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강에서 대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생산돼 사회적 혼란을 가져왔다. 이 사건 외에도 가짜뉴스는 지속적으로 발생해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우리학교 역시 가짜뉴스가 보도돼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가짜뉴스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자.
◆ 우리사회를 잠식한 가짜뉴스
가짜뉴스란 언론 기사의 형태로 유포되는 거짓 정보로, 누군가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꾸며낸 뉴스다. 이에 더해 언론사의 오보, 인터넷 루머 등까지 포함해 포괄적 개념으로 사용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여러 가짜뉴스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확대 및 재생산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한강 대학생 실종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24일, 고(故) 손정민 씨(이하 손 씨)는 친구 A 씨와 한강에서 함께 술을 마신 후 실종돼 3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손 씨 사망 경위를 놓고 A 씨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A 씨의 가족 중 수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유력 인사가 있단 정보가 확산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고 경찰은 현재 사건과 관련된 가짜뉴스의 위법 여부를 판단 중이다.
한편 이번 해 2월 한 시민단체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이 의학적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근거로 이왕재 서울대학교 의학대학 명예교수(이하 이 명예교수)의 주장을 들었다. 이 명예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류 최초로 만들어진 mRNA 백신 접종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지만 가짜뉴스는 주 접종 대상인 고령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혼란을 가져왔다.
가짜뉴스는 진실을 가로막고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야기한다. ‘한강 대학생 실종 사건’의 경우 근거 없이 제기되는 의혹이나 제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찰 수사력이 불필요하게 낭비됐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관련 가짜뉴스는 백신에 관한 불신을 유발하고 사회적 불안감을 크게 증폭시켰다. 이는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을 낮추고 사회적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피해 금액은 총 30조 900억 원 정도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이유가 ‘확증편향’에 있다고 전한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별다른 근거가 없더라도 자신의 지향과 맞으면 그것을 사실로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널리 확산될수록 그 자체가 뉴스의 사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며 “특히 자아 중심적인 특징을 가진 SNS 공간에서 확증편향이 더욱 강하게 작용해 가짜뉴스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 가짜뉴스에 노출된 우리학교 학생들
2019년 우리학교에서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뉴스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SNS에 우리학교 A 교수가 강의 도중 불법 동영상을 촬영 및 유포한 가수 ‘정준영’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단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많은 공감을 받아 화제가 됐고 몇몇 언론사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글을 반박하는 글이 연이어 게시됐다. 해당 수업을 들은 학생 B 씨는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옹호했다기보다 사회적 분위기가 범죄 행위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단 추측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미 편향된 정보가 담긴 기성 언론 기사가 수차례 보도됐고 A 교수의 명예는 실추된 후였다.
외대학보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우리학교 학생들의 가짜뉴스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6.1%는 ‘가짜뉴스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가짜뉴스를 접한 경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플랫폼’이 3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유튜브’와 ‘인터넷 카페, 에브리타임 등 익명 커뮤니티’가 각각 32.2%와 24.4%로 뒤를 이었다. 이어 가짜뉴스의 내용으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연예인, 공인 등의 사생활△소셜미디어 속 상업적 목적을 위해 왜곡된 정보△선거철 정치적 목적의 왜곡된 정보가 각각 △38.3%△26.2%△22.2%를 차지했다. 김나현(영어·ELLT 18) 씨는 “최근 인터넷상에서 모 여배우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클럽 ‘버닝썬’에 자주 출입했단 근거 없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우리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한강 대학생 실종사건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게시판을 통해 확산됐다.
한편 ‘가짜뉴스를 그대로 믿은 경험이 있나’란 질문엔 응답자의 58.8%가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73.3%가 평소 정보를 접할 때 ‘팩트 체크를 한다’고 답했다. 이는 개인이 팩트 체크를 통해 가짜뉴스를 선별하기엔 한계가 있단 것을 의미한다. 김승연(중국·중언문 19) 씨는 “평소 뉴스를 접할 때 특정 관점의 기사만을 보기보단 반대 논조의 기사를 통해 크로스 체크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민근혜(아시아·인도어 20) 씨는 “스스로 모든 뉴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가짜뉴스를 믿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우리사회에 가짜뉴스가 만연하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응답자의 94.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우리학교 학생들 사이 가짜뉴스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란 생각에 공감대가 이뤄져 있는 것이다. ‘가짜 뉴스 해결을 위한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란 질문엔 △가짜 뉴스 처벌 등 법적 규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개인의 노력△사회에 대한 개인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미디어 리터러시 등 교육 프로그램이 각각 △32.8%△28.8%△23.2%△15.2%를 차지하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가짜뉴스가 확산되지 않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모두 노력해야 한단 것이다.
◆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정치권에선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터넷상 허위정보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입법절차를 밟고 있다. 개정안은 최근 SNS와 유튜브를 통한 개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거짓 정보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허위정보에 따른 피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개인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도한 처벌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질 수 있단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유엔(UN)에선 우리나라의 가짜뉴스 형사처벌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용도로 남용될 수 있단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가짜뉴스를 제지하기 위해선 강력한 처벌에 앞서 기성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성 언론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양질의 뉴스를 생산해내지 못한다면 대중들은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김춘식 우리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좋은 뉴스는 식견을 갖춘 독자를 양성하고 식견을 갖춘 이들은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는다”며 “좋은 뉴스 생산이 곧 최선의 가짜뉴스 피해 예방책이다”고 전했다.
가짜뉴스의 범람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형태의 매체에 접근해 그에 담긴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박훈민(통번역·영어 15) 씨는 “어릴 적부터 내가 보는 정보가 진실이 아닐 수 있겠단 합리적 의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매체를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등 미디어 내용에 대한 해독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에선 ‘뉴스의 이론과 실제’란 교양 과목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시키는 교육을 진행 중이다. 가짜뉴스를 줄이기 위해선 제도적 해결책과 언론 및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 해결을 위해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정봉비 기자 02jbb@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