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총장선거, 민주적 외대를 위한 첫걸음

등록일 2021년10월12일 20시5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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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는 지난 4월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온라인 학생총투표로 학생 총장 선출권을 얻었다. 이에 따라 제12대 총장 선거에서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가 도입돼 △교수△교직원△학생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학생 투표 반영률은 5%로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5%의 투표권은 학생들이 원하는 총장을 선출하는 데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우리학교 총장후보선출규정의 변화△학생 총장 선출권을 위한 최근 움직임△우리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통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총장후보선출규정의 변화   우리학교는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해왔다. 김동선 제1대 총장과 황병태 제2대 총장은 이사회 내부 결정 후 선출됐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로운 총장 선출 방식인 교수직선제가 도입됐다. 우리학교 교수직선제는 전체 교수진의 총장 투표로 상위 후보 2명을 선정한 뒤 이사회가 그 중 1명을 선출한다. 이에 박필수 3대 총장이 선출됐다. 우리학교의 학생 총장 선출권은 1995년부터 거론됐지만 2002년이 돼서야 총장 선출에 3주체가 함께해야한단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조규철 제6대 총장의 학생과 소통 부재로 재단 사유화 저지 투쟁에 실패했단 교내 여론이 있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학생 초청토론회를 진행했으나 당시 총장 후보자이자 이후 제8대 총장으로 선출된 박철 총장이 ‘비유권자가 참여하는 초청토론회는 무의미하다’고 발언해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이후 기존의 투표방식에 이사장이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노조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투표 결과를 반영해 안병만 제7대 총장이 선출됐다.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의 도입은 아니지만 학생이 총장 선거에 영향을 끼친 첫 사례다.       총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특히 2005년 박철 제8대 총장 선출 전, 교수와 노조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같은 해 9월 7일 총장 선출 논의를 위한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위)를 열었지만 교수협회(이하 교협)는 이에 불참했다. 이후 대평위에선 총장후보자선출준비위원회(이하 총선준위)를, 교협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논의구조가 나뉘어 학내분쟁이 생겼다. 계속된 갈등에 안병만 제7대 총장은 △교협의 1차 투표로 후보자 선발△압축된 후보에 대해 각각의 구성원 또는 공동 정견 자리 마련△같은 날·같은 시간·별도 장소에서 투표 후 법인이 총장 선임△9대 총장은 모든 구성원이 합의해 새 방식을 도출할 것을 중재안으로 내놨지만 수용되지 못했다. 2013년엔 10대 총장 선출을 앞두고 양캠퍼스(이하 양캠) 총학이 하반기 정기총회에서 총장 선출권을 학생에게도 부여하란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특히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재34대 총학 ‘채움’은 교협과 총장에 공문을 보내 학생 투표권을 요구했다. 이에 총선준위는 학생 투표권에 대한 차선책으로 학생대표자에게 초청토론회 방청 기회를 개방하겠단 약속을 했다. ◆학생 총장 선출권을 위한 최근 움직임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제53대 비상대책위원회와 글캠 제40대 총학 ‘리액션(利:action)’이 2019년 10월 31일 총장후보선출규정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뒤를 이어 설캠 제54대 총학 ‘새벽으로부터’와 글캠 제41대 총학 ‘더본(The본)’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후보선출규정’ 개정안 정비에 힘썼다. 이번 해 시행한 온라인 학생 총 투표 결과, 재학생의 54.01%에 달하는 4,254명이 투표했고 그중 4,181개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이에 이번 제12대 총장 선거부터 학생이 투표권을 얻게 됐다. 현재 양캠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학생대표 10명이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로 활동하며 6차 회의를 마쳤다. 선거중앙운영위원회도 1차 회의를 마친 상태다. 우리학교는 지난해 ‘총장후보선출규정 개선위원회’를 거쳐 투표 반영률을 △교수 90%△교직원 5%△학생 5%로 결정했다. 투표 반영률 논의가 시작된 ‘총장후보선출규정 개선위원회’ 3차 회의부터 학생대표 측은 1:1:1 반영률을 주장했다. 이후 현실적으로 학생과 직원을 합쳐 약 25%의 투표 반영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교수 측은 단호히 거절했다. 거절 직후 학생 측은 타 학교 학생 투표 반영률을 고려해 최소 8%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했고 교직원 측도 8%를 요구했지만 교수 측에선 학생과 교직원을 합친 비율이 10%를 넘길 수 없단 의사를 내비쳤고 현재 투표 반영률이 확정됐다. 이에 외대학보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차기 총장과 학생 투표 반영률’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리학교 총장 선거 시 주어지는 학생 투표권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86.5%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 56.3%의 학생은 ‘학생 권리 보장’을 들었고 37.5%는 ‘이사회의 독단적인 결정 견제’를 꼽았다. 총장 선거 내 학생 투표 반영률 5%에 대해선 78.4%의 응답자가 불만족했다. 또한 약 55%의 응답자가 최소 학생 투표 반영률을 10%에서 30% 사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총장 자질 평가 시 가장 우선시하는 항목이 무엇인가’에 대해 △‘학생과의 소통’ 37.8%△‘학교를 위한 공약’ 35.1%△‘공약의 실현 가능성’ 27%의 응답을 얻었다. 차기 총장에게 바라는 공약에 대해선 ‘학제개편’과 ‘캠퍼스 간 균형점’을 바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김윤경(자연·화학 20) 씨는 “그동안 학생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우리학교의 사업이 진행됐다”며 “학생의 투표 참여로 그동안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리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국·공립대학에 비해 사립대학이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를 도입한 사례는 매우 적다. 사립대학 중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를 처음 도입한 학교는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다. 이화여대는 ‘정유라 입학 비리 사건’으로 인해 최경희 전 총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제16대 총장 선거부터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를 도입했다. 투표 반영률은 △교수 77.5%△교직원 12%△학생 8.5%△동창 2%로 규정하고 있다. 이후 △성신여자대학교(이하 성신여대)△상지대학교(이하 상지대)△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명여대)가 그 뒤를 이었다. 국·공립대학의 경우 학생 투표 반영률은 1.6%에서 13% 사이에 분포하며 앞서 말한 네 대학은 △상지대 22%△성신여대 9%△이화여대8.5%△숙명여대 7.5%의 학생 투표 반영률을 가진다. 상지대의 22%의 반영률은 매우 이례적이다. 타 학교 또한 우리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 측이 5%를 제시한 경우가 많았지만 첫 투표 후 논의를 통해 학생은 5% 이상의 반영률을 얻었다. 학생 투표 반영률이 미비하단 점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학교는 교수의 1표가 학생의 12표와 같은 비중을 차지한다. △교수△교직원△학생으로 구성된 3주체가 투표에 참여하긴 하지만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교수에 따라 투표 결과가 좌지우지될 수 있단 것이다. 김인철 현 제11대 총장(이하 김 총장) 선출 당시 상황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인경(국제스포츠 12) 골프선수에 대한 학점 특혜 의혹이 있던 김 총장에 학생들은 반감을 표했다. 제11대 총장 선거는 교수직선제로 진행됐지만 설캠 제51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학생의 여론을 파악하고자 학생 모의투표를 진행했다. 1차 교수 투표에선 김 총장이 1등을 차지했지만 1차 학생 모의투표에선 5등에 그쳤다. 그러나 학생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김 총장이 선출됐고 이에 비대위는 ‘김인철 총장 연임 반대 연서명’을 하며 반대의 뜻을 내놨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를 도입한 4곳의 사립대학은 계속해서 학생 투표 반영률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숙명여대 총학은 학생 투표 반영률 25%를 가지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화여대도 반영률을 25%까지 늘리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주원(영어·ELLT 18) 설캠 총학생회장(이하 이 회장)은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주관하는 ‘후보자 공개 토론’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총학 별도로 후보자와 함께하는 기획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김온유(통번역·영어 15) 글캠 총학생회장도 “다른 주체를 고려하지 않는 교수 측의 주장이 대부분 반영되고 있다”며 “말뿐인 3주체 참여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이 원하는 점을 취합한 뒤 이를 총장 후보자에게 전달해 협약식을 진행하고 캠퍼스별 후보자 토론회를 여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제12대 총장 선거는 이번 해 11월 29일 진행될 예정이다. ‘제12대 총장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계획이 있는가’란 질문에 97.4%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은 학생이 원하는 총장 선출을 위해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회장은 “학생을 위해 제시할 학생·교육 분야 공약과 학생 사회 내부의 참정권과 학교 운영 관련한 인식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직원이 총장 선출권을 얻으며 우리학교의 민주화를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이에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총장 선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구성원참여직선제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3주체 간의 끝없는 논의가 필요하다.

 

 

양채은 기자 03chaee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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