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기자는 기사를 쓸 때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립성을 지키며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사에 기자의 가치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과거부터 지금까지 글을 쓸 때 중립성을 지키며 내가 바라는 글을 쓰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항상 던져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이 발달한 우리 사회는 누구나 쉽게 정보를 게시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그 속에선 오류를 가진 정보들이 존재했고 이러한 정보를 받아들인 사람 간엔 여러 분쟁이 발생했다. 그러한 사회 속에서 성장해 온 나는 기자가 돼 사람들이 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단 꿈을 가지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기자의 꿈을 이루고자 여러 사회학 분야를 공부하며 사회 현안을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작성하는 연습을 꾸준히 이어갔다. 처음 글쓰기 연습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마음가짐은 ‘내 가치관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사실만을 전달하는 중립적인 글을 써야겠다’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 마음가짐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내가 쓰는 문장이 객관적 논리에 기반한 것이 아닌 개인적인 가치관에 의해서만 작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주의를 많이 기울였다. 이는 글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립성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게 됐고 결국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것조차 나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일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보기엔 중립성을 잘 지킨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지 그저 소개하는 것인지 의도가 불분명한 글을 써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결과 글을 쓰려고 했던 목적과는 다른 글이 만들어졌고 나 자신에게도 떳떳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하나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여러 기사를 읽으며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사회적으로 ‘보기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중립성을 지키는 길이 아닌 오히려 진실을 흐릴 수 있단 것이다.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글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담아내며 때론 과감하게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나는 글을 쓸 때 중립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를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층 깊고 풍부한 글을 쓸 수 있었고 글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나의 시야 또한 넓어졌다. 이 경험은 내 글쓰기 태도에 큰 영향을 줬으며 왜곡될 수 있었던 ‘중립성’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기자로서의 중립성은 아무 입장도 취하지 않는 것이 아닌 사실을 충분히 탐구하고 다양한 관점을 공정하게 보여주는 것임을 깨달았다. 나는 내 가치관에 따라 옳고 그르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선택하되 그 주제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여러 방면의 근거를 제시해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반대 측의 의견이 충분히 제시될 수 있도록 반론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 역시 기자로서 지켜야 할 책임이라 믿는다. 이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나는 앞으로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글을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김주연 기자 11ju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