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록(마인어·아시아77)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본부장은 지난 35년간 △경인일보 기자△한겨레 사회부장△한겨레21 편집장△한겨레 상무이사△한국신문협회 광고협의회 이사△씨네21·씨네플레이 대표이사를 역임한 후 이번 해 1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부광고본부장으로 취임했다. 전문 언론인으로서 국민의 정보복지 향상과 한국 언론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배경록 동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우리학교 재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입대 전까진 학점보다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는 생활에 몰입했고 복학 후엔 취업 준비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죠. 그때 사회 참여 활동이나 교내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걸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어요.
Q2.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전공했음에도 언론인의 길을 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언론인의 꿈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꾸기 시작했어요. 특수한 외국어를 하나 더 하면 기자 생활에 경쟁력이 있을 거 같단 생각에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에 지원하게 됐죠. 고등학생 시절 유명한 방송앵커였던 봉두완 씨가 쓴 ‘뉴스전망대’란 책을 우연히 읽게 됐는데 정의롭지 않은 권력에 굴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언론인 상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언론인을 목표로 두게 됐습니다.
Q2-1. 기자 일을 하며 전공어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나요?
안타깝게도 거의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자카르타나 쿠알라룸푸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 어디에도 특파원을 둔 언론사가 없었어요. 현장 기자 생활을 끝내고 편집장으로 일한지 한참 뒤에야 △연합뉴스△한국일보△KBS가 특파원을 보내기 시작했죠.
Q3.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본부장에 취임하셨는데 여러 언론사의 대표 자리에 계시다 언론진흥을 위한 공공기관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겨레에서 정년을 마치고 언론계를 떠나 한신대학교 특임교수에 재직하던 중 언론진흥재단의 임원 공모 절차에 지원했습니다. 언론진흥재단이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언론사와 언론인 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인 것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어요. 언론인 출신으로 후배 언론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단 생각에 주저 없이 지원했고 한겨레에서 5년간 광고국장과 임원을 지낸 경력을 인정받아 운 좋게 합격하게 됐습니다.
Q3-1. 정부광고본부장으로서 매체나 언론사와 정부 광고 대상기관의 연결점에 서 계시는데 업무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광고주인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책홍보가 광고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매체사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책 및 행사 광고비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비용 절감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4. △경인일보△한겨레△씨네21 등 다양한 계열의 언론사에서 기자와 대표이사로 활동하셨는데 언론인 생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1988년 한겨레 창간 초기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의원을 포함한 민주인사들을 고문해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의 고문 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 경감을 찾아내 한겨레에 특종 보도하는 특별취재반에서 활동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수사기관의 반인륜적 고문 근절과 인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기여했단 보람을 느꼈습니다.
Q4-1. 기자란 직업의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진실 추구의 어려움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기사의 원천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기사화하는 시점에서 진실에 얼마나 근접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 무척 고통을 느꼈습니다. 보도 이후 진실이라 믿었던 정보에 대해 반론이 제기되고 뒤늦게 취재의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자책감이 들곤 했죠.
Q4-2. 오랜 기간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생긴 가치관이나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경청하는 자세를 갖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자칫 펜의 힘에 기대어 유아독존이 되기 쉽고, 취재원은 거만하고 아는 체하는 기자를 부정적으로 대하게 되죠. 취재원이 마음의 문을 열고 정보를 하나라도 더 전달해 주겠단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항상 예의를 갖춰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해요.
Q5. 과거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뉴미디어를 통해 언론을 접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언론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뉴미디어가 저널리즘의 영역에 진입한 지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언론진흥재단에서 매해 진행하는 언론수용자조사 결과를 보면 뉴미디어의 성장세가 무척 두드러져요. 이제 전통 매체들은 기존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새로운 플랫폼으로 무장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죠. 다양하고 질높은 뉴미디어를 보유하는게 언론사의 존폐 여부를 판가름하리라 생각합니다.
Q6. 현 시대에 대학생이 언론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조건적인 신뢰를 통해 스펀지처럼 여과 없이 뉴스를 소비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뉴미디어를 넘어 1인 매체까지 등장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가짜뉴스와 편파보도가 판을 치는 뉴스 과잉 범람 시대를 맞고 있죠. △공익△공정△진실을 추구하는 뉴스를 선별해 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Q7. 언론인으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지난해 3월 한겨레를 퇴사하며 사실상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했습니다. 지금은 언론진흥재단 임원으로서 언론계를 위해 봉사하고 있어요. 재단 임원으로 봉직하며 훌륭한 후배 언론인이 많이 배출되고 여론의 다양성과 지역의 풀뿌리 언론들이 자생력을 갖춰나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Q8. 마지막으로 언론인을 꿈꾸는 재학생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언론사 취업의 문턱을 넘는 데 어려움이 많겠지만 기자를 꿈꿨다면 몇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두드리시기 바랍니다. 또한 맹목적으로 규모가 큰 언론사만 고집하는 것보다 본인이 지향하는 저널리즘의 방향성과 잘 부합하는 언론사를 선별해 첫 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요즘은 경력 기자의 언론사 간 전직이 활발한 만큼 비록 소규모 언론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하더라도 좋은 기자로 성장한다면 원하는 언론사로 이직할 기회도 많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하형 기자 03hahy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