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전쟁이 발생했다. 미국은 이번 달 8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관보를 통해 공지했다. 이에 중국은 같은 날 미국의 관세 인상은 양국 국민은 물론 세계 모두의 이익에 들어맞지 않는다며 무역 보복을 예고했다. 이와 같은 무역 갈등 발생의 이유는 무엇인지, 이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장은갑 우리학교 국제금융학과 교수를 만나봤다
Q1.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삼았습니다. 기축통화란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칭하는 용어입니다.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됐다는 것은 세계의 모든 나라가 국제 무역 화폐의 기준을 달러로 삼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미국에 외환위기가 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달러가 이와 같은 기축통화의 의미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나라가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일정량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적당한 수준에서 적자가 유지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냉전 체제 종식과 소련의 붕괴 이후 수출시장에서 급부상했습니다. 중국은 많은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물건들을 다른 나라에 수출합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소비재 상품들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중국과의 교역에서 미국의 적자가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중국은 미국 국채를 사들였습니다. 중국이 국채를 대량 매입한 덕분에 미국의 자금은 선순환구조*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의 누적된 경상수지적자**가 미국 경제 기반을 약화시켰고 이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는 미중 무역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사이 중국의 산업 및 기술발전은 미국을 따라잡았고 양국의 무역은 더 이상 상호보완관계가 아닌 경쟁관계를 이루게 됐습니다.
이후 2017년 트럼프 정부는 외화에 대한 규제조치를 강화하는 신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하며 무역흑자국인 중국에게 3천억 달러 무역흑자를 1천억 달러로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해 7월 6일 미국은 본격적으로 34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중국도 34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무역전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어 이번 달 말까지 미국의 요구가 포함된 협상안이 도출되지 못하면 325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적으로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미중 패권전쟁은 이렇게 무역전쟁을 서막으로 시작합니다. 세계경찰을 자처하는 미국과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양측 모두 국가의 체면과 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물론 양국 정상의 지도력 역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것이 미중무역전쟁이 그 수많은 협상과 협의를 거듭하고서도 타협점에 이르지 못하고 일종의 치킨게임****으로 흘러가는 원인입니다.
미국은 자신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경쟁국이 등장해 성장하는 데서 오는 위험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중국은 미국에 자신들의 발전과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 숨겨져 있다고 봅니다.
*선순환구조 : 어떤 업무의 결과가 후속 업무에 긍정적인 효과를 전해주어 플러스적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구조
**경상수지 : 한 나라의 거주자 (경제활동의 근거지를 기준으로 자연인뿐 아니라 법인, 국제기구 등을 포함)가 일정한 기간 (통상적으로 회계기간 1년)동안에 다른 국가의 거주자들과 행한 모든 대외적인 경상거래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기록한 것
***2008년 금융위기 : 미국의 금융 시장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파급 된 대규모의 금융 위기 사태를 통틀어 이르는 말
****치킨게임 :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
Q2. 미국과 중국 각국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미국은 중국에게 8가지 요구사항을 제안했습니다. 이 요구사항들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첫째, 미중 무역협상안에서 미국은 중국이 개정해야 할 법률의 상세한 명세서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미국은 이것이 확인돼야 중국의 구조개혁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중국은 이는 주권 침해로서 국가 위신에 관한 문제라는 입장으로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은 중국정부의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기업은 국가 소유입니다. 국유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입장은 국유기업을 민영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주의를 포기하라는 요구로 해석되나 이 요구를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셋째, 미국은 중국 시장을 대외에 더욱 개방하고 외국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출 것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검열을 목적으로 외국 인터넷 기업의 서버를 중국 내에 설치해 외국기업의 중국 내 인터넷 사업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중국 측은 나름대로 외국기업의 지분제한을 완화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멀었다는 입장입니다.
넷째, 기술 절취 및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을 절도국가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겐 미국의 선진기술이 필요합니다. 중국 스스로 선진국의 기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선진기업으로부터 강제적 합작회사를 통한 기술 이전을 담보로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중국위안 평가절상을 통한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중국의 위안은 시장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변동환율제*가 아닌 고정환율제**를 쓰고 있으며,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해 중국은 위안 평가절하를 통해 관세부과의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여섯째, 미국은 앞서 요구한 사항들이 중국 측에서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한 관리감독기구를 출범시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는 미국 또한 협정을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기구를 함께 만들자고 맞받아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곱째, 미국은 중국에 대한 불신과 함께 다음 해 미국 대선 때까지 트럼프의 선거호재로 대중국 무역 분쟁의 성과를 가져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협상이 양국의 결단으로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부과한 관세에 대해 일괄적인 관세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양국 협정문을 전부 공개하는 것에 대한 문제입니다. 협정문을 전부 공개하게 되면 중국은 굴욕적인 조항이 포함된 내용을 중국 국민들에게 알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중국정부, 특히 시진핑 주석은 그들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 판단하고 반대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의 입법절차를 통과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욱 강화되는 중국의 중화민족주의에 대치되는 불공정 협박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변동환율제 : 각국 통화의 가치, 즉 환율을 고정하지 않고 시장의 추세에 따라 변동하는 제도
***고정환율제 : 고정시킨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제도
Q3. 미중 무역 전쟁이 세계와 한국의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중과의 무역이 자국의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들은 피해가 예상됩니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대만△일본△싱가폴△말레이시아 등이, 유럽에서는 △룩셈부르크△슬로바키아△헝가리△체코△아일랜드 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7%, 12%입니다. 즉,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40%를 미중 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중 79%가 중국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한 중간재*이고 중국은 이를 이용해 생산한 소비재를 미국에 수출합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하는 우리나라의 반도체나 IT 소재기업들은 대부분의 생산품을 중국 내에서 소비하고, 일부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를 우리나라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전환하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철강 산업은 미중 무역 전쟁에서 한국산 철강에 대한 고관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수출은 약 43.7%나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결국 미국이 우리나라를 중국산 철강의 우회수출국으로 지정해 한미 FTA**의 철강부문 개정 등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는 무역구조상 보완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서로 윈윈무역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산업과 기술 특히 △조선△전자△자동차△철강 등이 단기간에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제 한중간의 무역구조는 보완관계에서 경합관계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FTA를 통한 경제영토 확장으로 일반적인 인접국가와의 경제공동체 성격의 자유무역협정이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지구 반대편 국가들과 FTA를 추진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수출시장 다변화가 중국이나 미국 등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무역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시장을 장기적으로 확보해가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봅니다.
*중간재 : 가공생산품 가운데 최종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생산과정에 투입물로 사용하는
**FTA(자유무역협정): 재화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모든 무역 장벽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협정
Q4.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미중 무역 전쟁은 미중 무역 협상으로 그 성격을 바꿔 갈 것입니다. 양국이 더 이상의 피해를 받기를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발언을 주목해보면 미국은 언제든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중국을 조금씩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중국도 이 게임의 끝에는 중국 경제의 심각한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압니다. 최근 한 투자은행의 전망처럼 이번 해 연말쯤이면 미중 무역 협상의 합의서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그나마 중국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소현 기자 97soni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