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B 운동, 젠더 이슈에서 20대 가치관의 전환점으로

등록일 2021년10월12일 20시5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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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중심으로 △연애△성관계△결혼△출산을 하지 않는 4B 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다. 4B운동은 여성혐오와 가부장제에 대한 반발 등 젠더 이슈에서 시작됐다. 한편 4B 운동은 젠더 이슈뿐 아니라 20대가 기존 관념과 다른 선택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젠더 이슈에서 시작된 4B 운동, 문화 현상으로의 확장△우리학교 학생들의 4B운동에 대한 인식△바람직한 접근법에 대해 알아보자. ◆젠더 이슈에서 시작된 4B 운동, 문화 현상으로의 확장 4B 운동은 2018년 언론을 통해 △디지털 성착취 영상 제작자△디지털 장의사 △웹하드 업체간의 유착관계인 ‘웹하드 카르텔’이 폭로됐을 때 처음 등장했다. 이전에도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기조가 있었고 페미니즘 담론에서도 비혼과 비출산을 내세웠으나 본격적으로 연애와 성관계를 거부하는 움직임은 웹하드 카르텔로부터 시작됐다. 웹하드 카르텔의 가장 큰 수익엔 성관계 불법촬영 영상이 있었다. 4B는 이에 가담한△웹하드△불법촬영 영상을 제작, 유포하는 업로더△디지털 장의사 등을 뿌리뽑기 위해선 비연애와 비성관계까지 실천해야 한단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는 4B 운동이 웹하드 카르텔과는 관계없이 가부장제와 여성혐오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이뤄지고 있다. 4B 중 하나인 비혼 선언도 자유로워졌다. 지난해 11월 방송인 사유리는 ‘비혼 출산’을 공개했다. 사유리는 이성 배우자와 결혼하지 않고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했다. 사유리는 비혼 출산한 아이와 함께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방송인으로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08년 비혼 출산을 선택했던 다른 여성 방송인인 허수경에게 ‘아버지가 없는 가정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동학대다’고 비난하던 사회 분위기에서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페미니즘 담론과 4B 운동이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려는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일컫는 4B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2019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청년 세대의 결혼과 자녀, 행복에 대한 생각’을 주제로 한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47%가 향후 결혼 의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비혼이나 혼자 사는 경우에 대해선 약 48%가 긍정적이었으며 부정적인 의견은 약 7%에 그쳤다. 연애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20대 미혼자도 약 37%로 과반수를 넘지 않았다.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해당 결과에 대해 “△연애△결혼△출산에 대한 가치관은 바뀌었으나 사회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학생의 4B 운동에 대한 인식   2019년 한겨레 젠더 매체 ‘슬랩’이 한국리서치를 통해 ‘20대 연애 행태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4B 운동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69%였다. 이전 세대가 △연애△성관계△결혼△출산을 필수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지금의 20대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로 인식한단 분석이다. 외대학보는 우리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이번 달 6일부터 9일까지 4B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4B 중에선 비출산을 하겠단 응답이 약 59%로 가장 높았고 비혼을 하겠단 응답은 약 41%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이 중 어느것도 해당하지 않는단 응답 또한 약 41%를 차지했다. 4B중 어느 한 가지라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51%의 응답자가 취업난을 원인으로 꼽았다. 주거 문제가 이유라고 답한 응답자도 약 38%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서 4B 운동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은 이유론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62.1%△저성장 시대의 경제적 문제가 55.2%△페미니즘으로 인한 인식 변화가 41.4%로 각각 낮지 않은 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약 62%의 응답자가 4B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해결되면 △연애△성관계△결혼△출산을 할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B 씨는 젠더 이슈에서 시작된 4B 운동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게 된 점에 주목한다. B 씨는 “정치적인 목적성이 있을지라도 △연애△성관계△결혼△출산은 남에게 강요하거나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인식 문제에 정치권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학교에 재학 중인 C 씨는 “지속적인 대화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인권감수성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변화하는 사회, 변화하는 20대의 사고방식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한 후보의 공약이 논란을 일으켰다.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후보(이하 이 후보)가 발표한 여성 대상 공약 중 ‘4B 운동 지양 방안’이 문제가 됐다. 후보의 공약이 알려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다. 가부장제 철폐와 가족 형태의 다양화에 대해 고민하기보단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정상가족 구도를 답습하는 공약이란 지적이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해당 공약은 주거 불안정, 디지털성폭력 등 20대 여성이 처한 현실을 외면했다”며 “여성은 가정을 돌보고 남성은 생계를 부양한단 이분법적 구도에서 나온 공약이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 후보는 자신의 공약에 대해 “4B 운동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을 만들겠단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발언이 4B 운동의 배경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단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정치권에선 지난해 총선보다 적극적으로 여성 및 성평등 공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유력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이하 이 지사)는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고용 평등△돌봄△여성 건강권△젠더폭력 등 4대 영역에서 정책을 제시했다. 이번 달 7일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데이트폭력△디지털성범죄△스토킹 등 여성 대상 범죄에 강경한 대응책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성 및 성평등 공약에서 더 나아가야 한단 시각도 있다. 비혼과 비출산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비정형 가구가 등장해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재학생 D 씨는 “20대가 스스로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저성장 시대인만큼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느낀다”며 전체적으로 청년 삶의 질 상승이 필요하단 생각을 전했다. 민가영 서울여자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는 4B 운동에 대해 “그동안 여성에게 부과됐던 사회적 성 역할이 개인의 성장 기회에 걸림돌이 된단 인식도 함께 작용한 결과다”고 말했다. 4B 운동에서 시작된 담론이 20대 청년의 사고방식을 바꾼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의 권리와 의무△개인의 성장△타인에 대한 돌봄 중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이것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가부장제에서 씌워지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에 성별에 국한되지 않은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는 기존의 가부장제와 정상성에 따른 삶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청년 세대의 삶의 방식이 바뀌는 지금, 인식과 정책의 상호보완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수연 기자 02shinso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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