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화약고, 끝나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록일 2021년09월01일 00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달 21일 새벽, 같은 달 10일부터 무력 분쟁을 이어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다. 유혈 분쟁이 가까스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추가 충돌과 교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선 분쟁의 폭력성보다 자국의 이해관계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하 이-팔 분쟁)의 전개 및 배경△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폭력성△국제사회의 반응과 문제를 알아보자.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또다시 충돌한 이유는    

지난달 이스라엘 대법원은 동예루살렘 인근 정착촌에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이전부터 이스라엘은 가자 지역을 규제하며 수십 년간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건립해 팔레스타인들을 서서히 추방해왔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하 네타냐후 총리)가 국면 전환을 위해 주민을 추방했단 의혹이 뒤따랐다. 경제 불황과 각종 비리로 총선거가 재연기되는 등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강제로 이주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은 반발해 지난달 7일 반이스라엘 시위를 일으켰다. 그러자 이스라엘 경찰이 시위대가 피신한 사원 ‘알 아크사 모스크’까지 들어가 진압하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하마스가 반격하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습했고 무력 충돌이 시작됐다.

현지 시각 기준 지난달 21일 오전 2시, 이집트와 유엔(UN) 등이 중재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휴전 합의에 응했다. 같은 달 10일, 양측이 무력 충돌을 시작한 지 약 열흘 만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의 휴전 결정에 환영 의사를 표했으나 충돌 원인을 제공한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팔 분쟁의 시작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팔 분쟁의 표면적 원인은 194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독립국가를 세운 것이다. 그 이면엔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서구 식민열강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두고 실행한 △맥마흔-후세인 서한△벨푸어 선언△사이크스-피코 협정이라는 모순된 전시외교가 있다. 이후 같은 지역에 대해 이스라엘은 옛 조상의 땅이니 자국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인이 최근 2천 년 이상 거주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땅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네 차례에 걸쳐 중동전쟁을 치렀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분쟁 상태에 머물러 있다.

 

◆ 무고한 이들의 피로 물든 분쟁 현장

2010년대부터 이스라엘의 알 아크사 모스크 개입과 가자 지구 공격은 빈번히 발생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많은 사상자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충돌로 인해 팔레스타인에선 약 232명이, 이스라엘에선 12명이 사망했다. 지난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한 가자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분쟁 기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은 모두 서로의 민간인 거주 지역 등 민간인을 위한 기반 시설을 겨냥해 공격을 감행했다. 국제인도주의법에 따라 모든 분쟁 당사자는 군사적 목적과 민간 표적을 구분하고 군사적 표적만 공격해 민간인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살레흐 히가지 국제앰네스티 중동 및 북아프리카 부국장은 “의도적으로 △기반 시설△민간인△민간인의 재산을 공격하는 행위는 전쟁 범죄이며 비례성의 원칙에 반하는 공격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라이 속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자치령 현장 책임자는 “인구 밀집 지역을 공격하는 경우 폭격의 여파가 미치는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며 “민간인 표적 여부와 상관없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과 폭격이 이어지며 3만 8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피난했고 최소 2,500명이 집을 잃었다.

이번 분쟁에서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의 진료소도 폭격으로 일부 파괴됐다. 또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여러 도로가 붕괴돼 병원으로 가는 길이 막혀 부상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심각히 저해되기도 했다.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중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도 포함됐다.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오히려 병원이 우선적인 타겟이 돼 국경없는의사회임을 알리는 표시 깃발을 내렸다”고 밝혔다.

 

◆ 소극적인 움직임 보이는 국제사회

이번 분쟁에 대해 타 국가들은 사태를 해결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지난달 12일, 조 바이든(이하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한단 입장을 밝히며 하마스를 규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주장하자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해 침묵하던 민주당 내에서도 “명백한 인권 탄압을 묵인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유럽연합(EU)도 양측에 무력 사용 중지의 필요성을 표했지만 일부 회원국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확고한 입장을 표방하지 못했다. 무력 사용 중지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정부와 달리 △레바논△미국△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시민 주도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지는 등 휴전을 촉구해야 한단 방향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기울었다. 이에 같은 달 16일, 유엔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이-팔 분쟁의 휴전을 요구했다. 그러나 휴전 이후에도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명확히 인정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까지 지켜본 바론 이스라엘의 과도한 대응은 없었다”며 “자국 영토로 수천 발 로켓포 공격이 날아든다면 이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위대 강경 진압과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 속출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또한 지난달 5일, 미국이 이스라엘에 8,000억 원이 넘는 무기를 판매하기로 했던 사실이 드러나 무력 충돌을 부추겼단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팔 유혈 분쟁에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고 있지만 타 국가들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해묵은 갈등을 해결할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다음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분쟁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을 외교나 안보 차원뿐만이 아닌 △불평등△생존권△인권의 문제로 인식해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할 때다. 무엇이 이런 폭력의 악순환을 낳았는지 재고해봐야 한다.

 

 

임채영 기자 02korea@hufs.ac.kr

임채영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