근로시간 늘려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죠. 법정 근로시간이 평균적으로 맞는다면 법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3개월을 한 주기로 해서 근로시간의 평균을 맞추면 됩니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월급은 항상 같게 됩니다.
‘선택근무제’란 출퇴근 시간을 근무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이 동탄이고 회사가 이문동인 직장인의 경우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식으로 근무할 수 있어요.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선 삼성이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직원들은 개인개발이나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한시적 인가연장근로’ 제도의 예시는 일본 원자재 수출규제로 인해 일부 분야에 있어서 근로시간 규제 적용을 제외한 사례입니다. 한편 △대기업 임원△대학교수△의사△변호사 등 연봉 1억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서 근로시간 적용을 제외하자는 의견도 있어요. 그들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든 근로시간에 규제를 두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기에 그들에겐 근로시간 규제가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보완될 점은 준비가 덜 된 중소 영세기업을 위해 시행시기를 더 늦추는 것입니다. 또한 탄력근무제를 혼합해 도입해야 합니다. 실제로 외국에선 근로시간 단축을 탄력근무제와 혼합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노동계에선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근로자의 건강권을 이야기하며 찬성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에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조하영 기자 99yo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