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수 고(故) 설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평소 고인이 악성 댓글(이하 악플)에 시달렸다는 점이 사망의 핵심원인으로 꼽혔다. 대중들은 익명성의 가면 뒤에 숨어 연예인과 정치인 등에게 악플을 남긴다. 익명성에 가려진 악플의 피해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지속돼 왔다. 익명성 댓글의 폐해와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최민선 우리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를 통해 알아봤다.
가수 고(故) 설리의 사망 이후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음 카카오와 국회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달 25일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댓글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키워드 관련 검색어 폐지를 시행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전부터 댓글을 포함한 △뉴스△관련 검색어△실시간 이슈 검색어 등 사회적 여론 형성과 관련된 서비스 전반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해 왔다”며 “서비스 개선 방향의 시작점은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키워드 관련 검색어 폐지”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터넷 준실명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온라인 댓글 책임성을 높이고 악플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댓글 작성 시 아이디 전체와 컴퓨터 주소(IP)를 함께 공개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숨은 폭력이자 간접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언어폭력의 자유와 간접살인 행위는 멈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같은 날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엔 악플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에 요청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혐오 표현 등을 삭제할 수 있는 의무가 포함됐다.
Q1. 카카오가 최근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키워드 관련 검색어를 폐지했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근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진 연예인인 설리의 사건이 계기가 됐을 겁니다. 이 사건 이전에도 악플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삶을 내려놓은 연예인들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악플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카카오는 연예 뉴스란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친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검색어 역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 제공과 검색 편의성을 높인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Q2. 위와 같은 제도는 어떤 긍정적·부정적 결과를 불러오나요?
카카오 연예뉴스에서 악플을 사라지게 하는 즉각적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는 카카오 연예뉴스에 한정해 댓글을 폐지했지만 이후 이런 정책이 다른 뉴스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악플뿐만 아니라 댓글을 쓰거나 읽는 행위가 원천 차단됨으로써 사람들이 이슈나 기사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거나 나눌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3. 인터넷 공간 속 익명성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은 무엇이 있나요?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프라이버시 침해 방지△개인정보 보호가 가능해 집니다. 또한 오프라인과는 다른 또 하나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고, 실명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수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발현할 수 있게 됩니다. 표현의 자유가 확장돼 더 자유로운 의사 표시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익명성 뒤에 숨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욕설하고 다른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 차별이나 혐오 발언 등을 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Q4. 댓글 실명제는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요?
실명제 효과에 관한 연구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방송통신위원회의 ‘2008년도 본인확인제 효과분석 보고서’를 보면 실명제 시행 전과 후(2007년 8월, 2008년 8월) △다음△ 머니투데이△디시인사이드의 게시판 댓글 분석한 결과, 2007년 전체 댓글의 13.9%였던 악플은 2008년 13%로 악플의 감소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2010년 우지숙 서울대 교수팀이 디시인사이드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에선 댓글의 비방과 욕설이 일부 줄어들었으나,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은 그대로였습니다. 또 비방적 게시글에 대한 악플은 실명제 후 줄어든 반면, 비방적이지 않은 게시글에 대한 악플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습관적으로 악플을 다는 이용자들에겐 실명제는 효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두 연구 모두에서 실명제 실시 후 게시글과 댓글의 숫자가 현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즉 실명제가 게시판의 본래 기능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Q5. 기자들의 보도형태가 악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언론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 사회적으로 가치없이 갈등과 혐오를 부추기는 뉴스를 생산해 악플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진위를 알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태에 관한 커뮤니티 게시판 글△맥락 없이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글△굳이 다수가 필요가 없는 (주로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유명인의 SNS 일상△상황과 반대되는 제목이 달린 사진 기사 등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고 있습니다. 설리의 보도 기사와 악플에서도 그러한 징후가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우지숙 교수팀의 연구에서 ‘비방성 게시글에 악플이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는데 이는 자극적이고 악의를 담은 보도 기사가 악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Q6.‘악플방지법’이 발의됐는데, 이 법안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는 무엇인가요?
악플방지법 대부분이 아이디와 인터넷주소(IP)를 공개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습니다.(2010헌마47등) 실명제가 게시판 이용자의 의사표현을 위축시켜서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처럼 실명제의 악플 감소 효과는 불분명합니다. 또한, 현재 포털에서 인터넷주소(IP) 추적이 가능합니다. 헌재 판결을 감안할 때 악플방지법은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입법 기관에서 이번 법안을 제안한 것은 논의를 한쪽으로 쏠리게 할 뿐 우리 사회가 다른 식의 해결방안을 찾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Q7. 댓글을 통한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 △언론사△포털 사이트△대중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요?
일단 언론은 악플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극이 자신들과 상관없는 것처럼 나오는데, 진지하게 자신들을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의미없고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해선 안됩니다. 언론과 포털 등 우리 사회 전반이 표현의 자유는 해치지 않으면서 악플을 없애는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대부분 악플을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생각하지만 악플 속의 혐오와 차별은 큰 문제입니다. 악플과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미경 기자 99migyo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