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즐거움의 역습 숏폼, 중독 사회를 병들게 하다

등록일 2025년11월19일 15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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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스(Reels)△쇼츠(Shorts)△틱톡(TikTok) 등 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콘텐츠인 이른바 ‘숏폼(Short-Form)’의 이용률이 폭발적으로 확산 중이다. 숏폼은 정보화 시대에 빠르고 간편하게 유행을 습득하고 지식을 얻는단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무분별한 시청이 이용자들의 집중력과 문해력을 저하시킨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숏폼 이용 실태와 사회적 인식△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숏폼 이용 실태와 사회적 인식    

△식사시간△이동시간△잠들기 전 등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숏폼 영상을 시청한다. 15초에서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현란한 시각 효과와 자극적인 배경 음악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이러한 숏폼의 확산세는 Z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실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10명 중 9명(91.9%)이 하루 평균 약 2시간을 숏폼 시청에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매일 2시간 정도의 영화 한 편을 시청하는 것과 맞먹는 시간을 숏폼에 할애하는 셈이다. 실제로 배예지(중국중언문 24) 씨는 “하루 평균 3시간은 숏폼을 시청하는 것 같다”며 “특히 잠들기 전 1시간씩은 습관처럼 본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학교 재학생 A 씨는 “시간을 세어본 적은 없지만 생각 없이 계속 내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2~3시간은 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와이즈앱(Wiseapp)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3대 숏폼 (△릴스△쇼츠△틱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약 46시간 29분으로 주요 6개 정기 구독(OTT) 서비스의 다섯 배에 달한다. 트레버 헤인즈(Trevor Haynes) 하버드 의과대학 신경생물학 연구기술자의 글인 ‘도파민, 스마트폰 그리고 당신: 당신의 시간을 놓고 벌어지는 전쟁’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이용자의 시간을 점유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플랫폼의 정교한 설계가 빚어낸 결과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숏폼 영상은 단순한 짧은 재미의 영역을 넘어 사용자들의 뇌 신경계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그들의 일상과 소비 패턴을 적극적으로 바꾸고 있다. 첫째 뇌의 보상 회로에 대한 즉각적인 자극이다. 숏폼이 유발하는 인지 능력 저하의 초기 기제는 뇌의 도파민 시스템에 대한 고도의 자극이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Instagram)△페이스북(Facebook)△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슬롯머신(Slot Machine)과 동일한 심리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사용자가 화면을 내릴 때마다 다음 영상에서 무엇을 볼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기에 뇌는 강력한 도파민 방출을 경험한다. 좋아요나 댓글 같은 보상이 예측 불가능하게 제공될수록 뇌는 더욱 강력하게 반응하고 이용자는 다음 보상을 기대하며 계속 스크롤하게 된다. 

 

둘째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의 인지적 과부하이다. 숏폼은 작업 기억의 구조를 무력화해 △배경음악△영상△자막이 모든 정보를 사전에 요약 및 압축해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비판할 기회 없이 결론만 빠르게 습득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수동적 정보 습득 방식이 학습자의 뇌를 장기 기억으로의 정보 전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 적응시킨단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특히 청소년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9~13세 어린이 중 미디어에 노출이 잦은 아이들은 거의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보다 △기억력△읽기△어휘력 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청소년기는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로 이 시기의 집중적인 숏폼 노출은 뇌가 앞으로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구조를 재편성하는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신경과학적 변화는 학습 환경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외대학보가 우리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을 통해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숏폼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3%가 ‘학업 및 과제 수행 시 집중력 저하’를 겪고 있다 답했다. 또한 36.8%는 ‘긴 글에 대한 독해 부담(문해력 저하)’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또한 에타에선 숏폼 중독으로 인한 학업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10분도 집중을 못 한다” “강의를 듣다가도 무의식적으로 쇼츠를 보고 있다” “교수님이 PDF 과제를 내줬는데 10페이지가 넘어가니 도저히 읽히지 않는다” 등 집중력 저하를 호소하는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오로지 학업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크루트(Incruit)가 지난해 5월에 진행한 ‘직장인 숏폼 시청 여부’ 설문조사에서도 27.4%가 스스로 숏폼 중독이라고 인정했으며 특히 20대에선 48.9%가 중독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긴 업무 메일이나 보고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뉴스 기사를 제목과 댓글만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나아가야 할 방향

국내에서도 숏폼 중독의 폐해를 막기 위한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실질적 실행은 더딘 상태다. 국회에서 알고리즘(Algorithm) 투명성을 요구하고 중독 방지 장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등이 발의됐으나 본격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의 과도한 규제란 반발과 표현의 자유 및 혁신 저해 우려가 충돌하는 상태다. 정부는 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 기능 확대를 권고하는 등 플랫폼의 자율규제에 무게를 싣고 있으나 이용 시간 제한과 휴식 알림 등의 기존 자율규제 조치는 실효성이 제한적이란 지적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알고리즘의 중독 위험성을 인정하기보다 크리에이터 지원이나 디지털 리터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숏폼 중독 문제가 플랫폼의 고의적 설계에 기인한단 인식이 확산되며 국내외적으로 대응 움직임이 나타난다. 지난 2023년 10월 미국 40여 개 주가 틱톡과 메타를 상대로 청소년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는 중독성 기능을 고의로 설계했다며 연방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 16일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이하 DSA)**을 본격 시행하며 강력한 법적 규제를 현실화했다. DSA는 거대 플랫폼 기업(VLOP: Very Large Online Platform)에 대해 구체적인 책무를 강제한다. 규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플랫폼은 중독성 유발 등 시스템적 위험성을 평가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규정 위반 시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 강력한 이행을 담보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지도가 아닌 기업의 사업 모델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다. 

 이코노미 조선(ECONOMY Chosun)에 따르면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의 자율규제에만 맡기기엔 이미 해악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휴식 알림을 띄우고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으론 플랫폼의 정교한 알고리즘이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단 의미다. 대신 이용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플랫폼에 실질적 책임을 묻는 법적 제도적 논의가 시급하다. 또 EU의 DSA와 같이 △알고리즘 선택권△중독성 위험평가△투명성 요구 등을 포함한 포괄적 규제 틀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제도적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기에 학교와 기관 차원의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이 미디어의 구성된 현실을 제대로 읽어내고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인 차원의 실천도 중요하다. △디지털 웰빙 앱 활용△디지털 프리존 만들기△스크린 타임 설정△주기적 휴식 등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디지털 디톡스 방법을 통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정부△플랫폼△학교이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숏폼 중독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술을 건강하게 활용하여 삶의 균형을 찾는 것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이하 DSA): 유럽연합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법안으로, 불법 콘텐츠 유통 방지,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 중독성 설계 방지 등을 골자로 한다. 2024년 2월 16일 본격 시행되었다.

 

 

이해봄 기자 11haebom@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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