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엔드’를 보고] 청춘의 지향점에 대하여

등록일 2026년03월18일 15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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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엔드(Happy End)는 가까운 미래의 도쿄를 배경으로 마지막 학창 시절을 보내는 다섯 명의 고등학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테크노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클럽에 놀러 가고 밤새 동아리방에서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청춘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나 이 순간이 계속될 것만 같던 그들의 우정은 △감시 체계△대지진△혐오 사회 등으로 인해 점차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청춘들이 느끼는 혼란과 균열을 담아낸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교내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학생들의 움직임을 기록하고 자유로웠던 공간은 관리와 통제의 공간으로 변한다.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교칙에 위반될 때마다 벌점이 매겨진다.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라는 이유로 감시 체계를 정당화한다. 주인공 유타(ユウタ)와 코우(コウ)는 이러한 통제에 반항하며 감시 체계의 허점을 찾아내거나 감시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행동만 골라 하며 아슬아슬한 학교생활을 이어간다. 이러한 장면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를 연상케 한다. 소설 속 주인공 윈스턴이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해 사각지대에서 몰래 일기를 쓰듯이 영화 속 주인공들 역시 억압된 현실의 작은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들만의 자유를 갈구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지진 이후 불안이 커진 사회에서 혐오와 통제가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일본 총리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라는 이유로 독재하고 이민자들을 순수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란 세력으로 규정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 불안 심리를 이용해 혐오의 대상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게 만들고 권력은 그 틈에서 더 강한 통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재일한국인 코우는 학교에서도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며 사회에 대한 반감을 키워 간다. 그는 학교에서 일본 총리의 독재에 맞서는 운동권 친구 후미와 가까워지며 영향을 받는다. 한편 코우가 사회 혼란을 예민하게 느끼는 동안 유타는 여전히 음악만을 듣고 유치한 장난을 치며 사회를 방관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나는 어떤 낭만을 지향하며 어떤 삶의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음악이 전부인 유타에게 낭만은 함께했던 시간을 지키는 데 있다. 친구들과 음악을 나누던 순간과 지금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 기억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반면 재일한국인 코우에게 낭만은 현실을 바꾸는 데 있다. 차별과 혐오가 반복되는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 구조에 반항하며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이 추구하는 낭만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다. 유타에게 낭만은 지금의 관계와 기억을 지키는 일이고 코우에게 낭만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변화를 선택하는 일인 것이다. 유타와 코우의 갈림길은 단순한 우정의 균열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의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처럼 남는다.

 

 

강수현 기자 12soohye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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