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배달△쇼핑△택시와 같은 일상생활 영역에서부터 △법률△부동산△세무△의료 등 전문분야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삶에 깊숙이 침투했다. 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의 △독과점△미흡한 노동자 보호△수수료 인상△전문직과의 충돌 등의 문제도 함께 대두됐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 배경△현황△문제점△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     플랫폼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해 기존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며 전 세계 경제 활동의 주축이 됐다.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는 ‘역에서 승객이 기차나 버스를 타고 내리는 장소’를 뜻한다. 그러나 최근 비즈니스 측면에서 플랫폼은 ‘다수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돼 상호작용하며 서로 원하는 가치를 거래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는 환경’으로 정의되고 있다. 2019년부터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은 7개에 달하며, 이들의 시가총액 합산액은 5조 1,243억 달러 규모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25년경 디지털 플랫폼이 창출할 매출액은 60조 달러로, 전체 글로벌 기업 매출액의 3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 비즈니스가 크게 부상했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산업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에서 이뤄진 총 거래액은 126조 원 규모로 나타났다. 2019년 대비 30%가량 증가한 수치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둔 기업 수는 지난해 대비 123개 늘어난 678개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으론 △네이버△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카카오△쿠팡 등이 있다. 해당 기업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배달 음식 주문△숙박 예약△택시 및 렌터카 호출 등 실시간으로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개 서비스를 운영한다. 공급자는 서비스를 노출하는 효과로, 소비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각각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온라인 유통시장이 확대되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해 플랫폼 기업의 시장 장악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문제점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과 동시에 여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먼저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이 각종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악용할 경우 독과점으로 번질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초반엔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뒤 일방적인 유료화 및 가격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단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플랫폼 매출액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1.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2.7%까지 높아졌다. 택시 호출 플랫폼의 경우 현재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전국 택시기사 25만 명 중 23만 명이 카카오T에 가입했으며 이번 해 7월 기준 앱 가입자 수는 2,800만 명에 이른다. 택시 시장을 점령한 카카오는 지난달 ‘스마트 호출’ 서비스 이용료를 기존 1,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택시 요금 인상 조치란 비판을 받고 백지화됐다. 음식 배달 플랫폼의 경우 배민은 전체 시장 점유율 66%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배민은 주문 건당 일정 수수료를 받는 새 요금체계를 발표했다가 소상공인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 등으로 이를 철회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배민은 지난 6월부터 단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배달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가 기존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숙박업 플랫폼 또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숙박 업체들은 플랫폼을 거쳐야만 영업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번 해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500개의 중소 숙박업체를 대상으로 한 애로사항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소 숙박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숙박 플랫폼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6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미흡한 보호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구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179만여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7.4%에 이른다. 그러나 고용 관계가 명확하지 않단 이유로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 관련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해당 업체에 직접적으로 고용되지 않기에 근로기준법상 자영업자의 특징을 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들은 △4대 보험△산업재해(이하 산재) 보험△최저임금△퇴직금을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불안정한 고용 상태나 보험 포기 각서 등에 발이 묶여 산재를 신청하기 어렵다. 설사 산재 보상을 신청하더라도 승인 요건인 전속성을 충족하기 어려워 인정받을 가능성이 낮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플랫폼 배달 노동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1,047건으로 이전해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산재 대처와 예방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재해조사 의견서가 작성되는 사건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이들이 높은 접근성을 가진 플랫폼 노동에 참여하고 있으나 열악한 수준의 근로환경과 미비한 노동법이 그들을 복지의 사각지대로 밀어내고 있는 현실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과 전문직 종사자의 갈등 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법률△부동산△세무△의료 등의 전문영역에도 플랫폼이 들어섰다. △비대면으로 부동산 매매와 계약이 가능한 ‘직방’△중개 수수료 없이 변호사 정보를 안내하는 ‘로톡’△종합소득세 신고 및 세금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쩜삼’△풍부한 성형 후기와 투명한 성형 정보를 공개하는 ‘강남언니’가 바로 그 예다. 전문 영역 플랫폼 비즈니스는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저렴한 가격을 통해 전문 영역 서비스를 대중화하겠단 목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플랫폼으로 인해 전문 영역 서비스의 가격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경쟁이 시작되면 단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기존 업계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4일 대한변호사협회는 경제적 대가를 받고 법률 상담을 알선하는 자에게 변호사가 협조해선 안 된단 내용이 신설된 광고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며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세무사회는 삼쩜삼을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했다. 의사협회는 강남언니, 바비톡 등 미용·성형 정보 플랫폼의 활동이 불법 광고에 해당한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또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온라인 부동산 중개와 수수료 할인을 내세운 △다윈중개△집토스△트러스트 등 여러 부동산 플랫폼을 고발한 바 있다. 이처럼 각 전문 분야 이익 단체들과 플랫폼 업체 사이 고소 및 고발 등이 이어지며 법률 분쟁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편리함과 효율성 뒤에 가려졌던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작용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플랫폼 규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현역 의원 74명이 속한 을지로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이번 해 국정감사 주제를 ‘플랫폼 경제’로 정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을 부각하며 입점업체와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본격적인 규제 입법을 추진하겠단 것이다. 이번 달 7일엔 ‘플랫폼 경제, 을(乙)과의 연속 간담회’를 개최해 플랫폼 기업들과 충돌하고 있는 중·소상공인 및 종사자 단체를 불러 피해 사례를 청취했다. 이날 정부가 플랫폼 기업이 법에 따라 소비자 보호책임을 준수해야 한단 입장을 밝히자 다음 날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플랫폼 비즈니스의 독과점을 규제해 문제점을 바로잡겠단 법안도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이용자의 편의를 떨어뜨리고 해외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단 입장이다.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 또한 일고 있다. 민주당에선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민의힘에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변화하는 노동 시장을 고려하고 플랫폼 노동자에게 더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해당 법안이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배제하고 이들을 ‘제3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계에선 법안이 사업주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노사 양측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과 그 영향력을 인정하며 부작용 완화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대립되는 입장차를 좁히긴 어려워 보인다. △입법기관△플랫폼 기업△플랫폼 노동자 간의 긴밀한 협의와 조정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임세은 기자 02seeun@hufs.ac.kr