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 새로운 지평 맞은 반도체 시장

등록일 2021년09월01일 00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달 13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비전 확인을 위한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의 목표를 밝혔다. 반도체는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인공지능△자율주행차 등에도 필수적이다. 반도체 중요성이 커지며 패권 경쟁이 심화됐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장기화되고 있다. 김경문 산업연구원(KIET)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원을 만나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진 이유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알아보자.

 

 

Q1. 반도체의 종류는 무엇이고, 자동차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전자제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 중 하나인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로 나뉩니다. 메모리반도체는 정보를 기억하거나 저장하는 단순한 역할을 수행해요.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 소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하죠. 반면 시스템반도체라고도 불리는 비메모리반도체는 △변환△연산△정보처리 등 복잡한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구조가 복잡하고 많은 기술이 들어갑니다. 용도에 따라 품종도 다양해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 있어요.   비메모리반도체인 차량용 반도체는 내연기관차에 약 300개 정도가 들어갑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에어백△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차체 자세 제어 등 자동차의 전자 콘텐츠에 기본적으로 탑재돼요. 최근엔 △자율주행△전방 시현기△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등에 사용되며 용도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Q2. 지난해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반도체가 부족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반도체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원인으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이 있습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돼 컴퓨터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자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대신 다른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했어요.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게 돼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Q2-1. 자율주행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많은 양의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율주행차에 반도체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가 있나요?    

자율주행차가 다른 자동차에 비해 더 많은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레벨3 자율주행차는 주행의 책임이 기계에 있고 사람은 기계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운행 가능 영역에서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자율주행차의 경우 반도체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미러(eMirror)△핸들 지문인식 등 모든 첨단 기능에 들어가므로 2,000개 이상 필요합니다.

 

Q3.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 속에서 이번 해 1분기 일본 도요타자동차(이하 도요타)의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습니다. 이는 도요타와 1위를 다투는 독일 폭스바겐자동차의 순익이 도요타의 절반 수준인 것과 대조적인데요. 도요타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타격을 적게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도요타가 2개월에서 6개월간 필요한 생산 분량을 재고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생산망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요타는 필요한 부품을 즉시 공급받아 생산하는 적기생산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했을 만큼 공급망에 관심이 많아요. 부품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체 생산할 수 있는 공급선을 미리 파악해 놓는 등 공급망 관리도 철저합니다. 도요타가 해당 방침을 세운 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공급망이 무너진 이후예요. 비상계획을 세우는 게 당연해 보일 순 있지만 수개월 분의 생산 분량을 관리하고 보관하는 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Q4. 반도체 품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많은 글로벌리서치 기업이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번 해 3분기까지 지속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물품의 발주부터 사용까지의 기간이 긴 산업이에요. 생산을 하는데 26주에서 38주가 걸리죠. 그러나 현재 수요가 많다고 다급하게 설비를 증설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반도체 설비는 수백억에서 조 단위로 비싼 기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공급이 늘어나 수요가 안정되면 기업에게 설비투자가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서 설비 증설이 쉽지 않죠.   또한 반도체 생산 설비는 기술장벽이 굉장히 높습니다. 전 세계 일부 기업만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요. 생산 설비를 주문하더라도 현재 주문이 밀려있고 생산 기간이 길어 반도체를 즉각적으로 공급받을 순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품귀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 봐요.

 

Q5. 반도체 수급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반도체 생산시설을 늘리는 방법밖엔 없어요.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런 수요 증가가 반도체 수급난의 원인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곧 수요가 안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증가된 수요가 지속된다면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방법밖에 없죠. 이는 꽤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거예요.

 

Q6. 정부는 반도체 품귀 현상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대비 이번 해 미래 차 연구개발 투자를 37% 확대해 약 3,679억 원을 지원했어요. 이 같은 투자강화 기조를 2025년까지 지속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죠. 또한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 세액공제 대상에 메모리반도체 설계와 제조 기술 등을 포함하도록 검토하는 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모바일 중앙처리장치 AP(Application Processor)(이하 모바일 AP)*와 차량용 통신장비 등 일부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어요.

 

Q6-1. 해외 정부는 반도체 품귀 현상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반도체 품귀 현상이 우리나라에 한정된 게 아니기에 각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미국 정부의 대응도 우리나라 정부와 비슷해요.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단기적으론 반도체 관련 기업 및 교역 파트너와 협의하고, 장기적으론 반도체 산업이 마주해온 공급 병목현상을 피하기 위해 포괄적인 전략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소속 기업들은 보조금이나 세금 공제 형태로 인센티브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Q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산업재료 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는 등 반도체가 패권 경쟁의 상징이 되고 있단 의견이 있습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형성돼 있나요?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우리나라가,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반도체는 미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디램의 73.6%, 낸드플래시의 44%를 차지하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의 비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상당히 낮습니다. 비메모리반도체는 △미국△EU△일본이 각각 △63%△13%△11%를 차지하고 우리나란 3%를 점유하고 있어요.

 

Q7-1. 우리나라 비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이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가 초기에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이미 기술력을 갖춘 선진국 비메모리반도체 업체와의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또한 비메모리반도체 산업은 △로직△센서△이미지 등 분야가 다양해서 전체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힘듭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쉽게 좁혀나간 것과 대조적이에요. 메모리반도체는 비교적 정형화돼 있어서 우리나라 기업이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선두로 올라올 수 있었죠.   최근 정부는 3대 육성 산업으로 비메모리반도체를 선정하고 지원한단 발표를 하며 비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비메모리반도체에 133조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Q8. 우리나라가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 및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해 기업의 성장 발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며 발전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 산업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해요.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 1위 산업으로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모바일 AP: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전자기기에 탑재돼 △명령해석△연산△제어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비메모리반도체

 

 

우경주 기자 02gjwoo@hufs.ac.kr

우경주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